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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의 본색은 친일청산 아닌 연방제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8/18/2020081805127.html

오완선 2020. 8. 19. 10:02

입력 2020.08.19 03:10

# 지난 주말 제75주년 광복절 행사에서 행해진 김원웅 발언의 본색은 단순한 의미의 친일 청산이 아니다. 진짜 핵심은 1국 2체제의 연방제를 하자는 것이다. 이날 발언 중 특기할 것은 느닷없이 골드만삭스가 등장하는 대목이다. 굳이 인용하면 이렇다. "국제 금융시장을 주도하는 골드만삭스는 남북이 상호 주권을 존중하는 1민족 2체제로 서로 협력하면 수년 내에 프랑스와 독일을 따라잡고, 이어서 일본도 따라잡아 세계 최선진 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이렇게 찬란한 우리 민족 미래의 발목을 잡는 것은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하여 존재하는 세력'이다." 압축하면 친일 기득권 분단 세력을 몰아내고 1국 2체제의 연방제를 하자는 것 아닌가!

/박상훈

 

# 하지만 이 발언에는 교묘한 트릭이 있다. 먼저, 골드만삭스의 예측은 최근 것이 아니다. 11년 전인 2009년 9월 21일 내놓은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 188호(Global Economics Paper No. 188) '통일 한국, 대북 리스크에 대한 재평가'에 담긴 내용이다. 둘째, 당시 이 보고서를 작성한 이는 골드만삭스 서울지점의 한국인 이코노미스트 권구훈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 81학번으로 하버드대에서 사회주의경제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고 2001~ 2004년 IMF(국제통화기금) 모스크바 사무소 상주대표를 지낸 경력이 있다. 그런데 재작년 겨울부터는 송영길 의원 후임으로 문재인 정부의 북방경제협력위원장(장관급)을 맡고 있다. 셋째, 당시 권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골드만삭스 보고서에서 언급한 통일 한국이란 독일 같은 통일이 아닌 중국-홍콩 관계를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마디로 1국 2체제의 연방제를 바탕에 깔고 쓴 것이다. 그런데 10년이 훌쩍 지난 작금의 중국-홍콩 관계를 보면 그런 양자 간 관계가 남북 간의 관계에서는 반드시 피해야 할 것임은 자명하지 않은가.

# 백보 양보해서, 김원웅의 말처럼 친일 기득권 분단 세력이 소멸하고 1국 2체제 연방제를 하면 정말 통일 한국이 프랑스, 독일, 일본마저 제친 세계 최선진 강국이 되는 것일까? 권구훈의 2009년 리포트를 좀 더 들여다보자. 당시 권 이코노미스트는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 지수에 편입되면서 장기 투자 목적으로 한국을 보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그 고객들이 북한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자주 물어오자 그들의 궁금증을 풀어주기 위해 보고서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 언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그래서인지 이 보고서는 북핵 리스크는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북한의 광물 자원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2008년 북한 GDP의 140배에 달한다는 장밋빛 전망으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조금만 세심하게 들여다보면 그것이 허수임을 쉽게 알 수 있다. '2008년 북한 GDP의 140배' 운운하며 제시되는 수치는 미채굴 상태의 우라늄, 아연, 납 등 북한 광물 자원을 해외의 전략 투자자에게 판매한 후 이를 다시 장기채에 투자해서 얻는 수익까지 포함한 것이다. 한마디로 단순하게 특정할 수 없는 가상 가치인 셈이다. 북핵 리스크를 가린 채 오로지 해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려던 의도로 작성되었던 골드만삭스 보고서가 김원웅의 광복절 발언을 통해 연방제를 해야만 하는 이유로 둔갑한 것 자체가 허구요 난센스다.

정진홍 컬처엔지니어

 

#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 후보 때부터 공공연하게 '낮은 단계의 연방제'를 언급해왔다. 두 달 전 6·25 70주년 행사 때도 이런 속내를 굳이 감추지 않았다. 그러니 10여 년 전 골드만삭스 리포트의 작성자를 수소문해서 장관급인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 앉힐 수 있었던 것이고, 김원웅 같은 이를 광복회장에 앉힌 것 아니겠는가. 특히 김원웅은 노무현 정권 시절인 2006년 2월에 국회의원 신분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후 낮은 단계의 연방제 실시를 위해 국가보안법을 우선적으로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그는 광복회장이 되기 전에 조선의열단 기념사업회 회장이란 직함을 들고 다니며 김정은을 시대의 위인으로 추앙하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조선의열단은 지난해 이른바 '서훈 논란'을 야기했던 김원봉이 조직한 단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현충일 때 느닷없이 한국전쟁 당시 북한 서열 3위의 김원봉을 추켜세워 온 나라와 국민을 혼란에 빠뜨렸던 배경에 김원웅의 부추김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도 그럴 것이 김원웅이 광복회장을 맡게 된 시기도 바로 작년 6월이었다. 문재인과 김원웅은 김원봉과 연방제에 관한 한 동류항인 셈이다.

# 악마의 발톱은 항상 디테일에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광복절 행사가 치러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의 연단에 '대한민국'이 아닌 '우리나라'라는 글씨가 눈에 띄지 않던가! 문재인 청와대의 괴벨스와 같은 존재인 탁현민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대한민국'이 아니라 굳이 '우리나라'라고 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5·10 선거를 통해 이승만이 세운 대한민국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고 싶은 마음이리라. 그래서 일부러 김구의 백범일지에 나오는 '우리나라'를 표방한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날 김원웅은 이승만을 초대 대통령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단독정부[單政]를 이끈 일개인으로 호출하고 문재인은 아예 이승만을 무시한 채 오직 김구만을 광복절 경축사에서 언급한 것 아니겠는가. 이것이야말로 대 한민국의 정통성 자체를 시작부터 폄훼하는 수작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김원웅 발언의 대미(?)가 "대한민국을 광복하라!"였지만 그것은 곧 대한민국은 해체하고 1국 2체제의 연방제로서 김정은과의 '우리나라'를 광복하라는 것과 다름없다. 그런 '우리나라'를 위해 사회주의 부동산 정책의 광풍도 분 것이리라. 더는 이들의 역사적 장난을 결코 좌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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