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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도 모르면서 주식투자 한다고?

오완선 2021. 5. 2. 09:45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 주식거래 활동 계좌가 4000만개를 넘어섰습니다. 주식을 시작한 사람들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위 말하는 핫한 섹터나 종목에 투자하는, 공부하지 않는 쉬운 투자는 매우 위험합니다. 투자는 운이 크게 좌우하는 분야이지만 늘 행운이 따르지는 않고, 계속 행운에 배팅하는 것은 도박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죠.

이에 매일경제 유튜브 '매일경제 에브리데이'가 정말 기초부터 탄탄히 주식의 기본기를 다져줄 '샌타샤와 놈놈놈' 콘텐츠를 선보입니다. 주식 고수 박민수(필명 샌드타이거샤크·최고민수)와 단타 치는 놈, 해외주식만 하는 놈, 모르는 놈 등 주린이 3인방의 좌충우돌 주식투자 배우는 과정을 통해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전달합니다. 유튜브와 함께 기사로 매주 일요일 오전 주린이들이 알아야 할 주식 상식 다섯 가지를 살펴봅니다. 영상은 #매일경제 유튜브 에서 볼 수 있습니다.

 

3일부터 공매도가 재개됩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 위기 확산으로 주가 급락을 막기 위해 6개월간 공매도를 금지한 뒤 두 차례 연장 끝에 재개되는 건데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에 이은 한국 증시 역사상 3번째였고 기간으로는 역대 최장이었습니다. 공매도를 앞두고 설왕설래가 많습니다. 대체 공매도가 뭐기에 주식시장이 이렇게 주목하는 걸까요?



Q1. 공매도가 대체 뭔가요?

▲ 사진출저=매일경제, 그래픽/조보라 디자이너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주식을 빌려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다시 사들이는 방식으로 차익을 얻는 투자 기법입니다.

주당 1만원인 A회사 주식이 있습니다. 기관이나 증권사로부터 A회사 주식 100주를 빌려서 팝니다. 총 100만원을 벌었죠. 그런데 며칠 후 A 회사의 주식이 주당 5000원으로 떨어집니다. 이때 100주를 50만원에 사서 빌린 기관이나 증권사에 싸게 산 주식으로 갚습니다. 그럼 50만원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구조인 거죠.

일반투자가 향후 주가가 상승할 종목을 잘 선정해야 한다면, 공매도 투자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종목을 잘 골라야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공매도에는 아예 빌리지도 않고 약속만으로 주식을 팔 수 있는 무차입 공매도와 주식을 빌린 다음 갚는 차입 공매도 형식이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입니다. 다만, 종종 일부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불법 무차입 공매도가 발생해왔는데요. 제대로 적발되지도 않고 처벌도 과태료 수준이라 끊임없이 문제가 되어 왔습니다. 이에 올해 2월 불법 공매도 적발 시 주문 금액의 최대 100% 과징금에 형사처벌을 받도록 강화됐습니다.



Q2. 공매도가 가지는 장점과 단점?

 

=공매도는 대체 왜 도입하는 걸까요? 공매도는 대표적으로 특정 주식의 가격이 단기적으로 과도하게 상승했을 때 매도 주문을 증가시켜 주가를 정상 수준으로 되돌리는 역할을 합니다. 즉 주식시장의 '버블'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막는 거죠. 또, 매도와 매수 주문을 늘려 거래를 활성화 시키고 시장의 유동성을 증가 시켜 줍니다.

대부분의 금융 제도가 그러하듯 공매도는 양면성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잘 쓰면 약이 되고, 못 쓰면 독이 되는데요.

개인들은 공매도가 우리 금융시장에 '독'인 측면이 더 크다고 말합니다. 코스피가 외국인과 기관의 공매도 때문에 박스피에 머물러 왔다는 겁니다. 코스피가 어느 정도 상승하면 외국인과 기관이 물량을 대량으로 공매도해 하락시킨 후 차익을 얻어 가는 걸 반복해왔다는 것이죠.

공매도가 불신을 받는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공매도 시장이 특히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입니다. 아래에서 자세히 설명드리겠지만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차 종목 수, 주식 대주 기간, 수수료 등에서 개인과 기관·외국인 사이에 차이가 존재합니다. 예컨대 공매도 대주 담보비율은 기관·외국인은 105%일 때 개인은 140%입니다. 무엇보다 개인들은 상환기간을 가장 크게 문제삼습니다. 개인은 60일 안에 갚아야 하지만 기관·외국인은 '상환 요구시 언제든'입니다. 무기한 연장 될 수도 있는 셈이죠. 여기에 기관과 외국인의 정보력을 개인이 따라가기 힘든면도 있고요.

실제로 몇 년 전 개미투자자들에게 많은 손실을 알려준 한미약품 사태도 공매도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꼽습니다. 오전 호재 발표 이후 개미들은 매수를 했는데 기간과 법인은 공매도를 시작했죠. 1시간 후에 악재가 발표되면서 정보를 미리 입수한 기관이 공매도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Q3. 개인도 공매도를 할 수 있다고요? 해도 될까요?

=이러한 불공정성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겠다는 금융당국의 개선조치가 이번에 이뤄졌는데요. 그 중 하나가 개인도 공매도에 좀 더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과거에도 개인은 대주 제도를 통해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인지도 부족, 높은 이자율, 대주 물량 부족 등 이유로 성행하지 않을 뿐입니다. 작년 2월 기준으로 대주 서비스를 제공하는 증권사는 6곳, 393개 종목·205억원에 그쳐 현실적으로 참여가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죠.

5월부터 개인이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증권사를 28곳, 대주 대상 규모는 코스피200 및 코스닥150 구성 전 종목·2조4000억원으로 대폭 확대했습니다.

투자자 보호 조치도 마련했죠. 금융투자협회의 온라인 사전 교육을 30분 정도 들어야 하고, 한국거래소의 공매도 모의 거래 체험을 1시간 이상 하도록 했는데요. 공매도 사전 교육은 금융투자협회의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하루 약 1500명이 이 강의에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고 하네요.

공매도는 하락장에서도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어 보이지만 매우 위험한 투자인 만큼 주의해야 합니다. 공매도는 매도와 매수 사이에 주가가 하락할 수록 수익이 커지는 구조입니다. 주가가 마이너스는 될 수 없기 때문에 기대 수익은 100% 미만이죠. 반면, 일일 상한가는 있을지언정 주가 자체는 계속 상한가를 치며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기대 손실은 무한대인 셈입니다.



Q4. 그래서 공매도가 시장에 미칠 영향을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나요?

=아래 각종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전문가들이 낸 의견을 모아보았습니다.



박민수(필명 샌드타이거샤크·최고민수) : "공매도가 버블기업 주가를 적정기업가치 수준으로 유지시켜주는 순기능도 있는 만큼 이를 투자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실적대비 저평가종목과 고배당주가 반사이익을 얻을수 있다. 코스피200 코스닥 150종목에 대해 공매도가 시행되는 만큼 실적좋은 중소형주도 좋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 : "이번에도 풍부한 유동성과 세계적 경기회복 추세를 고려하면 공매도 재개가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다만 업황·실적이 부진한 종목 등 종목별로는 공매도 재개로 국지적인 수급 노이즈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기초여건(펀더멘털)에 기반해 종목별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5월 3일 공매도가 재개된다고 하더라도 강세장 기조에 있는 한국 증시의 방향성이 훼손되지 않을 것.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크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 "공매도 재개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으나 현재 금융시장 여건 측면에서 외국인이든 기관이든 적극적으로 공매도할 상황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몇몇 종목은 공매도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데요. 아무래도 실적이 부진한데 과도하게 주가가 오른 종목이나, 대차잔액이 많은 기업들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관이 다른 기관으로 부터 주식을 빌리고 일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거래를 대차거래라고 하며, 주식을 빌리는 주체가 개인일 경우에는 대주거래라고 합니다. 주식을 빌린 뒤에 아직 갚지 않은 주식의 수를 대차잔액이라고 하고요. 주식을 빌리는 목적이 공매도만을 위함은 아니지만 쓰일 가능성이 높죠. 그래서 대차잔액이 많으면 공매도에 노출되어 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개별 종목 공매도 잔액 추이를 확인할 수 있고, 증권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3월 26일~4월 27일) 코스피200지수에서 대차잔액이 가장 많이 늘어난 종목은 삼성전자(1967만382주), 카카오(991만96주), 두산중공업(715만9114주), LG유플러스(620만8216주) 순이었다고 하네요.



Q5. 공매도 제도가 개선된다고 하는데 뭐가 달라졌나요?

 

=5월 3일에는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지수 구성 종목에 한해서만 공매도가 가능해집니다. 나머지 종목은 일단 별도 기한 없이 금지조치가 연장되었어요.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도 절반 이하로 축소했습니다. 현재 증권사 22곳이 시장조성자로 지정돼 있습니다.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업틱룰(공매도에 따른 가격 하락 방지를 위해 직전 가격 이하로 공매도 호가 제출을 금지하는 제도) 예외 조항도 폐지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앞서 설명드렸듯이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감시를 강화했고요. 개인 투자자들이 좀 더 공매도에 접근이 쉽게 제도가 보완됐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비교해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개미투자자들의 '위상'이 아닐까 싶습니다. 과거 개인투자자들은 외인과 기관에게 투자에 있어서 속수무책으로 당하기 일쑤였다는 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전 국민적인 주식시장의 관심으로 '동학개미'라고 불릴 만큼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세력으로 자리잡았는데요. 실제 미국에서 기관이 게임스톱의 주식을 대량 공매도하자 이에 대항해 미국 개인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베츠(Wallstreetbets)라는 이름의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뭉쳐 게임스톱 주식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일명 공매도 세력을 '물먹인' 게임스톱 사태도 있었죠. 예전만큼 개인이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닌 걸 보여준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