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는 8세대 신형 5시리즈에 여러 동력계를 얹고 있는데, 모두 전기 동력을 활용한다. 전기 동력의 개입 비중에 따라 마일드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 등으로 구분한다. 이제 내연기관만으로 달리는 5시리즈는 없다. BMW는 반(半) 전기차로 불리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도 5시리즈에 넣었다. PHEV 530e를 시승했다.
BMW는 동력계가 다르다고 디자인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다. 외모가 같은 일란성 쌍둥이의 성격이 조금씩 다른 것과 비슷하다. 전면의 그릴은 닫혀있다. 전기차와 비슷한 부분이다. 액티브 셔터라는 기능을 적용해 주행 중 엔진 열을 식혀야 할 때 그릴이 열린다. 하단 그릴 역시 필요할 때만 열리고 닫힌다.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kidney·그릴 모양이 콩팥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 둘레엔 조명이 들어가 인상이 또렷하다. 과거 BMW 디자인인 샤크 노즈(상어코 디자인)는 현대적으로 재해석됐다. 과거를 연상시키는 레트로(retro·복고풍) 디자인이면서 미래 지향적인 요소를 담아내고 있다.
이 차 크기는 길이 5060㎜, 너비 1900㎜, 높이 1515㎜, 휠베이스(앞바퀴 중앙과 뒷바퀴 중앙 사이 거리) 2995㎜다. BMW CLAR 플랫폼을 활용하는데, 구형과 비교해 차 크기 커져서 육중한 느낌을 준다. 무게는 2125㎏이다. 내연기관 5시리즈는 무게가 1905㎏인데, 배터리 장착으로 200㎏ 정도 무겁다.
CALR 플랫폼의 특징은 어떤 동력계를 쓰든지 배터리를 똑같은 위치에 넣는다는 점이다. 배터리가 작은 하이브리드차나 배터리가 큰 전기차나 마찬가지다. 동력용 배터리가 없는 내연기관차는 배터리 장착 공간을 비워둔다. 이 때문에 모든 차의 실내 공간을 동일한 크기로 만들 수 있다. 트렁크 공간도 배터리에 침해받지 않고 어떤 동력계든 같은 용량을 확보한다.
530e는 18.7㎾h(킬로와트시)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다. 배터리를 가득 채우면 최대 73㎞를 달릴 수 있다. 구형(43㎞)보다 주행거리가 62% 늘었다. 배터리를 꽉 채우니 실제 차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거리는 90㎞를 훌쩍 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수도권 거주자의 하루 통근 거리는 20.4㎞다. 이론적으로는 한번 완충하면 3일 정도 출퇴근이 가능한 셈이다.
530e는 가솔린 엔진의 최고출력이 190마력인데, 전기모터의 최고 출력도 이와 비슷한 180마력이다. 저속에서는 전기모터 특성상 더 큰 힘을 내기 때문에 엔진이 전기동력을 보조하는 느낌이 든다.
가속 페달을 밟고 출발할 때는 전기차 i5를 탔을 때와 같은 느낌이다. ‘우우우웅’ 하는 소리와 함께 차가 앞으로 나가는데, 귀로 속도가 느껴지는 묘한 재미가 있다. 배터리에 전기가 남아 있으면 530e는 전기를 우선해 달리기 때문에 도심에서는 엔진의 개입 정도가 적다.
530e는 배터리와 연료통이 모두 커졌다. CLAR 플랫폼의 장점이다. 이 효과로 한번에 최대 751㎞를 달릴 수 있다. 높은 성능을 내는 스포츠 모드로 주행 모드를 바꾸면 엔진이 돌아가기 시작하는데, 엔진음이 절제돼 있어 차 안에서 엔진이 돌아가는지 알아차리기 어렵다.
전기차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기 때문에 전기차를 탈 때의 느낌과 상당히 유사하다. 530e는 전기차 특성 중 하나인 회생제동(감속할 때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앞 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회생제동의 정도를 차가 스스로 조절한다. 앞 차와의 거리가 멀면 강한 회생제동이, 가까우면 약한 회생제동이 걸린다.
달리는 능력은 내연기관 5시리즈와 비슷하다. 속도를 낼 때는 충분히 내고, 감속해야 할 지점에선 정확하게 속도를 낮춘다. 본래 BMW 5시리즈가 가진 역동적인 느낌을 잘 살렸다.
효율은 복합 기준 15.9㎞/L다. 전기모터 단독으로 시속 140㎞까지 속도를 낼 수 있다. 가격은 기본 모델 8920만원, M 스포츠 패키지 9220만원이다.
2024.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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