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콜리는 이탈리아어로 ‘꽃이 피는 끝부분’이라는 뜻이다. 뽀글뽀글한 부위가 꽃봉오리이고, 꽃눈이 4만∼7만 개나 된다. 우리는 꽃이 피기 직전 꽃망울을 섭취하는 셈이다.
정세연 ‘식치합시다 한의원’ 원장브로콜리는 일찍부터 타임지가 지목한 세계 10대 슈퍼푸드 중 하나다. 그 효능을 살펴보면 첫째, 항암 기능이 있다. 브로콜리 안에 있는 설포라판은 인체의 모든 항산화 시스템을 총괄·통제하는 단백질, Nrf2를 활성화한다. 설포라판은 십자화과 채소에는 대부분 들어 있는데, 2016년 호주의 퀸즐랜드대 연구팀의 연구 결과 양배추, 케일, 순무보다 브로콜리에 Nrf2를 활성화하는 성분이 많았다. 설포라판은 전립샘암, 유방암, 위암, 폐암, 백혈병, 결장암, 간암 세포의 생성을 감소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간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암세포가 몸집을 키우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신생 혈관이 만들어지는 것을 막는다.
둘째, 브로콜리는 폐를 보호하는 효과가 뛰어나다. 2011년 존스홉킨스대 의대 연구팀은 대기 오염이 굉장히 심각한 양쯔강 삼각주 지역에 사는 291명을 둘로 나눠 한 그룹에 브로콜리 새싹 주스를 마시게 하고, 또 다른 그룹은 위약을 마시게 했다. 12주가 지난 뒤 보니 전자에서 인체 주요 발암 물질인 벤젠, 아크롤레인이 각각 61%,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한의학적으로 건뇌전정, 즉 뇌를 튼튼하게 하고 뇌척수액을 채워주는 효능이 있는 음식 약재가 바로 브로콜리다. 브로콜리 속 인돌(Indole) 성분은 실제 치매를 유발하는 베타아밀로이드의 생성을 막고, 몸 밖으로 배출시켜 기억력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설포라판 성분도 자폐아의 증상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넷째, 당뇨 환자에게도 좋다. 브로콜리는 당지수도 낮고, 혈당 수치를 떨어뜨리는 효과도 있는 채소다. 당뇨쥐에게 4주 동안 브로콜리 농축액을 투여했더니 혈당 수치가 23% 떨어졌다고 한다.
그런데 마트에서 구입한 브로콜리에는 설포라판이 없다. 무슨 말인고 하니, 설포라판은 합성되는 성분이기 때문이다. 브로콜리를 자르면 세포벽이 깨지면서 글루코라파닌이라는 성분이 미로시나아제라는 효소와 만나 비로소 설포라판으로 합성된다. 따라서 브로콜리를 잘랐다가 90분 정도 놔둔 뒤 먹는 게 가장 좋다.
조리법도 중요한데, 찜으로 쪄먹을 때 항암 성분이 가장 많이 증가했고, 볶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렸을 때도 증가했다. 반면 끓는 물에 데치면 항암 성분이 되레 감소했다. 국에 넣거나 수프로 끓일 때도 마찬가지다.
브로콜리에는 섬유질, 비타민C, 눈과 피부에 좋은 비타민A, 뼈를 튼튼히 하는 비타민K, 엽산도 풍부하기에 데쳐 먹는다고 큰일 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이점을 충분히 누리기 위해 되도록 찌거나 볶아 먹도록 하자.
또 주의할 게 있다. 국제식량농업기구(FAO)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 사람이 1년 동안 먹는 브로콜리에는 평균 1660여 마리의 벌레가 들어 있다고 한다. 즉 세척을 잘해야 하는데, 그냥 흐르는 물에 씻으면 물이 속까지 들어가지 않고 튕겨 나오게 된다. 반드시 식초나 밀가루, 베이킹소다를 탄 물에 15분 정도 담가두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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