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 파일럿 도전기-177] 필자가 조종사가 되기 전부터 항상 궁금했던 것이 '저 무거운 쇳덩어리가 어떻게 하늘에 뜰까'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공기보다 무거운 이 물체가 유유하게 하늘을 떠다니는 것은 굉장히 경이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상 모든 물체는 중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주를 가야만 무중력 상태를 맞이할 수 있기에 죽는 날까지 발을 땅에 붙이고 다니는 우리로서는 하늘을 난다는 것 자체가 현실보다는 이상에 가까웠던 것 같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하루에도 비행기 수만 대가 하늘을 잘만 날라 다닌다. 가벼운 글라이더부터 우리가 평소 타는 여객기와 그리고 많은 무기를 실은 무거운 군용 폭격기까지. 이 쇳덩어리를 하늘에 뜨게 하는 '보이지 않는 손'은 도대체 무엇일까.
▲양력, 너는 누구냐
비행기가 어떻게 하늘에 뜨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물체에 작용하는 과학적 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어려워 보일 수 있지만 알고 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최대한 과학적 수식을 배제한 채 쉽게 설명하겠다.
비행기에 작용하는 힘은 모두 네 가지다. 물체를 아래에서 위로 뜨게 하는 힘인 '양력(Lift)', 물체를 뒤로 당기는 힘인 '항력(Drag)', 물체를 앞으로 가게 하는 '추력(Thrust)', 그리고 물체를 지상으로 당기는 '중력(Weight)'이 그것이다.
이 중 물체가 하늘에 뜨게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힘은 양력이다. 곧 비행기가 하늘에 뜨게 하려면 양력을 키우면 되는 것이고, 이 힘을 중력보다 크게 만들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중력이 양력보다 더 크다면 물체는 아래로 떨어져 끝내 지상에 이르게 될 것이다. 항상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우리처럼.
이 양력에 대한 존재는 오랫동안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덩어리였다. 그들의 희망을 대변하듯 각종 옛날 이야기에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새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그들을 그리면서 자신도 모르는 채 양력을 표현한 것이다.
다시 비행기 얘기로 돌아와서 우리가 날개를 자세히 살펴보면 비행기 날개는 평평하지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에어포일(Airfoil)이라 부르는데, 길쭉한 타원형으로 생겼는데 잘 보면 아랫부분과 윗부분 생긴 것이 다르다. 여기에 양력 발생의 기본 원리가 숨겨져 있다.
▲ 베르누이의 정리란
▲ '베르누이의 정리'로 널리 알려진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이론 물리학자인 다니엘 베르누이 (1700~1782)
전통적으로 이 양력에 대해 설명한 가장 대중적인 과학적 모델은 베르누이의 정리(Bernoulli's Theorem)다. 베르누이는 18세기에 활약한 스위스의 수학자이자 이론 물리학자로, 공학도들이 정말 싫어하는 과목 중 하나인 유체역학을 정립시킨 아버지다. 그는 기체 운동과 열의 본성, 그리고 에너지 보존 법칙의 기초 연구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1738년 어느 날 베르누이는 유체가 규칙적으로 흐르는 것에 대한 속력, 압력, 높이의 관계에 대한 법칙을 발표하게 된다. 에너지 보존법칙에 따라 상대속도가 있는 고체와 유체의 상호작용을 설명한 원리로 그리고 여기서 압력(Pressure)과 속도(Velocity)에 대한 기본적 관계가 따라나오게 된다. 그림을 확인해보자.
▲ 속도와 압력의 반비례 관계를 설명한 베르누이의 정리 예시
베르누이의 정리는 쉽게 말해 유체(쉽게 말해 공기 같은 것)가 관을 따라 이동할 때 압력과 속도는 반비례한다는 것이다. 단면적이 큰 A1에서 단면적이 작은 A2로 이 유체가 이동할 때 이 유체의 속도는 높아지고 압력은 낮아지게 된다. 반대로 A2에서 A1로 이동하면 속도가 낮아지고 압력은 높아진다.
이는 소방호스를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소방호스를 보면 물줄기가 나오는 노즐이 매우 좁다. 이 때문에 물줄기가 나오는 압력은 줄어들고 속도는 매우 빠른 것이다. 만약 소방호스 노즐이 넓다면 물줄기는 얼마 못 가고 오줌줄기처럼 축 쳐질 것이다.
베르누이는 이 상황에서 P1V1=P2V2가 성립하면서 이 상황에서 에너지가 보존된다고 했다. 에너지가 보존된다는 말은 속도와 압력에 변화가 있어도 변화 전의 총에너지와 변화 후의 총에너지에 차이가 없다는 말이고, 따라서 완벽한 속도와 압력 사이의 반비례 관계가 성립한다는 것이다.
더 쉽게 말해 공기의 속도가 빨라진다고 해서 보이지 않는 새로운 무언가가 이 공기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압력으로 존재하던 힘이 속도로 변하면서 에너지의 총량에는 변화가 없이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같은 에너지를 유지하기 위해 속도와 압력은 반비례한다는 것이 이 원리의 핵심이다(사실 깊게 들어가면 베르누이의 정리는 점성이 없는 유체(Inviscid Flow)에서만 성립하며 유체에 점성력이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는 등의 전제가 필요하지만, 너무 어려워지므로 패스하자. 핵심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없기에).
▲베르누이 정리로 양력을 이해해보자
▲ 베르누이의 정리에 따른 비행기가 뜨는 힘(양력) 설명
앞서 비행기의 날개가 평평하지 않다는 말은 이미 했다. 비행기 날개를 뚝 잘라서 옆에서 바라보면 대충 위 그림처럼 생긴 기묘한 타원형인데, 이를 보면 비행기 날개를 지날 때 공기의 움직임을 유추할 수 있다.
공기가 그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분다고 했을 때, 이 공기의 흐름은 위쪽과 아래쪽으로 나뉠 것이다. 보다시피 위쪽 아래쪽 날개 단면은 서로 다르게 생겼고, 이는 공기의 다른 속도를 발생시킨다. 이를 컴퓨터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면 날개 위쪽 단면 공기의 속도(유속)가 아래쪽 단면의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