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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의 일본..

오완선 2019. 4. 5. 08:15



입력 2019.04.05 03:12

'낙락장송 남산 숲은 우리의 기상/ 맑고 맑은 한강수는 우리의 지성….' 고등학교 교가(校歌) 배울 때 살짝 놀랐다. 중학교 때 노랫말이랑 똑 닮았기 때문이었다. '남산의 씩씩한 기상을 받아/(…) / 한가람 물결은 끊임이 없어….' 알고 보니 주변 중학교 노래가 다 엇비슷했다.

친일(親日) 음악가가 만든 교가를 없애려는 일부 움직임에는 깜짝 놀랐다. 모교 교가를 잃을지 몰라서만은 아니다. 봄 하면 손꼽는 명작 '봄날은 간다'(손노원 작사, 백설희 노래)도 친일 행적 있다는 박시춘씨 곡이건만. 시인들은 어쩌자고 으뜸 애창가요로 꼽았을까(2003년). 가수들은 또 왜 그리 많이 부르고. 단지 노랫말이 좋아서? 그럼 그의 숱한 유행가는 대체 뭐란 말인가. '애수의 소야곡'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굳세어라 금순아' '이별의 부산 정거장'…. 이런 가락에 시름을 덜다니, 다 얼빠진 백성일까.

정말 놀라운 일이 있다. 간식, 격무, 기라성, 노임, 다반사, 담합, 대결, 망년회, 명소, 부지, 수순, 식상, 역할, 입장, 집중호우, 축제, 출산, 택배…. 일본식 한자말 다 추리자면 이 자리로는 어림도 없다.

엄연한 일본말인데 대중매체에 버젓이 오르내리는 것도 부지기수다. 가마니(←かます·가마스) 간지(感じ·느낌, 분위기, 멋) 냄비(←鍋·나베) 다대기(←たたき·다타키·다진 양념) 사라(さら·접시) 쇼부(勝負) 아나고(穴子·붕장어) 지라시(ちらし·광고 쪽지) 지리(←じる·지루·맑은 탕)…. 걸러냈으면 하는 건 정작 거들떠보기라도 하는지 .

일본어를 감쪽같이 변장(變裝)해 그럴싸하게 써먹기도 한다. 오타쿠(御宅·당신→집에 틀어박혀 취미에 빠진 사람)→오덕후→덕후(취미가 전문가 수준인 사람), 덕질, 입(入)덕, 성(成)덕, 겜(게임)덕….

아무래도 노래방 한번 가야겠다. 행여 엉뚱한 딱지 붙어 사라질지 모를 명곡들을 실컷 부르고 싶다. 그런 업소, 반주기(이른바 가라오케), 다 일본 작품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4/04/20190404035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