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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브라는 왜 독을 뱉게 됐나원문보기.

오완선 2021. 1. 22. 13:53

[애니멀피플]
초기 인류 출현과 관련, 막대와 돌 공격 방어 위해 3차례 걸쳐 진화

독을 뱉는 코브라는 극심한 통증과 심하면 실명을 일으키는 독을 상대의 눈을 겨냥해 뿜는다. 그 진화의 출발점에 초기 인류의 등장이 놓여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탈린 카잔디잔 제공

뱀 연구자들은 일부 코브라를 다룰 때 반드시 얼굴에 페이스 쉴드나 고글을 착용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에 서식하는 20여 종의 코브라는 송곳니 앞쪽에 난 작은 구멍을 통해 독을 2.5m 앞 상대의 눈을 겨냥해 발사하기 때문이다.독을 뱉는 코브라는 먹이 제압이 아니라 상대에게 즉각적인 통증을 일으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독 성분을 진화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또 이런 코브라가 독립적으로 3번에 걸쳐 진화한 것은 초기 인류의 등장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탈린 카잔지안 영국 리버풀 열대 의학대 박사 등 국제연구진은 22일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서 독 뱉는 코브라의 진화적 기원을 밝혔다. 이제까지 뱀독은 먹이 잡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번 연구에서 방어도 진화의 중요한 동력임을 보였다.연구자들은 모든 코브라 독의 염기서열과 성분, 기능 등을 분석해 비교한 결과 독 뱉는 코브라는 ‘포스폴리페이스 A2’라는 새로운 독소를 새롭게 분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독소는 극심한 통증과 염증 나아가 영구적 실명으로 이어지게 한다.놀라운 건 새 독소의 ‘발명’이 독립적으로 3차례에 걸쳐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각각 다른 장소와 시기에 진화한 코브라 계통 3곳에서 방어를 위해 똑같은 해법을 찾았다는 것은 수렴진화의 전형적 사례”라고 밝혔다.

익룡, 박쥐, 새는 같은 비행을 하지만 날개를 해부학적 구성과 진화 과정은 전혀 다르다. 수렴진화의 사례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수렴진화란 계통적으로 관련이 없는 여러 생물이 적응의 결과 유사한 형질을 갖게 된 현상을 가리킨다. 곤충, 익룡, 새, 박쥐가 다른 진화 경로를 거쳐 비행이란 동일한 적응을 한 것은 그런 예다.그렇다면 왜 코브라는 공격이 아닌 방어를 위한 독을 진화시켰을까. 연구자들은 초기 인류의 진화가 그런 진화가 일어날 강력한 선택압력을 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장류는 수천만년 전부터 뱀과 부대끼며 진화했다. 두 팔을 자유롭게 쓰는 초기 인류가 등장하자 뱀은 멀리서 독을 뱉는 방어책을 고안했다. 탈린 카잔디잔 제공

독 뱉는 코브라는 670만∼1070만년 전 아프리카에서 처음 출현했고 아시아에는 250만∼420만년 전부터 나타났다. 논문 교신저자인 닉 케이스웰 교수는 “독 뱉는 코브라가 처음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시기는 인류의 조상이 침팬지와 보노보 조상으로부터 갈려 나온 시기이며 아시아에서 독 뱉는 코브라가 기원한 시기는 직립원인이 아시아로 이주한 시기와 같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아기도 뱀 사진을 보여주면 동공이 확대하는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등 사람은 뱀을 본능적으로 무서워한다(▶뱀을 향한 뿌리 깊은 공포, 새들도 그러하다). 공동 연구자인 볼프강 뷔스터 영국 뱅고르대 박사는 “많은 영장류가 막대기와 돌로 뱀을 공격한다. 직립으로 두 손을 해방한 초기 인류는 코브라가 방어에 적합한 독을 먼 거리에서 뱉는 쪽으로 적응하는 강력한 선택압력이었을 것”이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실제로 “뱀은 영장류의 과거 7500만년 동안 진화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고 논문은 적었다. 다른 포식자에 견줘 영장류가 뛰어난 시각과 복잡한 인지능력을 진화시킨 것도 뱀과의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코브라도 자유로운 두 팔과 큰 두뇌로 무장한 새로운 영장류에 맞서 독을 뱉는 새로운 방어책을 고안하게 됐다는 얘기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ecology_evolution/979962.html?_fr=mt2#csidx6e63719faab3edeb67e67eb1ba978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