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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영감이 쏟아지는 여행 "Jeju" Deep Place 18

오완선 2012. 7. 5. 06:01

올레는 여행 패턴의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먹고 마시고 놀고 자는 영원불변의 여행 공식 대신 걷고 사색하고 꿈꾸고 자연에 안기는 여행 스타일을 제주 올레가 제안한 적은 없다. 그 길을 걷는 사람들이 스스로 그렇게 변화한 것이다. 길을 걸으며 자연의 냄새를 호흡하며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선선한 눈동자를 마주하면 떠올릴 수 있는 자신의 미래가 무궁무진하다.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제주의 깊은 여행은 그러나 심각한 모습은 아니다. 구름 위에서의 득도라고나 할까?
제주도 2박3일의 루트

토요일 첫 비행기를 타고 가서 월요일 마지막 비행편으로 돌아왔다. 교통은 렌터카를 이용했고 루트는 무조건 바다와 가장 가까운 해안도로만 선택했다. 내비게이션 목소리에 미안할 정도였다. 보고싶은 것 다 보려고 아침 6시부터 돌아다니기 시작, 해질녘까지 셔터를 눌러댔다. 가히 제주 풍경 난사사건이라 기록할만 하다. 그렇게 강행을 해도 결국 모두 보진 못했다. 결정적으로 궁금했던 월정리 해변도 비행기 시간에 쫓겨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것은 다음 여행의 확실한 동기를 준 고마운 일로 여기기로 했다. 더듬어 보니 3일 동안 달린 거리가 230km 정도였다.

이동경로 공항 뒤 용두암(올레 17) - 이호테우해변(올레 17) – 고내리(올레 16) - 애월 – 곽지 – 한림(올레 15) – 협재(올레 14) – 한경(올레 13) – 모슬포(올레 11) – 송악산(올레 10) – 용머리해안, 산방산(올레 10) – 화순항 – 중문(올레 8) 건너 뛰고 – 구럼비(올레 7) – 법환(올레 7) – 제지기오름(올레 6) – 쇠소깍(올레 6-5) – 위미항 영화 건축학개론 등장 주택(올레 5) – 남원(올레 5-4) – 표선(올레 4-3) – 섭지코지 – 성산(올레 1) – 종달리 – 세화 – 평대리(올레 20-신규 개통 올레)
지구가 만든 디자인
올레길도 드라이브도 스쿠터도 여행의 목적은 아니었다. 그저 ‘그곳’이 궁금했을 뿐이다. 첫째, 태고 자연이다. 메트로폴리탄들은 발칙한 디자인의 빌딩에 열광하고 여인의 몸매를 닮은 스포츠라인의 세단에 환장하고 똑 떨어지는 수트와 반짝이는 리갈 구두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지구가 만든 디자인과 필적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디자인이라는 것들은 모두 자연에서 모티브를 가져온 ‘흉내’일 뿐이다.

둘째, 기발한 공간이 궁금했다. 요즘 제주의 화두 가운데 ‘해탈 카페’와 ‘망명 도미토리’가 주목받고 있다. 그 카페에 들어서면 어쩌면 그렇게 그 공간과 꼭 닮은 주인이 앉아있는지, 애완견과 카페 디자인은 주인의 얼굴을 닮는다는 진리가 통용되는 세상이지만, 그런 인간과 공간의 일란성 조합은 언제 보아도 신기 또 신기할 뿐이다. 도미토리는 사지 멀쩡하고 가방 끈 만만치 않은 도시 출신의 선남선녀들이 어느날 보리수 아래에서 득도하듯 훌훌 털고 일어나 제주로 휘리릭 이사, 호구지책으로 차린 숙박 시설들이다. 그들은 본토의 도시가 그닥 싫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부터 꿈꿔왔던 제주 이주의 꿈을 그 어느날 실천했을 뿐이다. 그러나 제주에서 시작된 제2의 삶은 공간 이동의 개념을 뛰어넘는 완벽한 새 삶이 되었다. 가히 이전의 삶은 모두 부정해버린다 해도 후회할 것 없는 다른 차원의 삶이 그들을 감싸고 있다. 찬란한 햇빛, 무서운 폭풍우,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던지는 전혀 다른 언어들, 밤이 내리면 그 어떤 인간의 음성도 들리지 않는 고독의 축복, 밤새 몰아친 비바람을 흔적도 없이 꿀꺽 먹어버리는 현무암의 신비로움, 바닷물이 모여 스스로 바위를 뚫고 치솟아 올라 단물(민물)로 변신하는 지구의 호흡을 매일 접하며 산다는 것을 극단적으로 절제한 표현이 ‘망명’이다. 사실 그것은 새로 열린 우주에서의 호흡과 다름 아니다.

셋째는 제주의 프로방스가 궁금했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게 올레, 한라산, 오름, 중문, 서귀포 정도다. 제주는 분명 관광지이지만 모든 지역이 여행자가 흘리는 돈만 먹고 사는 건 아니다. 그들의 조상은 탐라라는 독립국가의 시민이었다. 탐라가 만든 삶의 형태, 땅 이용법, 바람 막는 법은 대한민국 제주에서도 변함없이 그 방식 그대로 영위되고 있다. 제주의 시골을 본다는 것은 탐라 문화의 일단을 더듬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제주를 제주도라 부르지 마시길 부탁드린다. 제주도의 ‘도’는 섬 ‘島’자가 아닌 행정구역 이름 ‘道’자다.

몸이 좋아하는 검은 모래
이호 테우해수욕장



이곳이 해수욕장이 된 것은 이상한 일이다. 이호해변은 제주에서 가장 오래 된, 아니, 탐라국 시대부터 포구로 이용되던 지점이다.

그만큼 항구로서의 깊고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테우’란 뗏목과 비슷하게 생긴 배로, 제주 인류가 만든 최초의 어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사진에서 보듯 이곳의 해안선은 검은 모래로 가득하다. 검은 모래는 흰 모래에 비해 화려함은 떨어지지만 수분이 많고 토양 특유의 영양분을 내포하고 있어서 검은 모래로 찜질을 하면 피부와 속살이 좋아한다. 그렇다고 한번의 찜질에 피부가 여신급으로 진화할 것이라는 몽상은 금물.

서부 해안에서 해수욕을 할 생각이라면 이호가 최고다. 포구가 있으니 어부가 잡아온 해산물을 싼 값에 즐길 수 있다는 장점도 주목할 만 하다.

위치 및 전화번호
제주도 제주시 이호동 1600 / 064-728-4923
가까운 올레 : 17코스
170만년의 짝사랑
내도동 시골풍경과 암맥군
시골 제주의 따뜻한 정취와 화산섬의 쓸쓸한 바위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바이크 또는 하이킹 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기필코 들여야 하는 ‘제주스러운 곳’이 바로 여기다. 외도동에 가면 세 가지 풍경을 잡아야 한다.

하나는 제주 농촌과 밭과 밭 경계를 이루고 있는 밭담이다. 강풍에도 무너지지 않는 결속력을 가진 담장이다. 현무암 특유의 바람 구멍과 표피의 그립이 서로의 피부를 붙잡아주기 때문이다.

외도동 일대는 제주 공항에 인접해 있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외도동 밭 위로 강하하고 있는 여객기의 풍경이 이색적이다. 외도동 암맥군은 화산섬 제주를 엿볼 수 있는 자연 유산이다. 제주가 화산 활동을 했던 시기는 170만년 전 즈음이었다. 그때 지상으로 올라온 마그마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다시 바다로 내달렸다. 어떤 무리는 바다 속으로 들어가 용암이 되기도 했고 또 어떤 무리는 연안에서 응고되어 갯바위가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럴까? 내도동 암맥군을 보고 있노라면 바위들이 바다를 짝사랑하면서도 제 발로 가까이 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안타까운 마음이 일어난다.

위치 제주도 제주시 내도동 464
가까운 올레 : 17코스
제주에만 있다
비아무인카페

제주에 무인카페가 많아진 것은 제주를 찾는 사람들 가운데 개인 여행자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혼자 걷다 무인카페에 들어간다. 베낭을 내려놓고 내가 원하는 음악을 틀고(주크박스는 아니다), 마시고 싶은 차를 마시며 맘껏 쉰다. 책을 읽을 수도 있고 한쪽에 있는 통기타를 꺼내 노래 한 곡 해도 상관없다. 물론 다른 여행자들에게 민폐를 끼칠 정도의 실력이라면 당연히 자제해야 한다. 휴식이 끝났다면 자신이 사용한 컵, 스푼 등 도구 일체를 설거지하고 마른 행주로 물기까지 깔끔히 제거, 원래 있던 자리에 앉히고 행주도 빨아 탁탁 털어 제자리에서 마르도록 해야 한다. 가격표는 벽에 붙어있으니 돈 통에 넣어주면 된다. 보통 자기가 마신 차 값만 내고 가지만 이런 문화를 응원하고 싶은 사람은 얼마간의 기부금을 플러스하기도 한다. 진짜로 가게 안에 주인이 없냐고? 그렇다. 비아무인카페는 애월 가는 길에 우연히 발견, “꺅” 소리를 내며 차를 세우고 들어간 집이다. 제주를 여행한다면 일부러라도 한번 가볼만한 가치 공간이다. 모든 차와 음료는 한 잔에 2000원이고 과자는 한 접시에 1000원이다. 애완동물을 데리고 실내로 들어갈 수 없으며 담배는 당연히 피울 수 없다. 음식물을 갖고 들어가 먹는 것도 물론 안된다. 오전 9시에 문 열고 밤 11시에 문 닫는다. ‘비아’는 ‘자유롭게 날 수 있는 곳’의 뜻과 제주 말로 ‘비우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위치 제주시 애월읍 신엄리 957
그냥 담 허물고 벗은채 물 뿌리자
곽지 과물해변 용천수 노천탕


용천수는 담수로 제주에서는 단물이라고 표현한다. 과물해변의 용천수도 담수다. 바다에서 올라오는 것 같지만 사실은 대수층이라 불리는 지층에서 뿜어지는 것이다. 제주 용암이 얼마나 거대했으면 바위 하나가 축구장 만할까. 그러니 바다 속으로 이어진 지하 단층에서조차 식수가 올라오는 것이다. 곽지 과물해변의 용천수도 예전에는 식수로 이용되었다. 지금은 노천탕으로만 쓰이고 있다. 이곳이 과물로 불리는 것은 이곳에 있는 용천수 우물의 이름인 ‘석경 감수’와 관계 있다. 석경은 우물이 있던 당시 이곳의 지명이었고, ‘감수ʼ란 단물(甘水)을 뜻하는 제주 말인데. 그 감수가 이런저런 변화 끝에 과물이 된 것이다. 노천탕은 남녀탕으로 구분되어 있고 바다를 향한 곳에도 벽을 쌓아두었다. 이런 광활한 자연에서 그냥 남녀 구별만 해 놓고 바다를 향한 벽은 허물고 물을 뿌리게 하면 더욱 좋아들 할텐데.

위치 및 전화번호
제주시 애월읍 곽지리 / 064-728-8884
가까운 올레 : 15코스 남읍리사무소 근처에서 2.4km
때깔 고운 태고 해안
협재해수욕장과 한림공원

아마도 제주 해수욕장 가운데 가장 잔잔하고 예쁜 해변일 것이다. 해수욕장 정면 1.4km에 위치한 비양도가 협재로 몰려오는 큰 파도를 걸러주고 협재 해변을 이루고 있는 수심 산호와 갯바위 색깔, 그리고 맑은 하늘빛이 어우러져 언제나 반짝반짝 빛나는 곳이 협재해수욕장이다. 바닥이 완만하고 얕아서 해수욕이나 바다 걷기가 만만하다. 해수욕장 바로 뒤에는 한림공원이 있다. 치솟은 야자수 숲과 화산 활동으로 생긴 동굴이 개방되어 있는 곳이다. 한림공원에 협재해수욕장을 포함하면 이곳은 제주의 모든 것을 담은 여행지라고 단정지어도 무리가 아니다. 한림공원에 들어가면 하늘 높이 치솟은 야자수길, 야생화 천국 산야초원, 차갑지만 부드러운 기운이 가득한 화산 활동의 결과물 협재굴과 쌍용굴, 제주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재암민속마을, 공작과 타조 낙원 사파리조류원, 연꽃의 향연이 펼쳐지는 연못정원, 그리고 수석 전시관, 아열대식물원 등을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 이곳은 잠시 머물기에는 보고 만지고 느낄 것들이 너무 많다. 입장료는 9000원.

위치 및 전화번호 제주시 한림읍 한림로 300 / 해수욕장 064-728-7672 / 한림공원 064-796-0001
가까운 올레 : 14코스
바다가 그리운 사람들을 위한 절벽 올레
송악산


올레길 10코스 언덕 꼭대기에 송악산이 있다. 송악산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멀리 산방산과 용머리 해안이 보인다. 올레길 송악산 코스를 걸으면 바다가 한 눈에 보인다. 안전을 위한 난간이 있어서 여유롭게 걸을 수 있지, 그렇지 않으면 오금이 저려 움직이기조차 힘들 정도로 이곳의 산새는 험하다. 언덕 초입에 오르면 조금 전 서 있던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 일본군 지하동굴, 검은모래 해변 등이 아찔하게 내려다보이고 멀리 가파도가 보인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마라도까지 보이니 송악산은 제주에서 가장 많은 제주를 볼 수 있는 높이 104m의 기생 화산이라 할 수 있다. 송악산 초입까지 가면 깎아지르는 절벽과 잠수함 체험을 위한 해상 기지의 모습도 눈에 잡힌다. 송악산 정상까지 오르려던 계획은 입구 푯말 하나로 사그라졌다. 얼마나 많은 등산화가 이곳을 밟고 다녔는지, 산 정상 부근이 엉망이 되었으니 잠시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송악산에 오르지 못한다고 절벽 올레마저 포기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땅에 발을 딛고 까마득한 절벽 위에서 바다를 굽어볼 수 있는 기회가 평생 몇 번이나 올 수 있을까. 송악산 아랫마을에는 해녀들이 제법 많다. 그녀들이 보고싶고, 그들이 잡아온 신선한 해산물을 맛보고 싶다면 아침 일찍 이곳에 가야한다. 여름철이 되면 해녀들은 새벽 5시부터 물질을 시작, 오전 10시 정도면 일을 마치고 장사를 시작한다. 요즘은 성게가 제철이다. 맘껏 돈 펑펑 쓰며 사 드실 것을 강추한다. 그녀들의 노동량에 비해 해안 천막에서 팔리는 해산물 가격은 너무도 싸다.

위치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131
가까운 올레 : 10코스
세상 별거 없다 천천히 걷자
LAZYBOX 카페
산방산 주차장에서 동굴로 올라가는 계단 초입에 LAZYBOX(레이지박스, 게으른, 천천한 공간)라는 간판이 보인다. 계단을 올라 가까이 가니 바다를 향해 앉아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출입문에 걸려있는 무명천 발이 정겹다. 바람에 살랑살랑 춤추는 모습이 마치 승무를 보는 듯 가볍고 경쾌했다. 실내 공간은 세련미와 자연미가 적절히 섞여있는 모습이다. 인상적인 것은 벽에 걸려 있는 작품들. 레이지박스에서는 매달 제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아마추어 중심)들의 작품을 일정한 주제 하에 초대, 전시를 열고 있다.

7월에는 해녀, 열대 등을 주제로 하는 그림전을 준비중이다. 주방 쪽을 보니 누가 주인장인지 단박에 알 수 있는 얼굴이 눈에 잡힌다.

그녀는 서울에서 환경 관련 전문 출판사 편집장으로 활동했었고, 남편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연애할 땐 몰랐는데 결혼하고 얘기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제주에 살었으면 하는 꿈이 있었다. 5년 뒤에 가서 살자,라고 합의한 것이 3년 전의 일이었다. 2년을 앞당겨 제주로 건너온 것이다. 최종 결심을 할 때 용기를 준 사람은 이미 20년 전에 이곳에 와서 자리잡고 살고 있던 장년 부부였다. 그들은 ‘무엇을 걱정하냐, 그냥 오면 된다, 우리도 그랬다’는 말로 용기를 주었고, 여유있는 삶의 모습을 통해 결심을 앞당기는 동기를 주기도 했다. 이들은 먼저 게스트하우스를 차렸고 자리가 잡히자 이곳에 카페를 열었다. 메뉴는 커피와 차, 음료, 그리고 디저트 메뉴 등이 있다. 최근에 개발한 ‘당근케이크’와 ‘브라우니’도 눈에 띄는 메뉴다. 쉬는 날 없이 오전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열린다.

위치 및 전화번호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177-5 / 064-792-1254
가까운 올레 : 10코스
돈만 있다고 누구나 게스트하우스를 가질 순 없다
레이지박스 게스트하우스
카페에서 게스트하우스까지는 1.8km, 차로 약 10분 거리였다. 구입한 값의 두 배 이상의 비용을 들여 리모델링했다는 이 게스트하우스는 무엇 하나 부족한 게 없는 (거의)완벽한 공간이었다.

잔디 깔린 마당, 모기 쫓는 허브 ‘구문초’, 발길만 스쳐도 향기를 뿜어내는 카모마일, 현무암 징검다리, 하얀색 벽, 프라하 지붕 칼라(밝은 주황), 단정한 객실, 부족함 없는 욕실과 화장실, 아담한 주방 등등 주인들이 보여주고 있는 구조와 디자인은 그저 돈만 투자한다고 될 일이 결코 아니었다. 게스트하우스에는 모두 세 동의 집이 있다.

한 동은 앞에서 설명한 도미토리, 또 한 동은 휴게실로 객실 손님들이 독서, 차 한잔, 간식 먹기에 좋은 공간으로 꾸며놓았다. 나머지 한 동은 주인 부부의 살림집이다. 제주의 도미토리 이용료는 대략 2만원에서 2만5000원 선이다. 레이지박스의 경우 2만원이다.

체크인 16ㅅ~21시 / 체크아웃 11시
예약 홈페이지 http://lazybox.co.kr / 당일 예약 070-8900-1254
가까운 올레 : 10코스
둘라밤, 8400만번의 윤회를 기다려 인간이 되다
용머리 해안
제주에서 가장 오래된 태고의 해안이 용머리해안이다. 이곳에 들어가는 길이 두 갈래다. 한곳은 산방산 주차장에서 가까운 곳에 있고 또 한 곳은 하멜표류선 근처 입구다. 무조건 산방산 주차장 방향에서 들어가야 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거대한 바위 두 개가 눈 앞에 있고, 그 틈으로 내려가면 수억년 동안 바람과 파도가 때려 만들어진 용머리해안 앞에 서게 된다. 바위 틈 언덕을 내려가며 마음은 두려움으로 가득해진다. 저렇게 단단한 바위에 구멍이 뻥뻥 뚫리려면 그 긴 세월 동안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다는 말일까. 산스트리트어인 ‘둘라밤’은 8400만번의 윤회를 거쳐야 인간이 된다는, ‘정말 잡기 어려운 기회’를 일컷는 말이다. 인간이란 존재가 그렇게도 잡기 어려운 기회의 가치였던가? 용머리 해안에 서면 꼭 ‘둘라밤’이 아니라도 ‘시간과 인간과 인연’에 대해 잠깐이라도 생각하게 된다. 지질학적으로 용머리해안은 화산활동의 산물이다. 아, 이곳에 가면 파도를 조심해야 한다. 해안선 끝이 아닌, 벽면에 붙어 걷는 게 안전하며 출입을 금지할 경우 조용히 되돌아가는 게 ‘둘라밤’을 위험에 빠트리지 않는 최소한의 방법이다.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가까운 올레 : 10코스
금모래해변의 세기말 풍경
화순해수욕장
올레길 9코스와 10코스의 교차점인 화순항은 묘한 풍경들이 대비를 이루고 있는 곳이다. 첫째, 이곳 화순해수욕장의 모래는 다소 빛이 바랜 황금색깔을 하고 있다. 해가 반짝반짝 하는 날에는 꽤 근사한 모래사장이 될 것은 확실하다. 두번째 풍경은 항구다. 오가는 고깃배, 산방산과 용머리해안 일대를 순항하고 돌아오는 올레 크루즈의 평화로운 모습, 그리고 항구와 붙어있는 곳에서는 방파제에 쓰이는 기반 시설 공장이 24시간 가동 중이다. 화순해수욕장에서도 역시 세 가지를 즐길 수 있다. 첫째 바다에서는 수영보다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항구와 마주보고 있는 곳이라 이곳에 들어가 해수욕을 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래서 카누, 카약 등을 배우거나 즐기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또 하나는 모래찜질이다. 수영은 바다 옆 인공수영장에서 즐기면 된다. 화순은 제주 최대의 용천수가 솟는 곳이다. 깨끗하고 차가운 용천수 풀에서 바다와 산방산 줄기를 바라보며 즐기는 사이 2012년 여름도 영원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위치 및 전화번호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리 776-8 / 064-730-1544
가까운 올레 : 9-10코스
아드레날린 치솟는 모험
올레 크루즈
화순항에서 탈 수 있는 30분 코스의 크루즈 상품이다. 이것은 유람선의 볼거리와 제트 보트의 아찔한 모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제주의 색다른 크루즈다. 바다에서 바라본다. 용머리해안, 화순 금모래해변, 산방산, 송악산 근처의 형제섬 등을 보노라면 땅에서 걸을 때와 전혀 다른 감흥이 올라온다. 스릴은 돌아오는 길에 벌어진다. 직전까지만 해도 유람의 즐거움을 만끽하던 사람들의 팔뚝에 힘줄이 툭툭 튀어나오고 좌우로 흔들어대는 요동 속에 객석에서는 괴성이 튀어나온다. 이렇게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운항을 마치고 나면 정신은 어질어질, 심장은 두근두근, 스트레스는 언제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를 정도로 심신이 개운해 진다. 한적했던 화순항에 지난 일년 동안 갑자기 많은 인파가 찾아오게 된 것도 모두 올레길 10구간과 짜릿한 올레 크루즈 때문이다.

운항 시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시간 간격
운항 코스 화순항 – 화순금모래해변 – 소금막 – 산방산 앞 바다 – 용머리해안 앞 바다 – 형재섬 – 화순황 회항
위치 서귀포시 안덕면 화순해안로 106번길 8
문의 064-732-5900 / www.ollecrz.com
바닷가 마을이란 이런 것
제지기오름
어쩌자고 해안선에 바짝 붙은 채 폭발해버렸을까. 그 덕에 해안마을의 풍경을 오름 정상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고마울 뿐이다. 제지기 오름은 서귀포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올레길 6코스에 붙어있는 아담한 오름이다.

실제로 이곳을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가파른 코스에는 목책 계단을 만들어 놓았고, 완만한 지역은 맨 흙길을 그대로 살려 보폭을 편안히 해 주었다. 무엇보다, 이 오름을 오를 때 사람을 황홀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숲과 해안 마을 풍경이다. 6,7,8월의 숲은 그 어떤 원시림 부럽지 않은 깊은 초록을 선사한다. 어려운 높이는 아니지만 룰루랄라 할 수 있는 경사는 결코 아니다. 400m 정상에 가까워지면서 더욱 가팔라진 계단을 오르노라면 온 몸에 땀이 줄줄 흐르고 입에서는 단내가 올라오며 숨소리는 거칠대로 거칠어 진다. 정상에 올라 숨을 고른 뒤 전망 지점에 서 보니 ‘보목 포구’가 한 눈에 잡힌다. 아만 보고 또 보아도 평화로운 풍경이다. 한라산 중턱에 불끈불끈 솟은 오름을 오르는 것도 깊은 발길이지만 바닷가 오름은 산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톡특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제지기 오름은 제주 해안여행에서 절대 놓칠 수 없는 언덕이다.

위치 서귀포시 보목동
가까운 올레 : 6코스
나도 애인이 있었으면 좋겠다
쇠소깍 카약 체험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보트나 카약을 즐기는 사람의 성 구성 가운데 으뜸은 여자와 남자, 커플이 탔을 때다.

그 다음은 여자끼리다. 최악은 남자끼리 보트에 오르는 일이다. 이런 등식은 무엇을 근거로 이뤄졌는지 모르겠지만, 쇠소깍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올레길 데크 구간에 서서 물끄러미 내려다 보노라면 사실 남자끼리 타고있는 모습이 가장 비루해 보인다.

반면에 남녀가 쌍을 이뤄 노를 저으며 웃음을 나누는 모습을 보면 아무리 심장이 차가운 싱글이라도 ‘내게도 애인이 있었으면’하는 마음에 금새 목이 말라온다. 쇠소깍은 한라산에서 발원, 제주 바다로 향하는 효돈천 하류지역으로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다.

하천의 하류는 보통 평야를 이루는 것과 달리 효돈촌 하류는 여전히 절벽을 이루고 있고, 쇠소깍의 깊은 골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마치 소가 누워있는 모습이라 이름도 그렇게 붙여졌다고 한다. 7월28일과 29일에는 쇠소깍과 해변에서 테우체험, 검은모래찜질, 감귤농장투어, 올레길 걷기, 카약 경기 등을 소재로 하는 축제도 열린다.

위치 서귀포시 효돈동 / 064-760-4625
가까운 올레 : 6-5코스
기발만발
쿨쿨 게스트하우스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쿨쿨 게스트하우스로 지은 사실 하나로 결코 예사 인물은 아닐 것이라는 편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다음날 오전 쿨쿨하우스 초입에서 사실로 판정이 났다. 쿨쿨은 사업을 접은 농장 부지를 매입, 새 건물을 지어 만든 모던한 게스트하우스 공간이다. 그런데 그 주변은 여전히 감귤농원이 둘러쌓고 있어서 쿨쿨로 들어가는 동선 내내 감탄사를 불러일으킬 만 했다. 감귤나무 빼곡한 농원과 빈티지가 되어버린 노변 창고, 좁고 아득한 흙 길을 마주하며 이곳이 한국인지, 제주인지, 시실리인지……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쿨쿨 게스트하우스는 일단 부지가 넓어서 좋다. 바로 앞에 파란색 지붕들은 일부러라도 가볼만 하다는 ‘서귀포 향토 오일장’이다. 감귤농장에 둘러쌓여있는 만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만만치 않지만 서귀포 구 시외버스터미널까지 픽업 서비스를 해주고 있고 콜택시들도 금방 올 수 있는 거리라 불편은 없다는 게 쿨쿨에서 만난 손님들의 이야기다. 쿨쿨의 뜻은 제주 돼지의 웃는 소리 쿨쿨, 깊게 잠든 소리 쿨쿨, 제주도 바람을 닮은 쿨쿨, 그리고 쿨한 두 남자가 있어서 쿨, 쿨이라고 했다.

이용법 체크인 16시~22시30분(이후 입실 불가) / 체크아웃 11시
예약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jejucoolcool / 문의 064-767-5000, 010-7145-2850
가까운 올레 : 6코스, 7코스, 7-1코스
말 걸고 싶은 주인장
함PD네 돌집
주인장의 얼굴을 보며 대화하고 싶었던 마음은 그의 아내(그녀 또한 주인장이다)만 대면한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또한 밤낮없이 동네 일에 참여하고 다닌다는 전언을 듣고 이제 평대리 사람이 된 함피디와 느긋하게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라는 반성까지 하게 되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함피디 부부는 같은 방송국 동료 PD 부부였는데, 오랜 세월 방송 제작이다 뭐다 밤낮없이 일에 파묻혀 살던 어느날, 이제 피디 그만 두고 제주에 가서 우리 자신을 위해 살자며 바다를 건넜다. 그리고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제주 동부해안 구좌읍 평대리 마을 안에 전통 돌집을 장만, 자신들만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도미토리와 단독주택 렌탈하우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집은 디귿자로 구성되어 있는데, 한 채는 도미토리로, 또 한 채는 독채 임대용으로, 또 한 채는 휴게실로 이용되고 있다. 휴게실 밖 문을 열면 평상과 테크가 나오고, 데크 위에 홀로 앉아있는 의자가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이용법 체크인 16시~21시 / 체크아웃 11시
예약 홈페이지 www.hampdnedolzip.com
문의 070-4383-0104(1300~1800)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8-2
구좌읍 특산물
미쓰홍당무하우스&카페
미쓰홍당무에서 처음 느낀 것은 아니지만, 게스트하우스를 영어 대명사로 부른다면 ‘She’가 어울릴 것 같다. 가는 곳곳 깔끔하고 단정하며 빈틈없고 청결하다. 미쓰홍당무는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집이다.

미쓰홍당무하우스에 가 보니 신장개업 날짜와 실속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진실이 확인되었다. 전통 돌집의 벽을 그대로 살리고 슬레이트 지붕은 겨자색으로 발랐다. 추녀 라인은 흰색으로 칠해 제주의 하늘, 바다색과 대비를 주면서도 흙냄새 물씬 풍기는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외관과 까탈스러움이 엿보이는 실내 구성을 보며 방에 들어가기조차 미안한 마음이 일어났다.

너무 깔끔한 거 아닌가? 이래서 게스트하우스는 여성형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주인장은 도시에서 오랜 세월 직장생활을 했는데, 귀농을 계획한 것도 하루이틀 전의 일이 아니라고 한다. 그만큼 계획도 오래 세웠다는 말이다. 구좌읍의 특산물인 홍당무를 가져왔고, 자신의 모습인 미쓰를 조합했고, 영업장소인 만큼 손님들이 만족한 만한 치밀한 동선과 디자인을 펼쳐보였다.

그래서 미쓰홍당무는 개업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소문이 퍼지는 ‘구좌읍 특산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용법 체크인 16시~22시30분 / 체크아웃 10시30분
예약 홈페이지 http://misshongdangmoo.co.kr 문의 070-7715-7035
위치 제주시 구좌읍 평대4길 20-1(평대리 1753-1)
쓸데없이 아버지 원망
인게스트하우스&카페
인카페 마당에 들어서니 웬 여인네 한 사람이 열심히 통화 중이었다. 이미 다른 게스트하우스를 예약하고 이 길을 걷던 그는 바다에 찰싹 붙은 집, 넓은 마당, 썰물 때 마당 앞 바다로 이어지는 백사장과 갯바위, 짙푸른 하늘색깔 등등에 홀딱 반해 당장 이 집으로 예약을 옮겨 탄 것이다. 인카페는 1층 카페, 2층 도미토리, 3층 살림집으로 구성된 구좌읍 명당 중에 명당이다.

이 집을 운영하는 사람은 제주 한림에서 태어나 평생을 제주에서 살고 있는, 이 집 주인의 장모다. 제주에서 태어나 이 집은 이 친절한 중년여인의 사돈인 사위의 아버지가 오래 전에 준비한 집인데, 언젠가 아들에게 선물할 것이라고 공언을 하며 살더니 진짜로 얼마 전에 그 약속을 지켰다고 한다. 집을 선사받은 사위가 이렇게 외쳤다고 한다. 장모님! 저 바다가 다 우리 거라는 겁니다! 아주 잠깐 또 다시 못난 마음을 드러내며 중얼거리고 만다. 울 아버지 고향은 왜 함경도일까?
이용법 체크인 14시~ / 체크아웃 10시
예약 홈페이지 http:// cafe.naver.com/inguesthousecafe.cafe / 문의 064-784-8877
위치 제주시 구좌읍 한동리 1638
제주 여행의 방점
유랑 노점 아일랜드 조르바
제일 궁금했던 일이 그녀들의 안부였다. 제주 동부해안을 거친 시골 바닷가에서 꿈꾸는 해변으로 만든 사람들로 유랑 노점 아일랜드 조르바를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퍼시애들론 감독이 설정한 바그다드 카페도 그만한 꿈을, 그것도 오가는 행인 1,2,3,4 기타 등등에게 공평무사하게 주지는 못했다. 적어도 월정리 아일랜드 조르바를 경험한 사람은 그 카페의 구조가 얼마나 문학적이고 낭만적이며 비극적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이야기를 여기서 주절거릴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카페를 만든 두 여자, 바비야와 디야나가 어느날 그 바다를 떠나 평대리 언덕으로 올라왔다는 사실이다. 그녀들은 이 집을 부랴부랴 얻은 이유로 ‘약속ʼ을 꼽았다. 월정리 시절부터 이미 약속되어 있던 ‘꿈꾸는 카메라ʼ 전시회를 어디에선가는 열어야 했고, 당시(2011년) 그녀들에게 그 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태풍 무이파가 몰아치던 그날 기어이 개막식 행사를 열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아일랜드 조르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헌신 덕이었다. 태풍 속 사진전을 끝낸지 벌써 일년, 아일랜드 조르바는 예의 그 창의적이고 문학적인 아우라를 은근히 발산하며 커피를 나누고, 시낭송회를 펼치며 또 다른 문화를 아우르고 있다. 100년도 더 되었다는 글라인더로 갈아 내려주는 손커피 한 잔은 이 집 주인들의 깊은 솜씨를 엿보게 한다.

위치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1958-7
cafe.naver.com/islandzorba
[글·사진 이영근 (여행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335호(12.07.10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