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의 한국 시장 공습이 시작됐다.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에 오른 비야디(BYD)는 올해 한국에서 전기차를 출시할 전망이고, 지난해 세계 TV 시장 2위에 오른 TCL은 작년 말 한국 법인을 세웠다. ‘알테쉬(알리·테무·쉬인)’의 이커머스 시장 공세는 거세고, 중국의 로봇 청소기 브랜드 ‘로보락’은 국내 시장점유율 1위(35.5%)에 올랐다. 중국산 소셜미디어 틱톡의 한국 사용자 수는 600만을 돌파했고, 중국 게임 회사 텐센트의 한국 매출은 조 단위다.
중국 기업의 한국 시장 진출은 공식이 있다. 자국서 1위를 차지하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 곧장 한국 상륙을 추진한다. 미국·유럽 시장의 장벽이 높아진 상황에서 한국은 접근성과 규모를 갖춘 귀한 ‘고객’이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신(新)품질 생산력’을 외치며 기술 제품의 해외 수출을 독려하고, 생산 과잉이 중국 경제의 고질병이 되면서 이런 추세는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 반면, 우리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맥을 못 추고 있다. 2013년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과 승용차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각각 1위(삼성전자)와 3위(현대·기아차)를 기록했지만, 10년 새 시장점유율이 한 자릿수로 추락했다.
중국 기업들이 자국 정부 보조금을 등에 업고 불공정한 ‘경기’를 벌인다는 주장도 있지만, 백 번 양보해서 기술과 낮은 가격으로 무장한 이들의 한국 시장 공습을 막을 도리가 없다고 하자. 하지만 우리는 뭘 하고 있나. 중국이 입버릇처럼 언급하는 ‘호혜 관계’를 실현해야 하지 않나.
그러나 우리는 합심해서 요구할 줄을 모른다. 지난달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중국을 찾은 한국 경제 대표단은 소수 기업만 참여한 반쪽짜리였고, 중국의 홀대를 받았다. 중국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미·중 경쟁 속에 눈치만 보는데 정부 차원에서는 제대로 논의가 되지 않는다. 일본 재계가 올 초 대규모 대표단을 꾸려 방중하고, 총리까지 직접 일본산 수산물 수입 금지 해제 등을 강하게 요구한 것과 대비된다. 중국과 정면으로 겨루는 미국조차 팀 쿡·일론 머스크 등 스타 기업인들이 수시로 중국에 와서 협상을 벌이고 있다.
한·중 관계가 개선될 때를 기다리면 늦는다. 그렇다면 지금의 양국 관계를 상수로 놓고 정치는 정치, 경제는 경제의 논리로 힘써야 맞지 않나. 지금이야말로 중국에서 잘하는 우리 기업을 보호하고 독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사드 사태 이후 중국 진출이 제한된 한국의 게임 등 콘텐츠는 이제 중국이 문을 열어준다 해도 시장점유율 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은 이 순간에도 우리 시장에 상륙 중이고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탈중국만 외칠 게 아니라,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경제적, 정치적 지렛대를 찾아야 한다.
2024.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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