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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 훌 벗고 19금 투어....

오완선 2013. 12. 2. 11:17

딴짓 안 했다. 그저, 살짝 벗겼을 뿐이다. 그랬더니 난리가 났다. 서로 벗으려고. 이번 여행 기사, 너무 낯설다고? 야한 것 아니냐고? 그럴 줄 알았다. 야릇한 상상은 여기까지. 하나는 맨발로, 또 하나는 맨살로 대박 난 곳. 대전 계족산 황톳길과 장흥 편백숲 누드 산림욕장이다. 단풍 나들이의 최고봉이라는 `인홍(人紅ㆍ단풍빛에 얼굴이 붉어짐)`의 절대 경지를 경험할 수 있는 `버킷 리스트` 단풍 명소이기도 한 곳. 이번 주말엔 가족끼리, 연인끼리, 동료끼리 벗고(?) 즐기자.

 

■ 맨발 트레킹…계족산 황톳길 투어

 

계족산
대전 계족산

 

아, 처음이다. 이렇게 벗다니. 끝까지 동정(?)을 지키려 했던 `맨발`, 42년 만에 결국 그 순정을 대전, 그것도 계족산(鷄足山)까지 와서 내주고 말았다. 그런데 이 느낌 괜찮다. 평생 잊지 못할 그 합일(合一)의 순간, 물컹 부드럽게 발가락을 감싸는 황토의 끈적함. 척박한 황토의 맨살이 내 발의 맨살을 적당한 압으로 휘감아 오는 묘한 기분. 이거 짜릿하다. 중독성 있다.

 

대전 북동쪽 끄트머리, 산줄기가 닭발의 형상을 닮았다고 계족산이라 붙여진 429m짜리 앙증맞은 산. 그 둘레를 따라 황톳길을 맨발로 걷는 이 발칙한 트레킹 코스는 14.5㎞가 이어진다. 성인 걸음으론 3시간 정도 걸린다. 원래 임도로 이어진 척박한 자갈에 황토를 뿌릴 생각을 했던 건 더 맥키스 컴퍼니(옛 선양)의 조웅래 회장이다.

 

코스는 순하다. 출발지는 대덕구 장동 산림욕장이다. 산림욕장을 지나 600m 남짓 오르면 진짜 황톳길이 열린다. 더 마음에 드는 건 업다운이 심한, 수직의 트레킹 코스가 아니라, 평탄하면서 수평적인 트레일 코스라는 거다. 분위기도 끝내준다. S자로 엿가락처럼 이어지는 길을 따라, 이 가을엔 형형색색 단풍숲이 터널을 만들어 준다. 기어이 `맨발의 동정`을 지키겠다는 분들, 당연히 가도 된다. 이 길, 배려의 길이다. 길은 황토 반 일반 흙길 반으로 적당히 나눠진다. 그러니 알몸, 아니 `알발`이 싫다면, 등산화 꼭 껴입고 가면 그만이다.

맨발이 만들어낸 기적, 한두 개가 아니다. 듬성듬성 버려지다시피 했던 이 야산, 주말이면 하루 5만명씩 모여 인산인해를 이룬다.

 

맨발 트레킹과 함께 놓쳐서는 안 될 체험거리 두 가지. 그 하나가 10월 말까지, 매 주말(토ㆍ일) 이어지는 `뻔뻔(fun fun)한 오페라, 숲속 음악회`다. 이건 신발이 아니라 형식의 틀을 벗어던진 알몸의 `맨살 음악회`다. 오페라 하면 생각나는 형식, 절대 없다. 드레스 코드, 남이나 줘라. 사진 플래시 펑펑 터져도, 휴대폰, 셔터 소리 찰칵찰칵 거려도 상관없다. 잊을 뻔했다. 입장료도 없이 공짜.

 

또 하나는 황토 물감에 발도장을 찍어주는 `맨발 도장`. 원래는 황톳길 트레킹 코스를 완주해야 찍어주지만, 상관없다. 그냥 찍으면 된다. 그러니 어떤가. 평생 간직한 발의 동정쯤, 여기서 버려 버린들.

 

▶계족산 황톳길 100배 즐기기

 

트레킹 코스는 계족산성을 끼고 돈다. 바로 지척이 대청호반이니 함께 둘러볼 것. 그 유명한 세계 3대 광천수 `초정약수`도 있다. 꼭 함께 보시라.

 

■ 누드 산림욕…장흥 편백림 누드숲

 

누드숲
장흥 편백림 누드숲

 

아, 처음이다. 이렇게 벗다니. 그런데 이 느낌 괜찮다. 하늘 끝까지 닿을 듯 뻗은 편백 숲 한복판, 그 바람과 소리와 향기와의 평생 잊지 못할 합일(合一)의 순간, 부드럽게 온몸을 감싸는 자연의 산뜻함. 여린 자연의 맨살이 내 알몸(물론, 중요부위는 종이 속옷으로 가린다. 야한 상상 금지)을 적당한 압력으로 휘감아오는 묘한 기분. 이거, 짜릿하다. 중독성 있다.

 

`서울의 정남쪽에 위치한 바닷가`라는 뜻을 가진 정남진 장흥. 장흥 할 때 `경기도 장흥`이 떠오르신다면, 그대는 여행 하수다. 진정한 장흥은 전라도 거다.

 

기자를, 그것도 알몸으로 순식간에 무장해제시킨 편백나무 숲은 `며느리 바위`로 유명한 억불산(518m)이 포인트다. 송곳처럼 하늘로 쭉쭉 뻗은 살벌한 편백나무로 터널을 이룬 우드랜드. 20만평의 규모만 해도, 기가 질리는데, 이곳의 명물은 `누드 산림욕`이다. 물론 다 벗는 `19금 올 누드`, 절대 아니다. 3000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종이 속옷으로 가릴 곳은 다 가린다. 옷 벗긴 누드 효과, 이거 장난 아니다. 지금은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이 찾는 영남권 기와 건강, 치유의 메카로 뜨고 있다.

 

압권은 역시 `맨발`로 걷는 톱밥 산책로다. 계족산 황톳길 만큼이나 톱밥길, 독특한 느낌이다. 편백나무 터널 사이로, 편백의 향에 취해, 한 발 한 발 걷다 보면, 정말이지 선계(仙界)가 따로 없다는 느낌이 든다.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지는 테마형 구조도 매력. 톱밥과 쌀겨효소를 이용해 온열욕을 즐기는 편백톱밥 찜질방, 소금의 건강함을 땀구멍 하나하나에 다져 넣는(?) 소금 동굴도 인기다.

 

장흥까지 가서 알몸 투어만 할 수 없는 법. 슬쩍 식상함이 밀려올 때쯤엔 숲체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숲 해설가`와 함께 나무의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오감만족 체험형 산림 치유 코스다.

 

하루 해가 짧다면? 숲속 통나무집이 기다린다.


황토 한옥, 통나무집, 황톳집 등 다양한 전통 한옥 단지가 있으니, 골라 잡으시면 된다. 그러니 어떤가. 옷 속에 꽁꽁 숨겨둔 알몸, 하루쯤 여기서 공개해 버린들.

 

▶장흥 우드랜드 100배 즐기기

 

아토피 치유 체험, 숲속 음악회 같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연중 이어진다. 여행은 1박2일 코스로 잡을 것. 피톤치드 듬뿍 받고, 통나무집에서의 하루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겠는가. www.jhwoodland.co.kr, (061)864-0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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