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읽는 경제교실]
Q. 인터넷뱅킹을 통해 친구에게 돈을 보내려고 했는데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잘못 보냈습니다. 어디에 연락해야 하며, 잘못 보낸 돈은 되돌려 받을 수 있나요?
A.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등을 이용해 송금할 때 받을 사람의 계좌번호를 실수로 잘못 입력해 돈을 엉뚱한 곳에 보낸 경험이 있나요? 아니면 반대로 모르는 사람이 잘못 보낸 돈을 받아본 적이 있나요?
이처럼 돈을 보낸 사람(송금인)의 실수로 원래 돈을 받아야 할 사람이 아닌 제3자에게 돈을 보내는 것을 ‘착오송금’이라고 합니다. 일상생활에서 착오송금은 생각보다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 상반기까지 송금인이 착오송금 사실을 알고 은행에 돈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한 건수는 약 40만 건, 금액은 약 9560억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는 아직 돈을 돌려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실수로 돈을 잘못 보낸 사실을 알았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즉시 거래은행에 연락해 돈을 돌려 달라고 신청하는 게 중요합니다. 돈을 잘못 보낸 사실을 빨리 파악하면 신속히 조치를 취할 수 있고 그만큼 피해를 입을 확률이 줄어들게 됩니다. 평소 송금을 한 뒤 곧바로 확인하는 습관을 길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은행은 송금인으로부터 반환신청을 받으면 돈을 받은 사람(수취인)과 연락해 착오송금 사실을 알리고 돈을 돌려주도록 협조를 구합니다. 이때 수취인이 동의하면 은행이 돈을 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수취인이 이를 거부할 경우 은행이 마음대로 돈을 돌려줄 수 없습니다. 착오송금은 송금인의 단순 실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은행이 이를 되돌려 줘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왜 그런지 그 이유를 살펴봅시다.
먼저 은행에 돈을 맡기는 예금의 의미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합니다. 사람들이 은행에 가서 예금통장을 만드는 것은 법적으로는 은행과 ‘예금계약’을 체결하는 것입니다. 예금계약은 예금자가 돈의 소유권을 은행에 넘기는 대신 은행이 예금자에게 같은 금액(이자가 있는 경우 이자를 포함한 금액)을 반환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입니다.
일반적으로 현금을 입금한 경우에는 은행이 입금 사실을 확인했을 때, 계좌이체인 경우 입금내역이 계좌에 기록되면 예금계약이 성립합니다. 계좌의 주인이 예금 채권을 갖게 되죠.
착오송금된 돈을 받은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계좌에 돈이 들어오면 그 계좌의 주인이 예금 채권을 갖게 됩니다. 예금자와 은행이 특별히 따로 정하지 않는 이상 착오송금으로 돈이 잘못 입금됐더라도 수취인이 예금 채권을 취득한다는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 돈을 잘못 보냈더라도 일단 돈을 받은 사람이 예금 채권을 가지는 만큼 비록 송금인의 실수로 입금된 돈일지라도 은행이 마음대로 그 돈을 빼내 송금자에게 되돌려 줄 수 없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착오송금으로 돈을 받은 사람이 이 돈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무런 이유 없이 돈을 받은 것이므로 돈을 잘못 보낸 송금인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착오송금으로 돈을 받은 사람이 돈을 돌려주지 않고 인출해 사용하면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송금인이 돈을 잘못 보냈더라도 수취인은 이를 보관해야 할 의무가 있으므로 그 돈을 써버리면 횡령죄로 처벌된다고 했습니다. 수취인이 자신의 계좌로 잘못 입금된 돈을 돌려주지 않으면 송금인은 소송을 통해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려 매우 불편합니다.
그래서 돈을 보낼 때는 돈을 받는 사람의 이름과 계좌번호가 정확한지 꼼꼼히 확인해 잘못 보내지 않도록 늘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금융권에는 착오송금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서비스와 제도가 마련돼 있습니다. 돈을 이체할 때 일정 시간이 지난 뒤에 수취인의 계좌에 입금되게 하는 ‘지연 이체 서비스’가 있으며, 100만 원 이상을 송금하면 수취인이 30분 동안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돈을 인출하지 못하게 하는 ‘지연인출제도’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서비스와 제도를 알아두는 한편 송금할 때 이름과 계좌번호, 금액을 꼼꼼히 확인하는 습관까지 길러두면 착오송금을 예방하고 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윤효진 한국은행 법규제도실 금융법규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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