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발기부전치료제 내 스타일에 맞게 골라먹는다

오완선 2012. 4. 8. 13:15

생생헬스
속도 빠른 제피드·녹여먹는 엠빅스S·매일 먹는 자이데나…
비아그라 독점 깨져…내달 29개 신제품 쏟아져
性생활 습관 등 고려…맞춤형 처방 받아야 효과


발기부전이 있는 직장인 김동성 씨(47·경기도 고양)는 최근 치료를 받기 위해 비뇨기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진료를 받던 중 발기부전치료제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글로벌제약사 화이자의 ‘비아그라’부터 가장 최근에 나온 JW중외제약의 ‘제피드’까지 종류만도 8개나 됐다. 효과가 제각각이라는데 어떤 것을 써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이다. 조성태 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한국에서 발기부전치료제가 기능별로 대단히 빨리 진화하고 있다”며 “전문의와의 상담을 거친 뒤 평소 성(性)생활 습관과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해 궁합이 맞는 치료제를 처방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중년남성 10명 중 4명은 발기부전 

우리나라 40세 이상 남성의 40% 이상이 발기부전을 겪고 있다.(대한비뇨기과학회지 2010년판). 60세 이상 노인은 80% 이상이 발기부전이다. 통상 성적인 자극을 받아도 음경이 발기되지 않거나 발기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 증상을 발기부전으로 본다. 성관계 중 사정하기 전에 발기가 풀어지거나 새벽 발기 횟수가 3~4번 이하면 발기부전을 의심해봐야 한다.

◆발기부전치료제 춘추전국시대

발기부전을 치료하는 약을 보통 발기부전치료제라고 한다. 모두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보통 발기능력을 70% 정도 호전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효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는 게 약을 처방하는 대다수 전문의의 의견이다.

하지만 복용 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걸리는 시간(약효 발현 속도)·강직도·발기 지속시간·복용 편의성 등은 치료제마다 분명히 차이가 있다.

비아그라가 1998년 발기부전제로 첫 출시된 이래 현재 국내엔 8종류의 치료제가 판매 중이다. 특이하게도 8개의 발기부전치료제가 모두 출시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국내 제약사들이 뒤늦게 기능성 치료제를 많이 출시했다는 얘기다.

다음달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시기에 맞춰 현재 식약청에 생동성 실험(오리지널 제품과 효능이 동등함을 인정받는 것)을 신청한 제약사만 29곳에 이른다. 지난 5일 건일제약 삼아제약 일동제약 CJ제일제당 삼진제약 등이 비아그라 제네릭(복제약) 10개 품목의 시판허가를 승인받았다. 올 하반기 국내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내게 맞는 발기부전치료제는

일반적으로 발기부전치료제는 지속시간에 따라 ‘숏 액팅 제제’, ‘롱 액팅 제제’ ‘하루 한 알 제제’ 등 3가지로 나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 바이엘의 레비트라, 동아제약의 자이데나, JW중외제약의 제피드 등이 대표적인 ‘숏 액팅 제제’다.

비뇨기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비아그라는 발기 강직도가 뛰어난 반면 약을 먹은 뒤 발기가 나타나기까지 30~60분 정도 걸린다. 비아그라·레비트라 등 외국산 제품은 대부분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복용 경험자들 사이에서 지적되는 대표적인 문제점이다. 이를 보완한 것이 지난해 출시된 JW중외제약의 제피드다. 복용 후 15분 뒤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고 약효는 6시간까지 지속된다.

발기 지속시간은 비아그라와 레비트라가 복용 후 4~5시간, 자이데나는 최대 12시간까지 발기 능력이 지속된다. ‘롱 액팅 제제’를 대표하는 릴리의 시알리스는 36시간이나 발기를 지속한다.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성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매일 복용하는 치료제도 있다. ‘하루 한 알 제제’인 저용량 시알리스(5㎎)와 자이데나 데일리(50㎎)가 여기에 속한다. 하루에 한 번 규칙적으로 약을 복용함으로써 원하는 때 발기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약을 저용량으로 만들어 특별한 이유 없이 발기부전 현상을 보이는 심인성 환자에게 주로 처방한다.

최근에는 복용 편의성을 높인 약도 출시됐다. 레비트라ODT(바이엘)와 엠빅스S(SK케미칼)는 물 없이 먹을 수 있다. 입에 넣으면 침과 결합해 녹아 흡수된다.

특히 필름형 발기부전치료제인 엠빅스S의 경우 국제발기력지수(IIEF EF Domain) 평가에서 최고점을 받을 정도로 월등한 발기력을 자랑한다. 의료·제약계에선 국내 발기부전치료제들이 ‘최초치료제’인 비아그라보다 발기 발현속도, 발기력 등에서는 오히려 더 낫다고 평가했다.

조정호 골드만비뇨기과 원장은 “국내 제약사들이 만든 발기부전치료제의 효능도 이제 세계적인 수준”이라면서 “다양한 임상을 좀 더 거쳐야 하겠지만 비아그라의 독점시대가 서서히 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도움말=조성태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 조정호 골드만비뇨기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