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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헷갈리는 VR 규제]① 관련법 적용은 공무원 마음에 달려 '코에걸면 코걸이 귀에걸면 귀걸이'

오완선 2018. 3. 3. 18:24



입력 : 2018.03.03 04:00

글로벌 회계 컨설팅 법인 PwC가 최근 발간한 ‘Global Entertainment and Media Outlook’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가상현실(VR) 시장의 크기는 2016년 약 8억7000만달러에서 2018년 약 91억달러로 열 배 이상 증가, 2021년에는 약 151억달러로 약 17배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VR 시장은 급성장하지만 한국서는 관련법의 애매한 적용과 규제로 업계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일 업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가상현실(VR) 콘텐츠 제작업체가 VR 롤러코스터와 같은 놀이기구를 설치할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과 ‘관광진흥법’의 규제를 동시에 받는다.

관광진흥법은 VR 롤러코스터와 같은 직접 탑승 기기의 탑승 높이가 2m 이상이면 유기시설물 조건에 해당된다고 본다. 유기시설은 허가 전 안전과 관련된 규제가 적용되며 매년 1회 이상 안전 상태를 점검을 받아야 한다. 내풍·내진·내설과 부하 시험을 통과해야 하고 소방 시설도 갖춰야 한다.

반면 똑같은 VR 롤러코스터이지만 지자체 공무원이 게임물로 판단할 경우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전혀 다른 규제를 받게 된다. 게임법에서는 해당 기기 자체보다는 그 안의 콘텐츠 내용을 대상으로 선정성·폭력성·범죄 및 약물·부적절한 언어 등이 포함됐는지 게임물관리위원회의 등급 분류를 받도록 하고 있다.

결국 공무원의 판단에 따라 법이 적용되는 셈이라 VR 기기를 만들고 설치하는 업체는 혼란스러운 입장이다.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프라자에 있는 ‘평창 ICT 체험관’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스노보드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체험관엔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도 설치됐다. VR 기기를 쓰고 의자에 앉으면 기기가 360도 방향으로 회전해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오른쪽). 해당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고운호 기자
강원도 평창군 올림픽프라자에 있는 ‘평창 ICT 체험관’에서 관람객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쓰고 스노보드 체험을 하고 있다(왼쪽 사진). 체험관엔 가상현실 롤러코스터도 설치됐다. VR 기기를 쓰고 의자에 앉으면 기기가 360도 방향으로 회전해 실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오른쪽). 해당 이미지는 본 기사와 관련 없음. /고운호 기자

VR 기기 제작 업체의 한 관계자는 “신청 허가를 받을 때마다 유기시설이었다가 어떤 때는 게임시설로 취급받기도 한다”며 “규제 적용이 오락가락해 내부적으로 매우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VR 기기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월드의 한 관계자는 “VR롤러코스터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와 기기가 만들어지다 보니 관련기관이 정확하게 어떤 범주에 넣을지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것 같다”라며 “VR 콘텐츠 업체들이 유기사업장이 아닌 곳에서 VR 놀이기구를 설치하려다 규제 때문에 부담을 느끼고 계획을 철회하기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업계 일선에서 관련 법이 어떻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파악도 안 되고 있는 실정이다. 관광진흥법 담당과 게임법 담당 부서에서는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VR 기기가 게임법에 의해 허가를 받았어도 해당 기기의 개·보수 시 다른 지자체 담당자가 해당 기기를 유기시설로 판단하면 관광진흥법에 따라 새로운 규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VR 기기 경우 게임법과 관광진흥법 둘 중 하나만 적용되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해당 기기에 대한 판단은 지자체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아직 관련 법상 VR 콘텐츠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없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8일 VR게임에 대한 법적 정의와 VR게임물의 등급 분류 등 안전기준의 법적 근거, 기술개발사업지원을 포함한 게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임 의원은 “현행법상 VR 게임물에 대한 법적 정의가 없어 VR 콘텐츠의 활성화에 한계가 있고 산업의 불확실성과 상용화 문제로 주요 개발 기업들의 VR 게임물 개발에 소극적인 상황”이라며 “VR 게임물에 대한 정의를 통해 안전기준의 법적 토대를 마련하고 VR 콘텐츠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는 “관련 사업자들과 문제를 검토하고, 사실 확인 후 관련 부처와 논의해 VR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3/02/2018030202189.html#csidxb4b52eb1bc5e862a2ae939969e42e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