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연간 14만 등반 쓰레기 몸살 앓는 세계최고봉

오완선 2019. 3. 11. 11:42



해발 8848m인 에베레스트(초모랑마)산 등반 시즌은 매년 4월부터 시작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딩르(定日)현 자시종(扎西宗)향은 불황을 모른다.

매년 4월부터 10월까지 몰리는 등반가나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해도 충분히 먹고 살만하다. 이 곳까지 자동차로 간 다음 2㎞정도만 더 걸어가면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가는 베이스캠프에 이른다.

중국의 오성홍기와 히말라야 보호구 깃발이 나란히 내걸린 이곳의 해발은 5200m다.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직선거리로는 약 19㎞ 떨어져 있고 해발 5200m 표지판을 지나 남쪽으로 걸어가면 룽푸(绒布)사와 히말라야 주봉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베이스캠프 인근에 위치한 티베트 룽푸(绒布)사 근처에도 등산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즐비하다.

매년 등산객은 물론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트래킹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

히말라야 경관 보호지역은 약 3만3800㎡다. 등산로에는 산악인들의 만들어 놓은 베이스캠프들이 보인다.

이른바 정상 등정을 위한 고도 적응 훈련과 체력을 하는 곳이다. 여기서 하루에도 수차례씩 바뀌는 기후 변화를 살피면서 최고봉인 에베레스트 등정 기회를 노린다.

1921부터 1924년 사이 영국의 3개 등산대가 정상 도전을 시도한 끝에 마침내 1953년5월29일 영국 산악대의 뉴질랜드 대원인 애드먼드 힐러리가 네팔 가이드와 함께 가장 먼저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이 후 60여 년 간 에베레스트 정상을 등정한 산악인은 5000명을 넘는다.

전문 가이드의 도움을 받는 상업 등반은 1992년 시작된다. 이후 에베레스트를 찾는 산악인은 매년 크게 증가한다.

베이스캠프까지만 갔다가 돌아오는 트레킹 관광객까지 합치면 연간 7만 명에서 10만 명 선이다. 이 수자는 급기야 지난해 14만 명으로 올라간다.

에베레스트 정상으로 가는 루트는 10여 곳이지만 주로 두 곳을 이용한다. 하나는 네팔에서 올라가는 남파고 나머지는 중국서 오르는 북파 코스다.

공푸라는 이름을 가진 티베트족이 한족 두 명과 함께 1960년 첫 북파 등정에 성공한 이래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에는 성화를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봉송해 화제를 뿌린 코스다. 관광지로 전락한 에베레스트는 지난 2013년 80세 일본 노인에게 정상을 내준다. 정상 정복 60년만의 최고령 등반 기록이다.

14만 명이 찾는 만큼 에베레스트에 버려지는 쓰레기는 매년 수십 톤에 달한다. 지난해 등반 시즌 종료 후에 티베트 환경 보호대가 해발 5200m 이상 고지대에서 4차례에 걸쳐 회수한 쓰레기만 1만㎏에 달할 정도다.

전문 청소업체까지 동원해 쓰레기 수거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쓰레기 종류도 다양해 플라스틱 병에서 등산 신발 천막조각 깡통따개 음식물 캔 약봉지 등 헤아릴 수 없다.

영국 BBC는 해발 8000m 고지대를 청소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영해 전 세계의 이목을 끌기도 한다. 세계 각 국 문자로 인쇄된 쓰레기에다 사선이라 불리는 해발 8000m 지대에는 사고로 숨진 300여명의 시신도 함께 발견 된다.

청소 하려면 해수면에 비해 3분의 1도 안 되는 산소 탓에 12시간 안에 정상에 갔다가 쓰레기를 매고 다시 8000미터 이하로 내려오는 강행군이 필수다.이 과정에서 기압 차이에 의한 뇌 팽창 등으로 두통 구토는 물론이고 환각 등 사고능력을 상실해 생명을 뺏기는 경우도 있다.

히말라야가 신성한 설산이란 이미지에서 쓰레기 최고봉으로 전락하자 중국의 태도도 바뀐다.

티베트자치구 히말라야관리국은 지난해 12월 5일 등반시즌 종료와 함께 환경 파괴 등반 금지령을 내린다.

주요내용은 올해 4월부터 히말라야 트래킹 관광객들을 룽푸(绒布)사 이상 갈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화장실도 없는 베이스캠프에 버린 분변으로 고지대 오염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정상으로 가는 전문 산악인도 300명 이내로 제한하고 쓰레기도 되가져오도록 한다. 입산 등록비도 30만 위안(약 5000만원)으로 네팔에서 오르는 것보다 두 배 비싸다.

티베트 체육국에 사전 예약도 필수다. 예약자는 현지에 한달 가량 머무르면서 고산 적응 훈련을 받아야한다.

히말라야 등반 통제와 함께 와 함께 티벳 나무추어(纳木错) 풍경구 나취(那曲)시 쐉후(双湖)현 관할의 푸뤄강르 강르빙(普若岗日冰)천 창하이(靑海)성 냐오다오(鸟道)풍경구와 녠바오위처(年保玉则)지구도 잇달아 폐쇄한다.

절대 자연보호 구역도 설정돼 있다. 현재 칭하이(靑海)성의 커커시(可可西)리와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의 아얼진(阿尔金)산을 비롯해 티베트 장탕(羌塘) 등 10개의 국가 공원을 지정해 놓은 상태다.

특히 히말라야는 아시아 최대의 수원지다. 고지대가 오염되는 날이면 10억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친다.

히말라야에서 발원하는 강은 인도로 흐르는 인더스 갠지스 강이나 반대로 흐르는 브라마푸트라강 등 모두 19개다. 강은 일단 오염되면 회복하는 데 많은 생명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는 점을 깨달은 게 다행이다.

관광객으로 인한 목재 소비도 늘어 매년 훼손되는 산림면적만도 2억4000만㎡에 달한다. 산림 자원 훼손과 함께 나타나는 토양 유실도 심각하다.

고지대를 잘못 관리하다간 미세먼지처럼 재앙으로 닥칠지 모른다는 위기감도 크다. 중국 환경 당국이 움직인 배경이다.

중국 당나라 이백의 촉도난(蜀道难)이란 시에 보면 쓰촨(四川)성 길은 하늘로 올라갈 만큼 험하다(川蜀之道难于上青天)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그런데 지금은 돈 있고 체력훈련을 할 마음만 먹으면 히말라야에도 접근 가능하다.

물론 아직도 윈난(云南)성에 자리 잡은 위룽(玉龙)설산은 아직도 사람의 발길을 거부한 채 남아 있다. 해발고도는 5596m로 에베레스트보다 낮지만 해발 4350m 윗부분 에만 눈이 쌓여 있는 산이다.

기류가 불안정하고 지질도 부드러워 쉽게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등반 노선을 정하기도 어렵다. 등정하는 입장에서는 열대에서 눈이 쌓인 냉대 기후대로 가는 신체 적응도 문제다.



아무튼 중국에서 에베레스트를 사랑의 눈으로 보기 시작한 점은 뉴스다. 장사의 대상이라는 외지인 시각에서 생명의 원천으로 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에서 시작한 자연보호야말로 주변국과 공생하는 모범 답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기후변화로 심각해지는 사막화를 막고 더 나아가 공장지대에서 분출되는 미세먼지까지 퇴출시키는 길로 나가길 기대해 본다.


2019. 03.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