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맛집 49

객지의 쓸쓸함도 잊게 만든 냉면 한 그릇

[한시를 영화로 읊다]〈89〉나를 위로하는 맛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년)에서 일본인처럼 행세하는 악독한 조선인 코우즈키는 식사 때만큼은 평양냉면을 즐긴다. 조선시대 장유(張維·1587∼1638)가 냉면을 먹고 쓴 시는 다음과 같다.냉면을 읊은 한시로는 두보의 ‘괴엽냉도(槐葉冷淘)’가 유명하다. 홰나무 잎의 녹색 즙을 면 반죽할 때 넣어 냉면을 만드는 내용이 나온다. 두보가 먹으면 시름도 사라진다고 읊은 ‘냉도면(冷淘麵)’은 당나라 궁중음식에서 기원한 것인데 우리 냉면과 달리 비취색 면을 썼다. 고려시대 이색(李穡)의 시에도 이 중국식 냉면에 대한 언급이 있다(‘夏日卽事’). 위 시에선 이와 달리 우리 냉면을 읊고 있다는 점이 이채롭다. 그런데 시인이 먹은 음식은 오늘날 즐겨 먹는 평양냉면의 맑은..

car2/맛집 2024.09.05

저절로 입이 열렸고 웃음이 튀어나왔다

정동현의 pick] 유린기정동현 음식칼럼니스트입력 2024.08.17. 00:40 찜기 속 만두의 기분이 이랬을까? 저녁 나절이었지만 몸을 덮치는 더운 기운은 힘이 떨어지지 않았다. 도로를 달리는 차의 배출 가스, 좁은 인도에서 스쳐 지나가는 행인의 체온 모두가 여름의 한 부분 같았다. 서울 신논현역에서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쪽으로 방향을 잡고 길을 걸었다. 왼쪽으로 주유소가 있었고 그 바로 뒤,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다닥다닥 붙은 ‘서초오피스텔’이 있었다. 목적지는 그 건물 지하의 한 중국집이었다.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니 예스러운 글자체로 ‘중국집’이라고 쓴 간판이 보였다. 중국집 위에는 또 조그맣게 한자로 ‘경파(鯨波)’라는 글자가 붙어 있었다. ‘고래 같은 파도’라는 뜻이니 이 집 기세가 만만치 ..

car2/맛집 2024.08.17

[김준의 맛과 섬] [180] 강릉 산채정식.

강릉 산채정식 강릉은 바닷가에 있는 도시다. 여기에 커피와 서핑이 접목되어 젊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그곳에 며칠 동안 폭설이 쏟아졌다. 그 눈길을 헤집고 찾아간 곳이 소금강 장천마을 산나물 백반을 내놓는 집이다. 산골에서 살았던지라 나물이라면 이것저것 많이 먹었지만, 안주인이 내놓은 상차림을 보고 기가 죽었다. 저 나물을 다 먹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까지 했다. 취나물, 명이나물, 나물취, 뽕잎, 다래 순, 가지, 참두릅, 까마귀 버섯, 깻잎, 개두릅, 갯방풍, 무나물, 더덕, 고사리, 고구마 줄기, 새송이버섯 등 열댓 가지다. 여기에 능이버섯을 넣은 무국과 오곡밥을 내놓았다. 반주는 옥수수 막걸리다. 늘 주문진이나 사천진에서 생선구이나 탕이나 회나 조림을 찾았기에 강릉에 산나물이 많이 난다는..

car2/맛집 2024.03.06

3분 만에 완판된 성시경 막걸리, 비교 시음해보니 [여기 힙해]

성시경 막걸리. /성시경 인스타그램 “툭툭툭툭.” 잔을 타고 뽀오얀 막걸리가 떨어집니다. 질감은 꾸덕한 생크림 요거트, 향은 사과와 배의 과실향이 납니다. 첫 잔은 얼음 없이 마셔보았습니다. 묵직하고 탄산 없는 진한 맛, 전통 막걸리 애호가들이 좋아할 것 같습니다. 막걸리의 에르메스로 불린 ‘해창 막걸리’와 비슷하지만, 조금 더 상큼하고 새콤달콤합니다. 이는 얼음을 넣어 조금 녹인 후 마셨을 때 더욱 빛을 발합니다. 혹시나 하고 탄산수도 살짝 타보았습니다. 한국의 막걸리 샴페인 ‘복순도가’와도 비슷해집니다. 하이볼을 좋아하는 젊은층 취향과도 잘 맞을 것 같습니다. 데뷔 24년차인 가수 성시경의 첫 외도, ‘경탁주 12도’입니다. ◇성시경 막걸리, 마셔보니 성시경 막걸리. /이혜운 기자 지난 22일 성시경..

car2/맛집 2024.02.26

[김준의 맛과 섬] [178] 마산 참복국

통영 쫄복국 얼마 전 주문진 위판장에서 활어차에 가득 실리는 복어를 만났다. 강릉은 물론 강원도에서 복은 낯선 어류였다. 지금은 귀한 오징어를 대신할 만큼 어민들에게 효자다. 더구나 오징어잡이 비슷하게 채낚기로 잡을 수 있으니 얼마나 대견하랴. 저렴하게 복을 구입하려면 주문진 어시장을 권한다. 이곳에서 잡힌 활복은 서울과 마산으로 간다. 복국은 부산, 마산, 통영, 여수 등이 유명하다. 남해안에서 많이 잡히고 소비되었던 탓이다. 그중 복국 본향이라면 마산을 꼽는다. 우리나라 유일한 복요리 거리가 있다. 노포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복국은 아무래도 아침 일찍, 심지어 새벽에 먹어야 맛이 있다. 술을 먹은 다음 날이라면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참복국 우리나라에서 즐겨 먹는 복으로는 참복, 자주복, 까치복, ..

car2/맛집 2024.02.21

[만물상] 한국의 스시

지금 유행하는 스시의 원형은 19세기 초반 에도(도쿄)에서 시작된 스시다. 패스트푸드식 대중 음식으로 일본식 포장마차인 '야타이'에서 팔았다. 에도시대의 스시 야타이 그림. 회전초밥집의 빙빙 돌아가는 접시엔 스시 두 개가 놓여 있다. 왜 두 개일까? 옛날 스시는 요즘의 2.3배 크기였다고 한다. 한입에 넣을 수 있도록 나눠 내기 시작한 데에서 접시당 두 개가 됐다는 것이다. 스시는 포장마차에서 주먹밥처럼 크게 만들어 팔던 대중 음식이다. 값이 비싸지고 장소가 화려해졌지만 요즘도 포장마차 때처럼 셰프가 손님을 마주하고 스시를 만들어 주는 곳이 많다. ▶옛날 스시는 밥과 생선을 섞어 발효시킨 한국의 식해 같은 음식이었다. 발효는 저장고가 필요하고 시간이 오래 걸린다. 19세기 들어 수산물이 풍부한 도쿄를 중..

car2/맛집 2021.11.27

이베리코란 !

이베리코돼지는 스페인 이베리코반도의 데헤사라고 불리는 목초지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 유채꽃 허브를 먹고자란 돼지의 종류입니다. "걸어다니는 올리브나무" 라는 별명이 있을정도로 올레인산(불포화지방)이 포함되어있어 일반돼지에 비해 풍미가 뛰어난 까닭으로 전세계의 유명 레스토랑과 미식가들의 식탁위를 점령하고있는 뛰어난 식재료가 되고 있습니다. 세계의 4대 진미. 검은털과 까만발굽을가진 흑돼지로 야생에 가까운종이기때문에 자연방목으로 비유하는것이 특징입니다. 자유롭게 자라나기에 근육조직내에 52.8% 이상의 올레인산성분의 불포화지방산과 비타민B군, E군, 아연,철분등의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노화방지에 효과가높은 항산화제의 함유율이 높으며, 전세계 음식평론가들이 최고의세프로꼽은 전설적인 "페라아트리어"가 내생에 ..

car2/맛집 2021.09.14

"우리 식당 맛은 6곳 중 6등"…한 곰탕집의 희한한 꼴등 마케팅

나주는 전라도 대표 지역이다. 과거가 더욱 찬란했다. 조선시대까지는 나주가 광주보다 큰 도시였다. 전주와 나주를 합쳐서 전라도였다. 고려 시대부터 나주목으로 불린 정치와 행정의 중심지였고, 역사적 사건과 유물을 남겼다. 나주를 본관으로 하는 성씨가 60여 개나 될 정도로 수많은 역사적 인물을 배출하기도 했다. 광주가 나주보다 커진 시기는 일제강점기인데, 이때 나주에 유명한 작물과 음식이 탄생하게 된다. 이제는 거의 고유명사로 굳어진 나주배와 나주곰탕이다. ◆ 60년부터 전국구 스타로 부상한 나주 배 나주 배는 오래전부터 명성이 높았다. 조선 시대 임금의 진상품에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그렇지만 전국을 대표하는 배가 된 때는 일본이 침략한 후 일본 농어민들이 대거 이주해 나주의 비옥한 충..

car2/맛집 2021.08.26

1만원 내면 거스름돈 받는다, 맛·가격 시원한 반값 냉면 5

미식가가 추천하는 반값 냉면 5 이혜운 기자 입력 2021.07.16 03:00 만원이하 냉면 “냉면처럼 말 많은 음식도 없을 것이다. 평양냉면 앞에서는 저마다 꼭 한마디씩 하게 된다. 그래서 평양냉면 애호가들은 ‘부심’이 강하고 유난스럽다는 핀잔을 듣기 일쑤다.”(MZ 세대 작가 미깡의 ‘나라 잃은 백성처럼 마신 다음 날에는’ 중에서). 시원한 사골육수와 직접 담근 열무김치, 매끈하고 쫄깃한 면발이 어울린다. 서울 천호동 송월냉면. 평양냉면은 아니지만 6000원에 가격과 맛의 밸런스를 잡았다.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미식가들의 말 많은 음식, 냉면. 하지만 요즘은 화두가 달라졌다. 전에는 미세한 맛의 분별이 주제였다면, 요즘은 너무 비싸진 가격. 우래옥 평양냉면은 1만4000원, 봉피양 평양냉면 순면..

car2/맛집 2021.07.16

민어회는 숙성회가 최고라고? 횟집 수족관 민어에 속았군요.

손민호 레저팀장의 픽- 여행기자가 생선회 먹는 법② 여름 별미 민어회. 적당히 숙성한 민어회는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 백종현 기자 벌써 여름입니다. 슬금슬금 민어가 생각나는 계절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여름 보양식의 대표 주자가 되었지요. 민어는 어쩌다 여름 생선이 됐을까요? 여름에만 잡히는 게 아닌데 말입니다. 더욱이 민어는 여느 제철 생선과 달리 선어회가 맛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여행기자가 생선회 먹는 법’ 두 번째 순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습니다. 이른바 계절 별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이 칼럼은 100% 취재를 바탕으로 삼았지만, 100% 진실이라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 바다가 그만큼 넓습니다. 제철 생선은 무엇인가요? 알 찬 주꾸미. 하얀 밥알..

car2/맛집 2021.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