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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 착한데 17년 타야 본전? "기막히네" 1.

오완선 2013. 2. 2. 07:38

 

입력 : 2013.02.01 03:06

[하이브리드·에코플러스·디젤 연비 좋다는 車 손익 계산서]
기름값이라도 아끼고 싶은데 연비 좋은車, 값은 비싸고…
산다면 얼마나 타야 이득일까
모닝 에코플러스, 액센트 디젤 최소 4년 6개월은 타야 본전
쏘나타 하이브리드 6년 6개월… GM알페온 17년 타야 손해 안봐
경제적인 車, 정말 경제적입니까?

최근 연비(燃費·연료소비효율) 높은 차에 대한 소비자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기존 차량에 연비 향상 기술을 더한 추가 모델을 내놓거나, 아예 연비에 초점을 맞춘 하이브리드나 디젤 차량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연비 향상기술이 들어간 차의 경우, 그만큼 비싼 부품을 더 많이 썼기 때문에 차값도 비쌌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연비가 높은 차를 사는 게 당장 연료비 면에서는 경제적이지만 일반 모델보다 더 비싼 값을 주고 사는 것이 결국 경제적으로 이익인지는 따져 봐야 한다.

차를 구입해 어떤 목적으로 얼마만큼 탈 것인지에 따라 경제성은 달라질 수 있다.

에코플러스 기능 장착 차량, 디젤 차량 5년 이상 탄다면 경제성 유리

경차인 기아자동차 모닝의 경우, 일반 모델보다 연비가 더 좋은 모닝 에코플러스 모델이 따로 판매된다. 차가 정지했을 때 자동으로 엔진을 껐다가 다시 출발할 때 자동으로 시동을 걸어주는 ISG(Idle Stop & Go) 기능, 그리고 일반 모델의 4단 자동변속기와 달리 CVT(무단변속기)를 달아 일반 모델보다 연비가 6~7% 좋다. ISG는 신호대기 등으로 공회전이 많아지는 복잡한 시가지 구간에서 공회전을 줄여줌으로써 연료 소모를 막아준다. CVT는 톱니바퀴를 연결해 변속구간에 끊김이 있는 자동변속기와 달리, 엔진과 바퀴 사이를 무단(無段)으로 연결, 동력전달 효율이 자동변속기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모닝 에코플러스 모델은 같은 등급(트림)의 일반 모델보다 52만원이 더 비싸다. 2011년 기준 국내 자가용 승용차 연간 평균 주행거리 1만3088㎞, 올해 1월 넷째주 국내 평균 휘발유 가격 1922원을 적용해 계산해 보면, 에코플러스 모델을 타면 연간 11만2000원의 기름값을 아낄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가 국내 평균 주행거리를 탄다고 가정했을 때, 모닝 에코플러스 모델을 사면 4.6년을 타야 일반 모델보다 많이 지불한 값을 회수할 수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그래픽 뉴스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조선닷컴
가솔린과 디젤 모델의 차이는 어떨까. 국내에서는 디젤 가격이 휘발유보다 L당 200원 정도 싼 데다 연비도 디젤 모델이 동급의 가솔린 모델보다 좋기 때문에 당장 연료비 부담은 디젤 모델이 낮다. 그러나 차값은 디젤 모델이 훨씬 비싸다. 같은 방식으로 현대차 엑센트 가솔린과 디젤 모델을 계산해 봤다. 이때에도 엑센트 디젤을 샀을 경우, 4.6년을 타야 차값 차이만큼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년 이상 타겠다고 마음먹으면 경제성에선 디젤이 앞선다고 할 수 있지만 디젤값이 휘발유값보다 더 오를 수도 있고, 디젤 모델이 가솔린 모델보다 힘은 좋지만 소음·진동은 큰 경향이 있어 단순비교는 어렵다.

또 엔진의 연료분사 계통이 고장날 경우, 디젤엔진 수리비가 휘발유 엔진보다 최소 3~4배 비싼 것도 감안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차량은 더 지불한 차값을 회수하는 데까지 더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계산됐다. 쏘나타 하이브리드의 경우 6.6년, 한국GM 알페온은 17년이나 걸렸다. 다만, 동급 모델이라고 하더라도 하이브리드 모델에만 일부 추가 옵션이 들어 있는 경우가 있어 100% 동일 사양의 비교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연비향상 모델의 구입 효과, 소비자 주행패턴 따라 달라

연비향상 모델 구입을 원할 경우에는 본인의 주행패턴을 잘 파악해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연간 주행거리 1만㎞ 이내의 소비자는 연료비를 아끼겠다는 목적으로 연비향상 모델을 살 필요는 별로 없다.

또 연간 주행거리가 1만5000㎞ 이상 되고 특히 시내주행이 많은 소비자라면, ISG 기술이 들어간 차량이나 하이브리드 차량을 구입해 볼 만하다.

이들 차량은 특히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구간에서 일반 차량보다 연료를 많이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주행거리가 1만5000~2만㎞ 이상이고, 고속도로 주행을 많이 하는 소비자라면, 디젤차량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디젤차는 어떤 구간에서도 휘발유차보다 연비가 좋지만, 특히 시속 80~100㎞ 대로 정속주행할 때 연비가 탁월하기 때문이다.

◇연비 향상 못하면 중소형차 시장까지 위험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앞으로 더 저렴하고 연비가 좋은 차를 내놓지 못할 경우, 수입차 업체에 중소형차 시장까지 잠식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자동변속기(CVT 포함) 휘발유차 기준으로, 공인연비 1등급(L당 16㎞ 이상)인 국산 경차나 중소형차가 단 한 차종도 없다. 디젤차까지 포함해도 엑센트·i30 디젤 단 2개 차종에 불과하다. 휘발유·디젤을 합쳐 연비 좋은 차 1~10위는 전부 수입차가 차지하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그룹 부설 자동차산업연구소 박홍재 소장(부사장)은 "연비가 좋은 차를 내놓기 위해 노력 중이지만, 국내 시장만을 위해 다양한 차를 생산·판매하는 것이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수익성을 낼 만큼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서 수입차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