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일본은 다르더라. 3.

오완선 2013. 2. 2. 07:41

입력 : 2013.02.01 03:06

연비향상 기능 장착해도… 車가격 큰 차이 없어
한국, ISG등 연비향상 옵션 단독 선택하는 것 불가능
여러가지 옵션 묶어서 판매… 당연히 가격 높아질 수밖에
日, 8곳 회사 연비·가격경쟁 소비자들 합리적 구매 가능

국내 일부 연비향상 모델의 경우, 불필요한 옵션을 추가해 차값을 더 올려받는다는 비판도 있다. ISG 기능을 추가한 기아차 K3 에코플러스 모델은 일반 모델보다 1년에 6만원가량의 기름값을 절약할 수 있지만, 차값은 113만원이나 비싸다. 이렇게 큰 차이가 나는 이유는 ISG 기능에 더해서 버튼 시동 스마트키 등 다른 옵션을 대거 장착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정도 가격 상승 요인이 있다고 인정한다 해도 다른 옵션을 선택하지 않고 ISG만 추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ISG 기능을 넣은 현대차 i30 블루세이버(기아차의 에코 플러스와 같은 개념), 쏘나타 블루세이버 모델도 마찬가지 이유로 일반 모델보다 각각 120만원, 150만원이 더 비싸다.

일본의 경우는 이와 대조적이다. 일본 경·소형차는 CVT(무단변속기)를 달았다고 해서 자동변속기 모델보다 차값을 더 받는 경우가 별로 없다. 물론 일본에는 CVT 적용 차량이 많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이뤘다는 것도 이유가 될 수는 있다.

일본은 승용차 제조회사만 8곳이나 되기 때문에 어느 한 곳이 값을 거의 올리지 않고 연비를 대폭 높인 차를 내놓으면 경쟁사도 연비를 높이거나 차값을 내려야 살아남을 수 있다. 경·소형차 시장은 아직 2~3개 국내 업체의 독무대인 한국 시장과는 시장 환경이 전혀 다르다.

일본 닛산자동차의 소형차 ‘마치’. CVT(무단변속기)를 기본 장착하고 각종 연비향상 기술을 넣어 휘발유 1L로 17~18km(한국 신연비 기준)를 달릴 수 있다. 일본 현지 가격은 1200만~1400만원. /닛산 제공

일본의 대표적인 소형차인 닛산 마치(March·엔진 배기량 1.2L)는 전 모델에 CVT가 적용돼 있다. 마치의 기본형 가격은 103만엔(1200만원)으로 국내 소형차 가격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저렴한 수준이다. 기본형을 제외한 다른 모든 등급의 차량에 ISG 기능도 기본으로 제공된다. CVT와 ISG가 기본인 마치 주력모델 가격은 123만엔(1400만원)에 불과하다. 일본 공인연비인 JC08 모드 기준으로 휘발유 1L(리터)당 21.4~23㎞, 한국의 신연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L당 17~18㎞를 달린다. 한국 완성차 업체의 경·소형차 가운데 1등급(L당 16㎞)인 차가 한 차종도 없는 것과 달리, 무난하게 1등급 기준을 충족한다.

도요타의 소형 하이브리드카 아쿠아는 국내 신연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L당 24㎞ 정도를 달릴 수 있지만, 차값은 기본형의 경우 169만엔(2000만원)으로 일반 소비자들도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아쿠아는 지난달에만 일본에서 2만여 대가 팔려, 일본 내 자동차 모델별 판매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연비 좋은 디젤차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유럽 수입차 업체들도 영리한 판매전략으로 한국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디젤차가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비싸지만, 디젤차의 옵션 품목을 가솔린보다 낮추는 방법 등으로 디젤차값을 가솔린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추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