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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해장국 자랑~

오완선 2016. 12. 10. 12:07



제고장 식재료로 만드는 다양한 속풀이 음식들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엔 해장국 한 그릇이 간절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술자리가 잦아지는 연말엔 해장국 한 그릇이 간절하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서울 토박이인 화가 사석원은, 서울 사람에게 고향은 단골 술집이라고 얘기한다. 허름한 대폿집을 유난히 좋아하는 그는 흐드러진 하룻밤 술집 풍경을 특유의 정감 있는 화풍에 담기도 했다. 고향 같은 술집의 정감에 빠져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면 취기가 금방 오른다. 다음날 숙취에 점령당해도 고향 같은 술집을 또 찾는 이들은 낭만 술꾼이다. 이들에게는 자신만의 ‘해장의 노래’가 있다. 해장 비법부터 전국 해장 명가들까지 줄줄 읊어댄다. 지방마다 다른 해장 명가들이 술꾼의 입을 빌려 맛 자랑을 하는 셈이다. ESC가 전국 해장 명가를 다녀왔다.


’남주동해장국’의 해장국. 박미향 기자
’남주동해장국’의 해장국. 박미향 기자
충청, 쇠고기와 다슬기 사이

보글보글, 문지방을 넘으면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 24시간 쉼 없이 끓고 있는 해장국 솥단지가 눈에 들어온다. 청주시의 해장국집 ‘남주동해장국’은 1943년 문 연 노포다. 1986년 91살로 작고한 이승호씨가 연 집으로 그의 딸 장경례(89)씨가 가업을 이었고, 지금은 며느리 김미숙(58)씨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사골과 소 등뼈를 푹 고아 만든 국물에 고기, 선지, 천엽, 파 등이 넉넉하게 들어간다. 해장국, 소고기해장국 등 5가지가 있다. 청주시 상당구 무삼동로 304번길 10/7000원/(043)256-8575

’서울식당’의 올갱이해장국. 박미향 기자
’서울식당’의 올갱이해장국. 박미향 기자
괴산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의 ‘서울식당’은 37년 전에 문을 열었다. 주인 박인석(65)씨는 “뭘 먹겠다고 찾아와”라며 손님을 맞는다. 서울과 관련이 없는데도 서울식당인 것처럼 남자 이름인 그는 60대의 고운 할매다. 올갱이(다슬기)해장국을 파는 이곳은 주인이 직접 농사짓는 쌀과 채소를 쓴다. 해장국은 구수한 된장 냄새가 인상적이다. 다슬기를 밀가루와 달걀을 입혀 익히는 점이 특이하다. 박씨는 “올갱이의 비린 맛을 없애는 법”이라고 한다. 괴산군 괴산읍 읍내로 283-1/7000원/(043)832-2135


’옥야식당’의 선지국밥. 박미향 기자
’옥야식당’의 선지국밥. 박미향 기자
경북, 부서지는 묵과 푸짐한 쇠고기의 향연

헛제삿밥이 유명한 안동은 고택이 즐비한 고풍스러운 도시다. 중앙신시장에 있는 ‘옥야식당’은 본래 최순월(82)씨가 정육점을 운영하면서 고기 등을 넉넉하게 넣은 해장국을 팔다가 그 맛이 인기를 끌자 아예 해장국전문점이 된 식당이다. 지금도 최씨는 식당에 나와 자녀들이 주문을 받고 국을 끓이는 동안 해장국에 들어갈 고기를 자르고 담는다. 고기로 우린 국물인데도 배추, 대파, 우거지 등 채소를 많이 넣어 느끼하지 않다. 큼지막한 선지 덩어리도 맛깔스럽다. 안동시 중앙시장2길 46/8000원/(054)853-6785

’팔우정해장국’의 묵해장국. 박미향 기자
’팔우정해장국’의 묵해장국. 박미향 기자
“전국에서 여기만 있어요.” 경주시 ‘팔우정해장국’ 종업원이 자신 있게 말하는 해장국은 묵해장국이다. 아기 피부보다 더 보드라운 묵이 아삭아삭한 콩나물을 만나 식감의 줄다리기를 펼친다. 삶아 넣은 ‘마재기’(모자반의 경상도 사투리)의 독특한 향이 감칠맛을 수직 상승시킨다. 멸치, 명태, 새우, 다시마 등으로 우린 육수가 끓으면 찬 묵, 콩나물을 넣어 조금 더 끓이다가 마지막에 김치, 마재기무침, 참기름 등을 넣는다. 이 식당이 있는 거리는 ‘해장국거리’로 불린다. 식당 8곳이 모여 있다. 경주시 태종로 810-1/6000원/(054)742-6515


’원조강변할매재첩국’의 재첩국. 박미향 기자
’원조강변할매재첩국’의 재첩국. 박미향 기자
경남, 바다 향 가득한 해장

찬바람이 흙먼지를 일으키는 겨울, 섬진강 주변은 쓸쓸한 낭만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원조강변할매재첩국’은 섬진강에서 채집한 재첩을 넣은 해장국이 주메뉴다. 1970년대부터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에게 해장국을 만들어 내던 이순자(73)씨가 1980년에 아예 식당을 차렸다. 15년 전부터 운영을 맡은 아들 김현우(42)씨는 “재첩과 물의 양이 맛을 결정한다”고 말한다. 인근에 재첩국 전문점이 여러 곳 모여 있다. 하동군 고전면 재첩길 286-1/8000원/(055)882-1369

’진주복국집’의 참복지리. 박미향 기자
’진주복국집’의 참복지리. 박미향 기자
부산의 복국은 복어에서 우러나온 뽀얀 국물과 콩나물이 만나 해장에 최고다. 복요리 전문점인 ‘금수복국’은 서울에 지점을 낼 정도로 성공했다. 소박한 복집도 많다. 참복 등 3가지 복어를 고를 수 있는 ‘진주복국집’은 지하철 서면역 인근 먹자골목 깊숙한 곳에 있다. 40년 역사를 가진 이 식당은 70대 심금임씨와 아들 서유성(41)씨 등 가족이 운영한다. 주문이 들어오면 멸치 등으로 우린 육수에 복어, 콩나물 등을 넣어 끓이기 시작한다. 가격이 착하다. 서씨는 “가족경영으로 인건비를 줄여서”라고 말한다. 복어 껍질과 고니 같은 내장도 서비스로 나온다. 옆집 ‘돌고래할매복국’도 40여년이 된 복국 명가다. 부산진구 서전로 10번길 31-11/8000~1만5000원/(051)802-8428


’만선식당’의 우럭간국. 박미향 기자
’만선식당’의 우럭간국. 박미향 기자
전남, 몸보신에도 최고

목포수협공판장 인근에 있는 ‘만선식당’의 해장국은 독특하다. 우럭을 넣어 끓인 우럭간국이 해장국이다. 우럭을 이틀을 말려 꾸덕꾸덕해지면 재료로 쓴다. 무, 팽이버섯, 각종 채소가 넉넉하게 들어간 우럭간국은 예부터 목포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 25년 역사를 가진 만선식당 주인 배미숙씨는 강원도가 고향이지만 목포로 시집와 시어머니 박관엽(80)씨에게서 전라도 음식을 배웠다. 직접 우럭을 말려 쓰는 이곳은 피조개무침 등이 반찬으로 나온다. 목포시 서산로 2/소자 3만5000원(3~4명이 먹기에 넉넉하다)/(061)244-3621

’자매식당’의 통장어탕. 박미향 기자
’자매식당’의 통장어탕. 박미향 기자
남도 미식의 도시인 여수는 장어탕이 해장음식으로 유명하다. 국동에 위치한 ‘자매식당’의 통장어탕은 붕장어(아나고)를 된장 푼 육수에 통째로 넣고 24시간 끓여 비릿한 향이 없고 구수하다. 여수시 어항단지로 21/1만3000원/(061)641-3992

여수 교동시장 안에는 된장이 아닌 고추장 양념을 풀어 맛을 낸 장어탕을 파는 ‘7공주식당’도 있다.





’충남집’의 쑥해장국. 박미향 기자
’충남집’의 쑥해장국. 박미향 기자
전북, 향긋한 쑥과 아삭한 콩나물

45년 숨결이 벽에 스며든 정읍의 ‘충남집’은 인심 좋은 할매 서금옥(76)씨가 해장국을 끓인다. 식탁 5~6개가 줄지어 서 있는 가게 안에선 서씨가 해장국을 끓이는 주방이 훤히 보인다. 그가 솜씨를 발휘할수록 향긋한 쑥 냄새가 피어오른다. 충남집의 주 메뉴는 쑥해장국이다. 5~6월에 딴 쑥을 냉동해 1년 내내 쓴다. 쌀뜨물에 된장을 풀고 넉넉하게 쑥을 넣어 끓인 해장국은 코까지 즐거운 맛이다. 몇 년 전 한국방송 <1박2일>에 소개되어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정읍시 중앙3길 10/6000원/(063)531-8482

전주의 콩나물해장국밥은 다른 지역의 도심에서도 간판이 보일 정도로 유명한 해장국이다. ‘전주왱이집’, ‘삼백집’, ‘현대옥’ 등이 대표선수다. 멸치, 무 등을 넣어 우린 국물에 들어간 아삭아삭한 콩나물에 수란을 곁들여 먹는 콩나물해장국밥은 선지해장국에 비해 기름기가 적고 맑다.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삼백집, 현대옥과 달리 전주왱이집은 다른 지역에 가맹점을 내지 않았다. 전주시 완산구 동문길 88/6000원/(063)287-6980


’용바위식당’의 황태해장국. 박미향 기자
’용바위식당’의 황태해장국. 박미향 기자
강원, 포슬하거나 흐물대거나

인제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자동차로 20여분 달리면 ‘황태마을’이 나타난다. 황태는 명태를 얼리고 녹이는 과정을 반복해 만든다. 황태마을이 있는 인제 북면 용대리에는 황태해장국집 20여곳이 모여 있다. 20여년 전 토종닭 등을 팔다가 황태전문점으로 간판을 바꾼 ‘용바위식당’이 시작이다. 주인 연영숙(63)씨는 2007년 황태명인으로 선정됐다. 인제군 북면 진부령로 107/7000원/(033)462-4079

‘못난이’로 불리는 곰치를 술꾼들이 찾기 시작한 지는 몇 년 안 됐다. 곰치를 푹 끓여 낸 곰치국은 예부터 어부들의 해장국이었다. 곰치는 물곰, 물메기, 물텀벙이, 물고미, 물미거지 등 강원도 지역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시꺼먼 몸체가 흐물흐물하기까지 해 식욕을 달아나게 하는데 탕이나 국을 만들면 이만한 속풀이용 해장국도 없다. 고성, 속초, 양양 등은 맑은 곰치국을, 동해, 삼척, 울진 등은 묵은 김치를 넣은 매콤한 곰치국을 판다. 삼척시의 ’바다횟집’에서 파는 곰치국도 맛깔스럽다. 삼척시 정하동 41-9/1만5000원/(033)574-3543


’자연몸국’의 몸국. 박미향 기자
’자연몸국’의 몸국. 박미향 기자
제주, 섬 역사 스며든 해장

각재기(전갱이)국, 멜(멸치)국과 함께 제주의 대표적인 전통음식인 몸(모자반)국은 잔치나 장례식날 손님 대접용 음식이다. 돼지를 삶은 물에 모자반, 배추, 메밀가루, 돼지 내장을 넣어 끓여 만든다. 최근 들어 해조류 등이 해장에 좋아 해장국으로 재평가되고 있다. 몸국 전문점이 최근 많이 생겼지만 ‘가시식당’만한 식당이 없다. 제주도민이 손가락에 꼽는 곳이다.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1898/7000원/(064)787-1035

’세화해녀잠수촌’의 보말국. 박미향 기자
’세화해녀잠수촌’의 보말국. 박미향 기자
제주시 동문시장 안의 ‘자연몸국’은 시장통의 평범한 식당으로 보이지만 옥돔구이, 몸국 등을 파는 제주 전통음식점이다. 바다가 물씬 느껴지는 자연몸국의 몸국은 씹는 재미도 있다. 제주시 중앙로/7000원/(064)725-0803

보말국은 제주도민이 예부터 즐긴 해장국이다. 썰물에 돌을 뒤집어 보면 쉽게 보말을 채집할 수 있다. 잡은 보말과 미역, 메밀가루를 넣어 끓인다. 세화해녀잠수촌의 보말국은 제주도민이 손에 꼽는 식당이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1500-60/8000원/(064)782-9285


’한성옥’의 해장국. 박미향 기자
’한성옥’의 해장국. 박미향 기자
서울, 전국 해장집 전시장

서울에는 유명한 해장국집도 많고 종류도 북엇국부터 선지해장국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도 7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청진옥’이 대표주자다. 사골 등을 우린 국물에 우거지, 선지 등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해장국이다. 새벽 2시가 넘으면 술꾼들이 좀비처럼 이곳을 찾는다. 종로구 종로19길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1만원/(02)735-1690

70년 넘은 역사의 ‘한성옥’은 새벽 5시께 문을 열어 재료가 떨어지면 닫는다. 보통 오후 2~3시면 영업이 끝난다. 꽃분홍색 옷, 금목걸이 등 주인의 패션이 시선을 확 잡아끄는 한성옥은 선지가 넉넉하게 들어간 뼈해장국이다. 용산구 백범로 283/7000원/전화번호 없음

전국/박미향 기자 mh@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pecialsection/esc_section/773778.html?_fr=mb2#csidxd2d6121aaf31c41bd85a1df9c026a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