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여행

사라져가는 만추..

오완선 2013. 11. 7. 11:55

입력 : 2013.11.07 04:00

[박종인의 사람과 길] 가을이 간다기에 달렸습니다, 晩秋 속으로

  •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 입력 : 2013.11.07 04:00

    2013년 11월, 이 계절에 대한민국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겠다. 헌데 아름답되 허망타. 천지사방에서 불타고 있는 단풍 무리가 남하하고 나면, 어느새 겨울이다. 게다가 이 달부터 전국 주요 산들은 일제히 산불조심 입산 통제 기간에 돌입했으니 아쉬움도 이런 아쉬움이 없다. 산림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입산 금지된 산들 정보가 있다. 미리미리 검색해서 허탕 칠 일 없도록 하자.

    그래서 451번 지방도에 올라 타보기로 한다. 동홍천IC에서 강원도 인제 방태산으로 이어지는 63km 길이다. 여기에 중간에 나오는 미산계곡 25km를 더하면 아직 숨 쉬고 있는 만추(晩秋)와 다가올 겨울 그림자를 한꺼번에 목격할 수 있다. 출발해보자.
    춘천-양양간 고속도로 임시종착지인 동홍천IC에서 나와 인제방면으로 44번국도를 탄다. 철정검문소 삼거리에서 오른쪽 451번도로로 빠지면 이제 만추 속으로 들어간다. 갈림길마다 인제, 상남을 택하면 쉽다.

    끝없는 자작나무와 낙엽송

    길섶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

    이 땅에 흔치 않은 두 가지 나무가 방태산까지 가는 길 내내 끝이 없다. 낙엽송과 자작나무다. 낙엽송이 뭔가. 가을이면 바늘 같은 솔잎을 깊은 갈색으로 물들이며 떨어뜨리는 나무다. 그저 하늘만 보고 죽죽 자라기에 조림 잘 된 낙엽송림을 걸으면 거인 군단 속에 에워싸인 듯한 느낌을 주는 잘 생긴 나무다. 자작나무는 어떤가. 가냘픈 몸통에 새하얀 껍질. 겨울이면 그나마 옛 껍질을 벗어버리고 새하얀 나신(裸身)을 드러내는 겨울 숲의 귀부인. 이맘때면 노랗게 물든 잎들이 그 높은 가지에 붙어 흩날린다. 애처롭고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인제 수산리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자작나무숲이 있다. 이 또한 지금과 겨울이 장관일 터인데 역시 입산금지다. 겨울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엿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홍천, 인제, 원주 사람들은 낙엽송을 편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자작나무 또한 목록에 있음이 분명하다. 자생하는 법이 없는 이 두 나무가 451번 도로변 산등성이에 열과 오를 맞춰 숲을 이뤘다.

    내촌면을 지나 ‘가령폭포’ 이정표를 따라 백암산쪽으로 좌회전하면 많이 패인 비포장길 끝에 작은 절 연화사가 나온다. 이 산 또한 지금 입산금지다. 아주 작은 절이지만 숲 한복판이라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절에서 10분만 산길로 가면 자작나무 숲과 폭포를 볼 수 있지만 명심하자 입산금지, 적발시 과태료 10만원.

    오미재 고개에서 만난 가을

    오미재 고개 낙엽송림

    상남면을 지나면 오미재라는 고개가 나온다. 실핀처럼 굽은 인제 고개들 가운데 하나다. 고개를 넘자마자 길섶에 차를 대고 풀밭에 서 보시라. 바늘 같이 촘촘한 잎들이 출렁이는 낙엽송 숲을 마주하게 된다. 웅장하다. 파스텔톤으로 묵중하게 물든 그 숲을 보며 또 길을 잇는다. 고개를 다 내려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벌 치는 집 뒷산에 자작나무가 새하얗다. 얼마 남지 않은 노란 잎새들은 바람에 떨고, 옆으로는 아직 새파란 낙엽송 몇 그루가 보기 좋게 서 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풍경이다.

    5km만 더 가면 ‘미가동 의식동’이라는 석표가 나온다. 멀리서 봐도 산에는 자작나무숲, 마을에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그 뒤로 낙엽송림이다. 찾기 쉽지 않은 입구로 내려 들어가면 눈으로 봤던 그 숲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자작나무숲 임도 입구에 낙엽송 숲이 있으니 차를 길섶에 대놓고 잠시 걷는다. 아니, 잠시 숲에 안긴다.

    착한 식당 고향집

    겨울이 시작된 방태산 이단폭포.

    그리고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이단폭포까지만 간다. 화려하기 그지없었을 풍경은 겨울로 갔지만 여전히 폭포는 웅장하다. 종류 다양한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동면을 준비 중이다.

    굳이 방태산까지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손두부를 먹기 위함이다. 진방삼거리에서 방태산쪽으로 1km만 가면 길 건너편에 ‘고향집 손두부’ 식당이 있다. 오로지 이 집 두부 요리를 먹기 위해 팔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게다가 두부 전골을 1인분도 만들어주니 외로운 싱글들도 환상적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착한 식당이다.

    미산계곡 드라이브

    돌아오는 길에는 상남면에서 466번 지방도로 좌회전해 미산계곡 드라이브를 한다. 내린천을 따라 가는 이 길 중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인약수터 가는 길이 있고, 끝에 살둔마을이 나온다.

    살둔마을 전경

    개인약수가 있는 대개인동까지 7km는 오지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 길 끝에 작은 마을이 있고, 많은 이들 병을 고쳐준 약수는 산으로 40분을 올라간다. 시간 없는 분들에겐 그림의 떡이고 여유가 있는 사람에겐 행운이다. 살둔마을을 지나면 양양으로 가는 56번국도가 나온다. 이 길로 서진하거나 길을 돌려 451번 도로로 돌아가면 나중에 동홍천IC를 만나게 된다. 만추(晩秋)의 꼬리를 쥐었다가 문득 놓아준 것이다.

    2013년 11월, 이 계절에 대한민국 어디든 아름답지 않은 곳은 없겠다. 헌데 아름답되 허망타. 천지사방에서 불타고 있는 단풍 무리가 남하하고 나면, 어느새 겨울이다. 게다가 이 달부터 전국 주요 산들은 일제히 산불조심 입산 통제 기간에 돌입했으니 아쉬움도 이런 아쉬움이 없다. 산림청 사이트에 들어가면 입산 금지된 산들 정보가 있다. 미리미리 검색해서 허탕 칠 일 없도록 하자.

    그래서 451번 지방도에 올라 타보기로 한다. 동홍천IC에서 강원도 인제 방태산으로 이어지는 63km 길이다. 여기에 중간에 나오는 미산계곡 25km를 더하면 아직 숨 쉬고 있는 만추(晩秋)와 다가올 겨울 그림자를 한꺼번에 목격할 수 있다. 출발해보자.
    춘천-양양간 고속도로 임시종착지인 동홍천IC에서 나와 인제방면으로 44번국도를 탄다. 철정검문소 삼거리에서 오른쪽 451번도로로 빠지면 이제 만추 속으로 들어간다. 갈림길마다 인제, 상남을 택하면 쉽다.

    끝없는 자작나무와 낙엽송

    길섶에서 만난 자작나무 숲

    이 땅에 흔치 않은 두 가지 나무가 방태산까지 가는 길 내내 끝이 없다. 낙엽송과 자작나무다. 낙엽송이 뭔가. 가을이면 바늘 같은 솔잎을 깊은 갈색으로 물들이며 떨어뜨리는 나무다. 그저 하늘만 보고 죽죽 자라기에 조림 잘 된 낙엽송림을 걸으면 거인 군단 속에 에워싸인 듯한 느낌을 주는 잘 생긴 나무다. 자작나무는 어떤가. 가냘픈 몸통에 새하얀 껍질. 겨울이면 그나마 옛 껍질을 벗어버리고 새하얀 나신(裸身)을 드러내는 겨울 숲의 귀부인. 이맘때면 노랗게 물든 잎들이 그 높은 가지에 붙어 흩날린다. 애처롭고 아름답다는 말 외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인제 수산리에는 국내에서 가장 큰 자작나무숲이 있다. 이 또한 지금과 겨울이 장관일 터인데 역시 입산금지다. 겨울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엿보고 싶으면 여기를 클릭.) 홍천, 인제, 원주 사람들은 낙엽송을 편애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자작나무 또한 목록에 있음이 분명하다. 자생하는 법이 없는 이 두 나무가 451번 도로변 산등성이에 열과 오를 맞춰 숲을 이뤘다.

    내촌면을 지나 ‘가령폭포’ 이정표를 따라 백암산쪽으로 좌회전하면 많이 패인 비포장길 끝에 작은 절 연화사가 나온다. 이 산 또한 지금 입산금지다. 아주 작은 절이지만 숲 한복판이라 나름대로 운치가 있다. 절에서 10분만 산길로 가면 자작나무 숲과 폭포를 볼 수 있지만 명심하자 입산금지, 적발시 과태료 10만원.

    오미재 고개에서 만난 가을

    오미재 고개 낙엽송림

    상남면을 지나면 오미재라는 고개가 나온다. 실핀처럼 굽은 인제 고개들 가운데 하나다. 고개를 넘자마자 길섶에 차를 대고 풀밭에 서 보시라. 바늘 같이 촘촘한 잎들이 출렁이는 낙엽송 숲을 마주하게 된다. 웅장하다. 파스텔톤으로 묵중하게 물든 그 숲을 보며 또 길을 잇는다. 고개를 다 내려와 오른편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벌 치는 집 뒷산에 자작나무가 새하얗다. 얼마 남지 않은 노란 잎새들은 바람에 떨고, 옆으로는 아직 새파란 낙엽송 몇 그루가 보기 좋게 서 있다.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마음이 설레는 풍경이다.

    5km만 더 가면 ‘미가동 의식동’이라는 석표가 나온다. 멀리서 봐도 산에는 자작나무숲, 마을에는 느티나무, 은행나무, 그 뒤로 낙엽송림이다. 찾기 쉽지 않은 입구로 내려 들어가면 눈으로 봤던 그 숲들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 자작나무숲 임도 입구에 낙엽송 숲이 있으니 차를 길섶에 대놓고 잠시 걷는다. 아니, 잠시 숲에 안긴다.

    착한 식당 고향집

    겨울이 시작된 방태산 이단폭포.

    그리고 방태산 자연휴양림이 있다. 욕심 부리지 말고, 이단폭포까지만 간다. 화려하기 그지없었을 풍경은 겨울로 갔지만 여전히 폭포는 웅장하다. 종류 다양한 나무들이 잎을 떨구고 동면을 준비 중이다.

    굳이 방태산까지 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손두부를 먹기 위함이다. 진방삼거리에서 방태산쪽으로 1km만 가면 길 건너편에 ‘고향집 손두부’ 식당이 있다. 오로지 이 집 두부 요리를 먹기 위해 팔도에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게다가 두부 전골을 1인분도 만들어주니 외로운 싱글들도 환상적인 맛을 만끽할 수 있는 착한 식당이다.

    미산계곡 드라이브

    돌아오는 길에는 상남면에서 466번 지방도로 좌회전해 미산계곡 드라이브를 한다. 내린천을 따라 가는 이 길 중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개인약수터 가는 길이 있고, 끝에 살둔마을이 나온다.

    살둔마을 전경

    개인약수가 있는 대개인동까지 7km는 오지로 들어가는 길이다. 그 길 끝에 작은 마을이 있고, 많은 이들 병을 고쳐준 약수는 산으로 40분을 올라간다. 시간 없는 분들에겐 그림의 떡이고 여유가 있는 사람에겐 행운이다. 살둔마을을 지나면 양양으로 가는 56번국도가 나온다. 이 길로 서진하거나 길을 돌려 451번 도로로 돌아가면 나중에 동홍천IC를 만나게 된다. 만추(晩秋)의 꼬리를 쥐었다가 문득 놓아준 것이다.

    여행수첩

    1. 방태산자연휴양림 : 화요일 휴장, (033)463-8590
    2. 고향집손두부 : 두부전골, 두부구이, 모두부백반, 콩비지백반 각각 7000원.
    (033)461-7391 인제군 기린면 현5리5반
    3. 전국 입산통제구간 정보
    4. 인제 관광 정보 : 홈페이지, 인제군 문화관광과(033-460-20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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