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왜 만날 TV 가지고 싸우냐면요

오완선 2019. 7. 30. 10:20



Weconomy | 송경화의 올망졸망2

삼성전자 QLED TV vs LG전자 OLED TV
전세계 프리미엄 시장 지난한 주도권 싸움
‘저가 확대’ 삼성전자 세계 1위 선방
LG디스플레이 올레드 공급 확대 목전
삼성디스플레이 ‘올레드 투자설’ 솔솔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전자 업계를 취재한 지 딱 4개월이 됐습니다. 주위에서 제품을 사기 전에 많이들 물으십니다.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은 이렇습니다. “삼성이야? 엘지(LG)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빼면 나머지 사업 구조는 엘지전자와 흡사한 편인데요. 스마트폰에선 삼성전자가 확고한 우위를 점하고 있고, 스타일러와 건조기 등 생활 가전에선 엘지전자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남은 건 텔레비전(TV)인데요.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명실공히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고 ‘프리미엄’ 급에서 서로 다른 패널과 기술을 채택하고 있어 다른 제품군에 비해 대결 구도가 확실한 상황입니다. 결국 “삼성이야? 엘지야?” 유형의 질문 중 제일 자주 듣는 건 이겁니다. “티브이, 삼성거 사? 엘지거 사?”

여기서부터 꺼내야 할 단어는 큐엘이디(QLED)와 올레드(OLED·유기발광다이오드)입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저 두 단어를 두고 계속 싸우고 있습니다. 전자와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지겨울 수도 있을 단어지만, 일반 소비자 입장에선 생소하고도 어려운 단어죠. 저도 전자 분야를 취재하기 전까진 둘의 차이를 잘 몰랐습니다.

현재 티브이 시장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이 지배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배불뚝이 티브이’로 불렸던 브라운관에 비해 훨씬 얇고 색을 또렷하게 재현해낼 수 있는 소재죠. 패널 뒤쪽에 백라이트(후방조명) 에서 빛을 쏴주면 액정을 통과해 서로 다른 패턴으로 굴절되면서 영상이 재현됩니다. 올레드는 또 다른 차원의 패널입니다. 유기 물질이 자체 발광해 엘시디 티브이와 달리 백라이트가 필요 없습니다. 덕분에 검은색을 잘 표현할 수 있고 얇게 만들 수 있습니다. 구부릴 수도 있고요. 대신 엘시디보다 비싸죠. ‘번인(burn-in) 현상(화면에 잔상이 남는 현상)’도 단점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큐엘이디(QLED) 티브이(TV).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큐엘이디(QLED) 티브이(TV). 삼성전자 제공
국내에서 올레드 티브이를 처음 양산하려 한 회사는 삼성전자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12년 삼성전자에 55인치 올레드 티브이 패널을 공급했습니다. 그러나 대량 양산을 앞두고 수율 문제로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쉽게 말해 ‘단가’가 안 맞았던 거죠. 그 사이 엘지전자가 ‘선수’를 쳤습니다. 2013년 올레드 티브이를 팔기 시작한 겁니다. 가격이 비쌌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의 양산화로 시장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도 많이 내려왔고요. 엘지 올레드 티브이는 만드는 만큼 대부분 팔려나가고 있는데, 그만큼 패널 공급에서 수요를 못따라가고 있는 상황이죠. 국외에선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등 15개 업체가 올레드 티브이를 판매하고 있는데, 엘지전자의 점유율이 60%를 넘습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 패널을 사실상 독점 공급중이고요.

삼성전자는 또 다른 제품을 내놨습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큐엘이디 티브이입니다. 삼성전자는 엘시디 패널에 퀀텀닷(QD) 필름을 입혀 색재현율을 높인 제품을 선보였습니다. 그리고 큐엘이디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패널 자체는 엘시디인지라 백라이트가 필요하죠. 이로 인해 두께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올레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있습니다. 대형화면을 더 잘 만들 수 있고요. 삼성전자는 큐엘이디 티브이를 앞세워 전세계 시장에서 엘지전자와 ‘프리미엄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요. 엘지전자는 “큐엘이디는 엘시디 패널일 뿐 올레드와 비교 불가”라며 평가절하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올레드는 ‘번인 현상’ 등이 해결되지 않았다”며 서로 맞서고 있죠.

엘지(LG)전자의 올레드 티브이(TV). 엘지전자 제공
엘지(LG)전자의 올레드 티브이(TV). 엘지전자 제공
최근 수치에서 승자는 삼성전자입니다. 아이에이치에스(IHS)마킷 자료를 보면 지난 1분기 삼성전자는 18.8%(수량 기준)의 점유율로 1위, 엘지전자는 12.8%로 2위였고요. 중국의 티시엘(TCL)이 3위였는데, 저가 엘시디를 앞세워 처음으로 두자리(10.8%)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는 1분기 기존과 달리 1000달러 미만의 저가 큐엘이디 티브이를 대거 판매하며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데요.(▶관련 기사 : 저가 QLED TV 판매 16배 늘린 삼성…‘프리미엄 경쟁’ 포기?) 현재 큐엘이디 티브이 시장의 98%는 삼성전자가 차지하고 있지만, 최근 국내 중소업체 아남전자가 삼성전자보다 저렴한 큐엘이디 티브이를 출시했고 ‘저가 판매’의 최강자 티시엘이 특허청에 ‘TCL QLED’ 상표를 출원하는 등 큐엘이디 티브이에 도전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죠. 삼성전자의 ‘저가 확대’ 추이와 맞물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제 관심은 ‘그 다음’ 입니다. 삼성과 엘지 모두 세계적 디스플레이 회사를 계열사로 두고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와 엘지전자의 흐름은 이들 회사와 연관지어 볼 수밖에 없는데요.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패널 생산에 발을 담그며 ‘올레드’ 진영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엘시디와 함께 올레드 패널 중에서는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중·소형 제품에 집중해왔지만, 중국산 엘시디 공급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지고 경쟁은 더 치열해진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지난해부터 삼성디스플레이가 천안 아산의 엘시디 생산라인 일부의 가동을 줄이는 등 엘시디 생산 감축에 나서고 대신 올레드로 전환하는 투자가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증권업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습니다. 투자가 현실화할 경우 삼성전자는 퀀텀닷(QD) 올레드 티브이로 프리미엄 시장에 새 도전장을 낼 것이란 예상이 나옵니다. 투자 계획은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는데요. 이를 두고 삼성전자가 한창 큐엘이디 티브이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올레드로의 확장을 두고 계열사간 이견이 정리되지 않은 영향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엘지디스플레이는 일단 대형 올레드 패널의 수요를 충족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 투자한 중국 광저우 엘지디스플레이 공장이 오는 8월부터 대형 올레드 양산을 시작하고요. 지난 23일에는 경기 파주 올레드 패널 생산라인에 3조원을 추가로 투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로 인해 엘지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올레드 티브이 시장이 더 확대될 것으로 엘지 쪽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대형 올레드 시장에 합류할 경우의 변화도 엘지 쪽은 예의주시하고 있죠.

이와 함께 삼성과 엘지 등은 ‘미래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자발광 퀀텀닷 발광다이오드(QLED) 개발 등 신기술 개발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자발광 큐엘이디는 삼성전자가 현재 판매중인 ‘큐엘이디’와 명칭은 유사하지만 또 다른 차원의 기술이죠. 실제 양산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요. 내일(30일) 엘지전자는 올 2분기 실적을 공시하고, 모레(31일)는 삼성전자의 실적 공개가 있죠. 각자 성적표에 따라 한 바탕 평가와 해석, 전망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 그래서 지금, “티브이, 삼성거 사? 엘지거 사?”에서 제 대답은 무엇일까요?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903740.html?_fr=mt2#csidx8baefba681c56c5b20376e507ce18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