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30년 경력 치과의사, 3D 프린팅 기술로 로켓엔진 만든다

오완선 2024. 4. 8. 09:43

선경훈 인스텍 대표.

 

 

“인공관절 표면이 뼈와 잘 접합되도록 만드는 DED 방식 금속 프린팅 기술에 주목해 인스텍을 인수했지요. 이후 독자적인 추가 기술 개발에 성공해 우주 항공과 첨단 의료 기기 제작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3D 금속 프린팅 회사인 인스텍의 선경훈 대표는 지난 4일 인터뷰에서 “치과 의사 생활을 30년 했지만, 본업보다는 우주 과학과 첨단 의료 기기 제조 등에 관심이 더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선 대표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과 연세대에서 각각 치의학 학사와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전 선치과병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며, 지난 2016년 인스텍을 인수한 뒤에는 인스텍 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치과의사인 선경훈 인스텍 대표는 인터뷰에서 “인공관절 제작에 필요해 기술 기업을 인수했는데, 이제는 의료 뿐 아니라 우주항공 분야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김기훈 기자.
 

- 치과 의사가 된 계기는?

“부친이 1950년대 말에 독일 유학을 한 정형외과 1세대 의사다. 대전에서 선병원을 창립했다. 그 영향으로 5형제 중 맏형과 둘째 형이 의사, 넷째인 내가 치과 의사가 됐다. 나는 한국에서 고교를 마친 뒤 부친의 권유로 미국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이후 다시 미국 치과대학에 들어가 4년간 공부했다. 먼저 유학 와 있던 셋째 형의 권유와, 구강 건강의 중요성이 사회적 이슈였던 영향이 컸다.”

- 인스텍과의 인연은?

“둘째 형이 정형외과 의사로 일하면서 인공관절의 국산화 없이는 세계 일류 병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 2000년 인공관절 벤처회사인 코렌텍을 창업했다. 인공관절 회사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인공관절 표면을 잘 코팅해 뼈에 잘 붙게 할 수 있는지이다. 당시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플라스마 스프레이 기술이나 비드 코팅 같은 기술을 이용해, 구멍이 많은 다공성 표면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기술적으로 사람의 뼈와 비슷한 형태로 크기나 구조를 만들 수 없었다.

이런 난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당시 인스텍이 갖고 있던 DED 금속 프린팅 방식을 이상적인 다공성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으로 보고 인수했다. 이후 기술 개발에 전력을 다해 세계 최초로 DED 방식 코팅에 성공하고 미국 FDA(식품의약국) 허가까지 받게 됐다.”

노후된 무릎관절을 금속제 인공관절로 대체한 모습의 개념도./브루스 블라우스(위키피디아, 2015년 11월 12일)

- DED 방식은 어떤 기술인가?

“금속 분말 공급 장치에서 철·코발트·니켈 등 서로 다른 금속 분말을 6개까지 정밀 분사시키고 이를 레이저를 이용해 녹인 상태로 표면에 한 층 한 층 쌓아 올리는 첨단 적층 기술이다. 적층을 정밀하게 할 수 있고, 부위에 따라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금속을 적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형 구조물도 빠른 속도로 제작할 수 있다. 금속 분말 6가지의 배합 비율을 달리해 가며 동시에 혼합해 적층할 수 있는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스텍이 유일하다. 고압·고온 환경에서 작동돼야 하는 우주 항공 부품이나, 한쪽 면은 코발트크롬, 다른 쪽 면은 티타늄이 필요한 첨단 의료 기기 제작 부문에서 독보적인 기술이다.”

 

- 그동안 실적은?

“과거에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티타늄 소재의 제트기 엔진 날개 수리를 했다. 2017년부터는 창의적인 금속 프린터를 제작해 미국·유럽·아시아 지역 15국의 군·기업·대학 연구소에 80여 대 납품했다. 최근에는 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발사체(로켓)의 엔진 분사구를 제작하고 있으며, 인공 무릎관절과 인공 고관절(엉덩이)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제품화하고 있다.”

첨단 3D 프린팅 기술은 의료 분야 뿐 아니라 우주항공, 산업용 기계 제작과 수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된다. 사진은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3년 3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는 모습./항공우주연구원

- 가격 경쟁력은?

“예를 들어, 제트기 엔진 날개의 일부가 파손돼 해외 제조 업체에 수리를 요청하면 날개 전체를 갈아 끼우는 것이 관례이다. 하지만 우리의 적층 기술을 사용하면 파손된 부분에만 새살을 돋게 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다. 우주 발사체의 엔진과 인공관절의 경우에도 부분별로 금속재료의 배합 비율을 달리하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비율)를 높일 수 있다.

인스텍은 가격 경쟁력보다 기술 경쟁력이 있는 회사다. 예를 들어, 현재 미국의 한 대학 금속재료 연구소에서 요청한 제품은 경쟁사가 없기 때문에 우리가 가격을 정한다. 기술 경쟁력에 기반해 창의적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다.”

- 치과 의사 시절 경험이 도움이 되나?

“많은 도움이 된다. 선치과병원은 치과 의사 40여 명 등 직원이 200명이나 된다. 의사 생활 첫 10년은 임플란트 임상 의사로 일했고, 이어 15년 이상 병원 경영에 주력했다. 이후 코렌텍 대표도 맡으며 조직 관리를 했다. 이러한 경영 경험이 인스텍으로 이어지고 있다.”

- 병원과 기술 기업 경영 중 어느 것이 더 재밌나?

“인스텍이 더 재미있다. 적용 분야가 넓은 데다, 어릴 적 아폴로 우주선의 달 착륙에 환호하면서 우주, 달나라, 로켓을 동경했기 때문인 것 같다.”

- 스트레스 관리는?

“재즈 음악을 좋아해 즐겨 듣는다. 또 체력 관리를 겸해 운동을 하거나 반려견과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치과의사인 선경훈 인스텍 대표가 최첨단 공법의 3D 금속 프린터로 만든 로켓 엔진 분사구를 들어 보이고 있다./김기훈 기자

- 향후 계획은?

“앞으로의 세상은 우주 항공과 헬스케어가 주류가 될 것이다.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인스텍의 금속 프린터 판매를 늘리고, 우주 항공 업체, 방산 업체, 첨단 의료 기기 업체와 협력을 확대할 예정이다. 현재 개발 완료 단계인 대형 프린터 제품도 사업화하고, 공장 자동화 과정도 연구 중이다. 작지만 너무 큰 회사, 경쟁하지 않고 독점하는 지속 가능한 회사가 우리 모든 임직원의 목표이다.”

 

 

                                                                            2024.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