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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연비’ 111㎞ ‘괴물 신차’ 나왔다. 폭스바겐 ‘하이브리드카 XL1’

오완선 2013. 3. 20. 19:30

▲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
▲  토요타 FT-Bh
최근 1ℓ의 디젤 연료로 100㎞ 이상을 주행하는, 기존 고연비 개념을 뛰어넘는 ‘괴물차’의 등장에 자동차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높은 연비는 소비자로부터 선택받기 위한 훌륭한 경쟁 조건이자, 유한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 산업의 놓칠 수 없는 화두다. 따라서 자동차 개발에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물론 전기나 수소 등 대체 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자동차 개발도 진행되고 있지만 현재 가솔린이나 디젤 연료를 주로 사용하는 자동차 산업 특성상 고연비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이달 초 스위스 제네바 팔렉스포에서 개막한 제네바 모터쇼를 통해 1ℓ로 111.1㎞ 주행이 가능한 양산형 디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 XL1(위 사진)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연비 경쟁의 새 지평을 열었다.

과연 어떻게 1ℓ로 100㎞ 이상 주행이 가능한 것일까. 우선 이 차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경량화다.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으로, 전체 무게가 795㎏에 불과하다. 경차인 기아자동차의 모닝보다 가볍다. 무거울수록 많은 힘이 필요한데 차 무게를 가볍게 만들어 연비를 높인 것이다.

엔진은 48마력 2기통 TDI 엔진이다. 엔진룸은 뒤쪽에 두고, 앞부분에 고압 배터리를 장착했다. 연료통도 통상 40ℓ 이상의 연료통이 장착되지만 XL1은 10ℓ짜리 연료 탱크가 장착됐다. 브레이크도 세라믹을 채택, 가볍게 했다.

폭스바겐은 경량 7단 듀얼 클러치 기어박스와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성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스템 덕분에 배기가스 없이 100% 전기모드로 50㎞까지 주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충전된 전기를 모두 소진하면 이후에는 2기통 엔진을 이용한다. 최대 속도는 시속 160㎞, 제로백(정지상태에서 100㎞/h 도달 시간)은 12.7초다. 탄소 배출량도 21g/㎞로 획기적으로 줄였다.

XL1은 또 높은 연비를 내기 위해 공기 저항을 줄일 수 있도록 설계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공기저항계수(Cd)가 0.189에 불과하다. 통상 승용차의 Cd가 0.35∼0.4, 스포츠카의 경우 0.3 정도인 것과 비교하면 공기 저항을 크게 줄인 것이다.

실제 제네바모터쇼에서 공개된 XL1은 뒷바퀴 윗부분을 차체가 덮고 있다. 뒷바퀴 쪽으로 유입되는 공기로 인한 저항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공기 역학을 활용한 디자인을 한 것은 메르세데스 벤츠의 E220 CDI에 적용된 블루 이피션시 기술도 마찬가지다. 이 차의 공기저항계수는 0.25다.

경량화는 대부분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기술 개발과 실제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렉서스 뉴 제너레이션 ES는 개발 초기부터 중량 저감을 목표로 해 기존 ES보다 35㎏을 줄였다.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적용 부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안전을 위해 실내에는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하기도 했다. 오는 28일 서울모터쇼를 통해 한국에 소개되는 토요타의 소형 콘셉트카 FT-Bh(Future Toyota B-segment hybrid)는 최신 하이브리드 기술을 집약해 초경량화를 통해 1ℓ로 48㎞가량을 달릴 수 있다.

엔진 자체 역량을 키우기도 한다. 포드는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파워는 향상시킨 ‘에코부스트 엔진’을 개발했다. 1.0ℓ, 1.6ℓ, 2.0ℓ, 3.5ℓ 등 모두 4종류의 에코부스트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역시 고연비 차량에 대한 관심이 높다. 현대차는 현재 폭스바겐 XL1을 능가하는 수준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을 연구 중이다.

권문식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시장이 아직 성숙되지는 않았지만 현재 XL1의 연비를 능가하는 차량을 선행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장석범 기자 bu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