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진인(塵人) 조은산이 시무 7조를 주청하는 상소문을 올리니 삼가 굽어살펴주시옵소서’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올라왔다. 조선 시대 상소문 형식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접 보낸 것이다. 이달 12일 올라온 이 글은 현재 1만 8000여명이 동의했으나,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조회가 불가능하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해당 글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어려워진 현재 상황을 언급하면서 시작한다. 그러면서 “백성들의 삶이 이러할 진데 조정의 대신들과 관료들은 국회에 모여들어 탁상공론을 거듭하며 말장난을 일삼고 실정의 책임을 폐위된 선황에게 떠밀며 실패한 정책을 그보다 더한 우책으로 덮어 백성들을 우롱하니 그 꼴이 가히 점입가경이라”라고 꼬집었다.
이어 “어느 대신은 집값이 11억이 오른 곳도 허다하거늘 현 시세 11프로가 올랐다는 미친 소리를 지껄이고 있으며 어느 대신은 수도 한양이 천박하니 세종으로 천도를 해야 한다는 해괴한 말로 백성들의 기세에 찬물을 끼얹고 본직이 법무부장관인지 국토부장관인지 아직도 감을 못 잡은 어느 대신은 전월세 시세를 자신이 정하겠다며 여기저기 널뛰기를 하고 칼춤을 추어 미천한 백성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사온데 과연 이 나라를 일으켜 세우려는 자들은 일터에 나앉은 백성들이옵니까 아니오면 궁궐과 의회에 모여 앉은 대신들이옵니까” 라고 비꼬았다.
청원인은 시무(時務) 7조 가운데 가장 먼저 세금 문제를 거론한다. “부유한 것이 죄는 아니거늘 소득의 절반을 빼앗고 부자의 자식이 부자가 되면 안 되니 다시 빼앗고 기업을 운영하니 재벌이라 가두어 빼앗고 다주택자는 적폐이니 집값 안정을 위해 빼앗고 일주택자는 그냥 두기 아쉬우니 공시가를 올려 빼앗고 임대사업자는 토사구팽하여 법을 소급해 빼앗고 한평생 고을 지킨 노인은 고가 주택에 기거한다 하여 빼앗으니”라며 “조세는 나라의 권한이고 납세는 백성의 책무이나 세율은 민심의 척도이옵니다” 라고 전했다.
시무 2조는 감성보다 이성을 중히 여긴 정책을 해야 한다고 전한다. “비정규직철폐니 경제민주화니 소득주도성장이니 최저임금인상이니 세상물정 모르는 것들의 뜬구름 잡는 소리로 기업의 손과 발을 묶어 결국 54조의 혈세를 쏟아붓는 것은 감성에 불과하다”며 “이성이 감성을 앞서면 암탉에게 좋은 먹이를 내어 살을 찌우고 크고 신선한 달걀을 연신 받아내어 백성 모두가 닭 한마리씩을 먹을 수 있는 것과 같사옵니다” 라고했다.
이어 “명분보다 실리를 중히 여기시어 외교에 임하시옵소서”라며, 한일간 갈등을 두고 “백성이 다른 백성의 밥그릇을 걷어찬 꼴과 무엇이 다르냐”고 지적하고, ”인간의 욕구를 인정하시옵소서”라는 조항에선 “김의겸과 노영민은 죄가 없다”고 간한다. 이 외에도 ”신하를 가려쓰시옵소서””헌법의 가치를 지키옵소서””스스로 먼저 일신하시옵소서” 등의 내용을 시무 7조로 꼽아 담았다. 그러면서 “부디 일신하시어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비로소 끝내주시옵고 백성의 일기 안에 상생하시며 역사의 기록 안에 영생하시옵소서” 라는 문장으로 상소를 끝맺는다.
조은산씨의 청원문 게시 기간은 9월 11일까지이나, 26일 오후 5시 기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서는 검색으로 조회가 불가능하고, 추천 순으로 게시글을 소개한 곳에서도 볼 수 없다. 해당 글을 바로 볼 수 있는 주소로 접속하면 “사전동의 100명이상이 되어, 관리자가 검토중인 청원입니다. 공개까지 시일이 소요될 수 있습니다.(…) 단 청원 요건에 맞지 않는 경우, 비공개 되거나 일부 숨김 처리될 수 있습니다”라는 안내 글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