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여진 시승기-67] 어느 조직에서나 말 없이 일 잘하는 사람은 필요하다. 눈에 확 띄는 맛이 없고 제멋에 겨워 나대지도 않지만 잔잔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 역할을 하는 주춧돌이다.
신형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바로 이런 숨은 '머슴' 같은 차의 전형이다. 한번 먹을 땐 맛있게 먹어도 두 번 이상은 못 먹는 인스턴트 라면 같은 차와는 거리를 둔다. 연비와 안전성이라는 기본을 지키며 묵묵히 달린다.
사실 어코드 브랜드 자체가 이런 묵묵함의 상징이다. 월드 베스트 셀링 세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올해로 어언 42년이다. 시장 검증을 거치고 거쳐 벌써 10세대 모델로 거듭나 지난 5월 국내 출시됐다.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달 4일 이 돌쇠 같은 차에 뛰어올랐다. 경기 가평을 출발해 춘천을 거치는 강변, 산악지대, 도심이 고루 배합된 120㎞ 코스다.
목차
1) 디자인: 혼다家 DNA의 적자
2) 주행능력 : 고속주행 뒷심은 좀…
3) 내부 공간 : 기본에 충실
4) 연비 : 하이브리드 최고 강점
5) 가격: 가성비 고려하면 not bad
1) 디자인: ★★★
한마디로 질박하면서도 무난하다. 혼다가(家) 친환경 가계 '적자 DNA'를 충실히 계승했다. 사무라이처럼 날카롭게 째진 혼다 특유 헤드라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세단이지만 스포티한 맛을 충분히 살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스포티하거나 시크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어코드 하이브리드만의 매력을 찾아낼 수 있는 잔잔하고 은밀한 매력이 이 차의 포인트다.
눈썰미 좋은 운전자라면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에 적용된 소소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혼다가 친환경차에 '인증 마크'처럼 부여한 전면 헤드램프 블루 리플렉터가 번쩍인다.
안개등 크롬 데커레이션과 후면 콤비네이션 블루 렌즈,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디자인도 운전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흔하디흔한 디젤차에 오르는 것보다 뭔가 환경을 위해 기여하는 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과 엠블럼을 박아넣어 고급스러움을 꾀했다는 것도 똑똑한 선택이다.
전반적인 체형은 저중심 설계를 기초로 깔았다. 전고를 낮추고 전폭과 휠베이스를 늘려 단순한 세단 같지 않은 개성을 살렸다.
2) 주행능력 : ★★★
스티어링 휠을 잡고 북한강변을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차의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게 다가온다. 일단 운전자 몸을 꽉 잡아주는 듯한 시트 느낌과 안정적인 주행력에 평점을 주고 싶다. 넓고 좁아지길 반복하고 코너링이 잦은 강변도로에서도 흔들림 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일단 스펙부터.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직렬 4기통 엣킨슨 사이클 DOHC VTEC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m를 낸다. 2개 전기모터가 내는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2.1㎏·m이다. 이들 조합이 뿜어내는 시스템 출력은 최고 215마력으로 일반 주행모드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약점은 고속주행과 정숙성이다. 결코 힘이 부족한 세단이 아니지만 액셀러레이터를 꾸욱 밟을수록 앞에서 쑤욱 밀어주는 힘이 부족함을 느낀다. 정숙성은 다소 실망스럽다. 하이브리드 차를 탄다는 점을 의식해 유독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탔는데 일반 세단 흔들림과 비슷한 노면 소음이 잡힌다.
다만 정숙성과 고속주행 모두 도심형 세단이라는 원래 구입 목적으로 되돌아간다면 크게 문제점으로 꼽을 만한 부분은 아니다.
3) 내부 공간 : ★★★☆
하이브리드치고는 적재공간을 꽤 든든하게 확보해 평점에서 별점 반 개를 더 줬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종전에 트렁크에 있던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2열 시트 하부로 옮겨 심어 동급 최대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적재공간을 49ℓ 늘렸다. 2열 시트까지 접을 수 있어 저중심 설계 세단치고는 사용 편의성이 꽤 괜찮다.
전반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실용적이다. 암레스트를 길게 앞으로 빼 편하게 손을 받칠 수 있게 했고 사이드 패드와 도어 등 운전자 손길이 자주 닿는 부분마다 소프트한 소재를 넣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버튼식 기어 시프트 등 주행에 필요한 첨단 사양도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다. 딱 기본은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운전석, 조수석, 프런트 사이드, 사이드 커튼 등 곳곳에 8에어백 시스템을 장착해 동급 차량치고는 안전성을 크게 확보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4) 연비 : ★★★☆
어코드 하이브리드 최대 강점이자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복합 18.9㎞/ℓ에 고속 18.7㎞/ℓ, 도심 연비는 19.2㎞/ℓ. 동급 최고 수준이다. 혼다가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2개 전기 모터를 탑재했고, 여기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묶은 파워트레인(3세대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효과다.
이날 120㎞ 코스에서도 곳곳에 고속주행을 배합해 달렸지만 실제 찍힌 평균 연비는 ℓ당 19.0㎞로 준수한 수준이다.
5) 가격: ★★☆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4000만원 초중반대 가격표를 붙였다. 하이브리드 EX-L은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에는 4540만원을 매겼다. 배터리 레이아웃을 바꿔 적재 공간을 늘렸고, 동급 최강 수준으로 연비를 끌어올린 경제성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연비만 조금 희생하면 이 가격대에 살 수 있는 '대체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잠재 소비자가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가격이 어코드 하이브리드 판매 전선 최대 적이다.
6) 총평 : ★★★
어코드 하이브리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차다. 수입차를 5~7년 탈 생각을 했을 때 ℓ당 20㎞에 가까운 연비로 무장한 차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만 눈에 확 띄는 존재감과는 거리가 있는 차다. 아무리 수입차가 길을 가다 발에 채이는 시대지만 여전히 수입차를 타는 큰 이유는 타고 내릴 때 주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존재감이다.
4000만원 초중반대 돈을 내고 연비와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가져갈 수 있지만 이 뚜렷한 존재감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다.
자, 이제 결론.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속물처럼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실용성을 따지기 좋아하는 3040세대에게 어울리는 차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신형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바로 이런 숨은 '머슴' 같은 차의 전형이다. 한번 먹을 땐 맛있게 먹어도 두 번 이상은 못 먹는 인스턴트 라면 같은 차와는 거리를 둔다. 연비와 안전성이라는 기본을 지키며 묵묵히 달린다.
사실 어코드 브랜드 자체가 이런 묵묵함의 상징이다. 월드 베스트 셀링 세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올해로 어언 42년이다. 시장 검증을 거치고 거쳐 벌써 10세대 모델로 거듭나 지난 5월 국내 출시됐다.
땡볕이 내리쬐던 지난달 4일 이 돌쇠 같은 차에 뛰어올랐다. 경기 가평을 출발해 춘천을 거치는 강변, 산악지대, 도심이 고루 배합된 120㎞ 코스다.
목차
1) 디자인: 혼다家 DNA의 적자
2) 주행능력 : 고속주행 뒷심은 좀…
3) 내부 공간 : 기본에 충실
4) 연비 : 하이브리드 최고 강점
5) 가격: 가성비 고려하면 not bad
1) 디자인: ★★★
한마디로 질박하면서도 무난하다. 혼다가(家) 친환경 가계 '적자 DNA'를 충실히 계승했다. 사무라이처럼 날카롭게 째진 혼다 특유 헤드라이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세단이지만 스포티한 맛을 충분히 살렸다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다고 대놓고 스포티하거나 시크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어코드 하이브리드만의 매력을 찾아낼 수 있는 잔잔하고 은밀한 매력이 이 차의 포인트다.
눈썰미 좋은 운전자라면 하이브리드 전용 모델에 적용된 소소한 변화를 잡아낼 수 있을 것이다. 혼다가 친환경차에 '인증 마크'처럼 부여한 전면 헤드램프 블루 리플렉터가 번쩍인다.
안개등 크롬 데커레이션과 후면 콤비네이션 블루 렌즈, 하이브리드 전용 리어 범퍼 디자인도 운전자 어깨를 들썩이게 만든다. 흔하디흔한 디젤차에 오르는 것보다 뭔가 환경을 위해 기여하는 듯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 말이다. 하이브리드 전용 알로이 휠과 엠블럼을 박아넣어 고급스러움을 꾀했다는 것도 똑똑한 선택이다.
전반적인 체형은 저중심 설계를 기초로 깔았다. 전고를 낮추고 전폭과 휠베이스를 늘려 단순한 세단 같지 않은 개성을 살렸다.
2) 주행능력 : ★★★
스티어링 휠을 잡고 북한강변을 달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차의 장점과 단점이 확연하게 다가온다. 일단 운전자 몸을 꽉 잡아주는 듯한 시트 느낌과 안정적인 주행력에 평점을 주고 싶다. 넓고 좁아지길 반복하고 코너링이 잦은 강변도로에서도 흔들림 없이 일정한 승차감을 보여준다.
일단 스펙부터.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된 직렬 4기통 엣킨슨 사이클 DOHC VTEC 엔진은 최고출력 145마력, 최대토크 17.8㎏·m를 낸다. 2개 전기모터가 내는 최고출력은 184마력, 최대토크는 32.1㎏·m이다. 이들 조합이 뿜어내는 시스템 출력은 최고 215마력으로 일반 주행모드에서 흠잡을 데가 없다.
약점은 고속주행과 정숙성이다. 결코 힘이 부족한 세단이 아니지만 액셀러레이터를 꾸욱 밟을수록 앞에서 쑤욱 밀어주는 힘이 부족함을 느낀다. 정숙성은 다소 실망스럽다. 하이브리드 차를 탄다는 점을 의식해 유독 귀에 신경을 집중하고 탔는데 일반 세단 흔들림과 비슷한 노면 소음이 잡힌다.
다만 정숙성과 고속주행 모두 도심형 세단이라는 원래 구입 목적으로 되돌아간다면 크게 문제점으로 꼽을 만한 부분은 아니다.
3) 내부 공간 : ★★★☆
하이브리드치고는 적재공간을 꽤 든든하게 확보해 평점에서 별점 반 개를 더 줬다.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종전에 트렁크에 있던 하이브리드 배터리를 2열 시트 하부로 옮겨 심어 동급 최대 적재공간을 확보했다. 배터리 위치를 바꾸는 것만으로 적재공간을 49ℓ 늘렸다. 2열 시트까지 접을 수 있어 저중심 설계 세단치고는 사용 편의성이 꽤 괜찮다.
전반적인 내부 인테리어는 고급스럽다기보다는 실용적이다. 암레스트를 길게 앞으로 빼 편하게 손을 받칠 수 있게 했고 사이드 패드와 도어 등 운전자 손길이 자주 닿는 부분마다 소프트한 소재를 넣어 편하게 운전할 수 있게 했다.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버튼식 기어 시프트 등 주행에 필요한 첨단 사양도 딱히 지적할 만한 부분은 없다. 딱 기본은 한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운전석, 조수석, 프런트 사이드, 사이드 커튼 등 곳곳에 8에어백 시스템을 장착해 동급 차량치고는 안전성을 크게 확보했다는 점도 평가할 만하다.
4) 연비 : ★★★☆
어코드 하이브리드 최대 강점이자 존재 이유가 아닌가 싶다. 복합 18.9㎞/ℓ에 고속 18.7㎞/ℓ, 도심 연비는 19.2㎞/ℓ. 동급 최고 수준이다. 혼다가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에 2개 전기 모터를 탑재했고, 여기에 리튬 이온 배터리를 묶은 파워트레인(3세대 i-MMD·intelligent Multi Mode Drive) 효과다.
이날 120㎞ 코스에서도 곳곳에 고속주행을 배합해 달렸지만 실제 찍힌 평균 연비는 ℓ당 19.0㎞로 준수한 수준이다.
5) 가격: ★★☆
혼다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에 4000만원 초중반대 가격표를 붙였다. 하이브리드 EX-L은 4240만원, 하이브리드 투어링에는 4540만원을 매겼다. 배터리 레이아웃을 바꿔 적재 공간을 늘렸고, 동급 최강 수준으로 연비를 끌어올린 경제성이 반영된 결과다.
문제는 연비만 조금 희생하면 이 가격대에 살 수 있는 '대체재'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잠재 소비자가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가격이 어코드 하이브리드 판매 전선 최대 적이다.
6) 총평 : ★★★
어코드 하이브리는 단점보다는 장점이 더 많은 차다. 수입차를 5~7년 탈 생각을 했을 때 ℓ당 20㎞에 가까운 연비로 무장한 차는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으로 다가온다.
다만 눈에 확 띄는 존재감과는 거리가 있는 차다. 아무리 수입차가 길을 가다 발에 채이는 시대지만 여전히 수입차를 타는 큰 이유는 타고 내릴 때 주위 주목을 받을 수 있는 무형의 존재감이다.
4000만원 초중반대 돈을 내고 연비와 안정적인 주행성능은 가져갈 수 있지만 이 뚜렷한 존재감까지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욕심이다.
자, 이제 결론.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속물처럼 자랑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실용성을 따지기 좋아하는 3040세대에게 어울리는 차다
[김정환 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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