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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려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오완선 2024. 4. 30. 09:30

'나이를 먹는다는 것. 나쁜 것만은 아니야. 멋있게 늙는 건 더욱더 어려워. 아름다운 것도 즐겁다는 것도 모두 다 욕심일 뿐. 다만 혼자서 살아가는 게 두려워서 하는 얘기.' 유행가의 한 구절이다. 나이가 한 살 더 먹어가면 덕담으로 더 현명해졌다고 말하곤 하지만 요즘은 늙어가는 것이 두려워지는 게 사실이다. 내 가족들, 주변 사람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나만의 세상에서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두렵다.

치매의 영어 단어 'Dementia'는 '정신이 없어진다'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치매 관련 이야기는 대부분 나 자신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은 이야기다. 말을 못 알아듣고 쉬운 단어조차 기억나지 않아도 견딜 만하다. 그러나 내가 길거리를 헤매고, 갑자기 배우자를 의심하고, 심지어 폭력적으로 변하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돌봄으로 지친 가족들이 함께 생을 마감한다는 안타까운 뉴스들이 심심찮게 들린다. 치매 환자 가족 중 절반 이상이 하루에 7시간 이상을 간병에 매달려서 직장을 그만두는 등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환자와 가족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 질병으로 치매가 꼽혔다는 설문조사의 결과에 쉽게 수긍이 간다.

치매는 스스로 치료할 수 없고 가족들이 돌보는 데도 한계가 있다. 그래서 노인요양시설이 생기고 국가는 장기요양보험제도를 운영한다. 민간 보험회사들도 치매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대 초부터 치매보험 판매를 시작해 2022년 현재 65세 이상 고령자 중 161만명, 17.9%가 가입하여 치료 및 간병 비용에 도움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치매 환자 수와 치매 유병률은 2022년 약 93만5000명으로 10.4%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2050년에는 300만명, 16.6%에 달할 것이라고 한다. 치매 관리를 위한 국가 비용도 2017년 14조2000억원에서 2021년 18조7000억원으로 31.7% 증가하였다. 장기요양보험의 재정수지 균형을 위해 요율을 인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31년에 누적준비금이 소진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정부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최근 보험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요양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현재 장기요양시설의 70% 이상을 개인이 소규모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도시 외곽에 존재한다. 최근 노인 세대로 진입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들이 선호하는 도시 지역 내 시설은 대규모의 자금이 요구되어 보험회사와 같은 기업의 진출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치매에 걸리면 더 이상 내가 내가 아니고 집안에서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든가 시골의 어느 작은 병실에서 살아가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치매에 걸리더라도 조금이라도 인간답게 생활하기 위해 정부, 기업 그리고 개인사업체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치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는 "내가 아는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삶의 의미를 찾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치매로 인해 장차 내가 아닌 다른 누구인가가 될지 모르겠지만 인간적 자존심은 지키면서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지금 나와 그리고 우리의 진지한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때다.

 

 

                                                        2024.04.30. 매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