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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격포,곰소..

오완선 2015. 9. 18.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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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금새 식어버렸다. 북적대던 시절이 끝나니 후련하면서도 어쩐지 허전하다. 가을이라 문학이 떠오르는 게 아니라 문학이란 게 워낙 창공이 높아지면 사람을 땡기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문득 신석정 시인이 떠올랐다. 서정적 시, 굵은 선, 대쪽 인생… 그에겐 배울 게 너무나 많다. 내친김에 뇌쇄적 언어로 뭇 인간을 유혹하고 떠난 서정주, 미당문학관까지 동선에 넣었다.

 

신석정 시인 | 부안 <석정문학관>

 

▶인터넷은 모르는 부안행 슬로로드

 

인터넷 지도에 부안을 도착지로 입력하면 백퍼센트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에서 나가라고 한다. 운전을 좋아하고 분위기를 즐길 줄 아는, 서해안 여행을 자주 한 사람이라면 부안IC 대신 동군산IC를 선택한다. 정규속도로 30분만 달리면 새만금 출발지점이 나온다. 경유 도로를 새만금방조제로 잡은 것은 ‘한번 빡세게 달려보고 싶어서’가 아니다. 규정 속도가 시속 80km이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천천히 달리며 달라지는 고군산 풍경을 훔쳐보고, 들려보고, 쉬어보기 위함이다. 새만금 이후 가장 큰 변화가 보이는 곳은 선유도가 있는 고군산 군도다. 방조제가 야미도와 신시도를 중간 거점으로 하면서 야미도는 고군산 군도 유람선 선착장 겸 회타운이 되었고, 신시도에서는 무녀도 – 선유도 – 장자도까지 이어지는 연륙교 건설이 한창이다. 다리가 완성되면 이제 선유도는 승용차와 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는 여행지가 될 것이다. 신시도는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넓은 주차장과 작은 공원, 더 작은 휴게소가 있는데, 휴게소 북쪽에 서서 내려다보는 새만금방조제 전 구간의 조망과 바로 앞 ‘갑문’의 위용도 볼만하다. 건너편으로는 ‘붉은색’ 대형 창고가 눈에 띈다. ‘아리울예술창고’다. 아리울예술창고는 새만금 신화 ‘아리’와 ‘율’의 이야기에서 이름을 가져온 도가 운영하는 상설 공연장으로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공연을 열고 있다. 그러나 오늘의 목적지는 석정문학관이므로 아리울예술창고는 사진놀이 정도만 하고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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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서정시인 신석정의 삶

 

석정문학관은 신시도에서 다시 40분 정도 더 달리면 도착할 수 있다. 대부분 문학관이 건축물과 소박한 마당으로 이뤄져있는 것에 비해 석정문학관은 문학관 건물은 물론 복원된 신석정 시인의 생가 일대를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널찍한 공간이다. 대중적으로 큰 인기를 끄는 시인은 아니지만 그의 문학세계와 올곧은 삶을 생각해 보면 이런 규모조차 소박한 느낌이다.

 

‘석정문학관’은 우리나라 대표 서정시인이자 굵은 감성으로 우리 민족혼을 노래한 시인 신석정을 기리기 위한 공간이다. 부안에서 태어난 그는 24세인 1930년 서울로 이사, 박한영 스님 문하에서 불전을 연구했고, 당대 최고의 시인이었던 정지용, 김기림, 한용운 등과 교류하며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다음 해에 낙향한 그는 3년 여의 소작농 끝에 이 자리에 집을 짓고 ‘청구원’이라고 명명, 본격적인 시 창작 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1952년까지 이곳에 살다 전주로 이사했다. 그는 시와 시단, 그리고 문학과 창작의 자유, 후학 교육이라는 큼직한 족적을 남긴채 1974년 작고했고 부안군은 그의 문학적 성과와 정신을 기리기 위해 그의 청구원을 ‘신석정 고택’으로 만들어 시민과 공유했다. 또한 근처에 ‘신석정 문학관’을 건립, 체계적인 전시와 시민의 문화 활동을 돕고 있다. 신석정의 대표 시집으로는 사후에 출판된 <신석정 전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 등이 있다.

 

석정문학관에는 시인의 시집, 석정시 금상 모니터, 묵필작품, 서필 산수화, 대표시 등을 감상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 기획전시실 등이 있다. 신석정 시인이 문단과 예단에서 추앙받는 이유는 물론 뛰어난 문장력과 정제된 언어, 감성을 적시며 생각의 여운을 남겨주는 그의 작품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일제시대 때 수많은 문인들이 여리여리한 멘탈을 깨지 못하고 일제에 협력했던 것에 비해 신석정은 우리말로 발행되던 마지막 문예지 ‘문장’이 폐간당하자 절필했고 해방 된 이후에 다시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끝까지 창씨개명을 하지 않은, 당대 ‘거의 유일한 문인’이었다. 신석정의 시가 더욱 빛나는 이유도 그것이다. 그의 시 한 수 읊어본다.

 

주변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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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홍보관

 

문학관 가는 길을 달리며 본 새만금방조제 부안 지역 시작점에 있는 홍보관이다. 석정문학관에서 변산을 두르는 ‘30번 국도’를 타고 다음 목적지인 ‘격포 닭이봉’으로 가다 다시 만날 수 있다. 새만금 건설은 부안과 군산의 서해안 지형에 엄청난 변화를 주었지만 부안의 ‘해창’ 갯벌이 사라진 것을 지금까지도 아까워하는 여행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 우여곡절이 있었으나 이미 공사는 끝났고 새만금은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홍보관은 3층부터 관람하면 된다. 3층은 새만금을 높은 곳에서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무료 망원경도 설치되어 있어서 곳곳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다. 광활한 새만금을 배경으로 사진놀이를 하고 싶다면 당연히 이곳에 올라와야 한다. 램프 형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새만금방조제의 역사와 역경이 기록되어 있다. 지구가 어떻게 풍화되고 있는지, 꼼꼼히 읽어볼만한 내용들이다. 홍보관 개방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이며 개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이다. 문닫는 시간이 너무 일러 이곳 전망대에서 새만금방조제와 고군산 군도 뒤로 넘어가는 낙조를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위치 전북 부안군 변산면 새만금로 6

문의 063-584-6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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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번 국도 격포항 닭이봉

 

30번 국도는 부안 내륙에서 변산반도로 들어와 바다를 굽이 돌아 다시 내륙으로 들아가는 풍광 좋은 드라이브 코스다. 차를 몰면 곰소항까지 계속 바다를 보며 달릴 수 있다. 그 길에서 만날 수 있는 명승지만 해도 한창 개선작업 중인 ‘변산해수욕장’, 그리고 ‘고사포해변’, ‘바다갈라짐 하섬’, ‘적벽강’, ‘수성당’, ‘채석강’, ‘닭이봉’, ‘격포항’, ‘봉화봉’, ‘모항’, ‘국립변산휴양림’, ‘곰소항’, ‘부안청자박물관’ 등 수두룩하다. 그 중간 쯤에 ‘격포’가 있다. 이곳을 목적지로 한 이유는 닭이봉에서 보이는 변산반도 일대의 풍광이 너무도 아름답고 적벽강 – 수성당 – 채석강 – 격포항으로 이어지는 산책 동선이 격정적이기 때문이다. 수억년을 걸려 만들어진 해안과 바다와 바위와 갯벌 앞에 서면 누구나 울컥하는 무엇이 올라옴과 동시에 겸손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닭이봉은 채석강을 이루는 동산의 정상 부분을 말한다. ‘닭이봉’이라는 이름은 격포 지역이 지네처럼 생겨서 재앙이 끊이지 않자, 무명의 이 봉우리 이름을 ‘지네와 상극인 닭이봉’이라고 짓고 그 ‘가상의 닭’이 격포 일대를 내려다보며 마을을 지켜준다는 뜻이다. 닭이봉 효과는 톡톡한 걸로 보인다. 격포는 변산반도에서 가장 많은 여행자들이 찾아오고, 그 덕에 주민들의 돈벌이도 좋아졌으니, 결론적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닭이봉 오르는 길은 격포항 서쪽에서 시작된다. 걸어서 올라가도 되고 자동차로 가도 전망대 코앞까지 도착할 수 있다. 단, 중간에 마주오는 차를 만날 경우 난감하다. 닭이봉 전망대에 오르면 은빛 서해와 격포해변, 대명리조트, 수성당, 적벽강은 물론 저 멀리 고군산군도와 새만금 조형물까지 눈에 잡힌다.

 

▶변산반도의 먹방 팁

 

역시 백합과 젓갈, 회가 대세다. 회가 궁금한 사람은 격포항 회타운이나 대명리조트 근처의 횟집들을 이용하면 간단히 해결된다. 여행자들만큼 많은 게 횟집이라 사전에 인터넷 리뷰를 잠시 검색하면 맛집의 촛점이 잡힌다. 독특한 메뉴도 눈에 띈다. 격포항 근처 ‘군산식당’이나 ‘향토’에 가면 서해안 특산물인 바지락죽, 바지락칼국수는 물론, 변산의 특산물인 백합조개로 만든 ‘백합죽’, ‘백합탕’도 맛 볼 수 있다. 30번 국도 해안 구간 끝에 있는 ‘곰소항’은 누가 뭐래도 ‘젓갈백반’의 원조 포구다.

 

서정주 시인 | 고창 <미당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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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한 수 나올만한 전망

 

고창과 부안의 해안선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변산의 궁항과 고창의 동항을 꼭짓점으로 바다와 갯벌이 내륙으로 이어져, 거의 서해안고속도로 인근까지 갯벌이 형성되어 있다. 미당문학관 옥상에 올라가 정면을 바라보면 소담스런 질마재 마을이 보이고, 그 뒤로 반듯한 논이, 더 뒤로는 갯벌이 펼쳐져 있다. 미당문학관과 미당의 생가는 나란히 있다. 미당문학관은 그 어느 문학관보다 빼어난 전망과 자체 풍광을 지니고 있다. 문학관 뒤로는 왼쪽으로 소요산, 오른쪽으로 선운산이 우뚝 이어져 있다. 미당은 이곳 질마재에서 자라며 어린 시절을 너른 들판와 무한 상상을 자극하는 갯벌과 바다와 함께 했다. 선운산과 질마재는 그의 산책길이었고, 걷고 걷고 또 걸어 선운사에 들어가면 그를 기다리는 것은 뚝뚝 떨어지는 동백이었다. 봄이면 연산홍이 마을을 뒤덮었고 가을이면 국화가 여린 가슴을 물들였다. 그렇게 질마재는 한 소년을 한국 최고의 서정시인으로 길러냈고 미당 서정주의 삶의 영욕은 이곳 미당문학관에 오롯히 담겨 여행자들을 사색의 세계로 유혹하고 있다.

 

서정주는 200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세상을 떴다. 그리고 문학관은 이듬해인 2001년에 문을 열었다. 사진에서 보듯 이곳은 당시 이미 폐교 상태였던 선운초등학교 봉암분교를 개축한 건물이다. 문학관은 그의 친필 글씨, 유품, 시 작품관, 친일문학관 등으로 구성되었다. 누구는 그의 친일과 독재 찬양 이력을 ‘여리여리한 감성의 시인으로서 어쩌지 못했던 굴욕’으로 이해하기도 하도 또 어떤 여행자는 ‘절필을 하고 말지 왜 그랬을까, 이 절절한 시가 아깝고 안타깝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공통점은 ‘미당의 시는 최고다’ 이다. 역시 한 수 인용해 본다.

 

주변여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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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바람공원

 

장돌마을에 있는 작은 공원이다. 마을 주민을 위해 만든 곳이지만 여행자들이 잠시 쉬어가거나 머물며 가볍게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다. 데크로 만든 계명산 둘레길과 정상의 전망대, 바닷가에 조성한 전망데크, 산책길, 풍차 등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이곳에 서면 정면으로 보이는 긴 산이 ‘변산’이다. 아이들과 함께하는 여행이라면 ‘장돌마을 어촌체험’에 참가하는 것도 좋다. 요즘 어촌체험은 트렉터, 갯 벌트럭 등 호기심 발동하는 풍경은 물론 관리가 잘된 어장에서 채취하는 조개, 고동 등도 풍성해 누구나 즐겁고 실속 있는 체험을 만끽할 수 있다.

 

위치 전북 고창군 심원면 만돌1길 42

문의 063-563-7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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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 바다 먹방 팁

 

질마재 옆으로 흐는 강이 주진천(인천강)이다. 이곳은 장어의 고향으로 선운산, 질마재, 용기읍 등을 지나는데, 미당문학관 근처 용선삼거리 일대와 서해와 바짝 붙은 용기리 바닷가에 몇몇 이름난 전문 식당들이 있다. ‘장어’ 하면 홀 직원이 일일이 구워주는 서비스를 생각하게 되지만 고창에는 셀프 식당도 꽤 있다. 삼겹살 구워먹듯 스스로 뒤집어가며 장만해 먹는 것이다. ‘용기장어’(063-561-5414) 등이 그런 집들이다. 사진 속 ‘유달식당’(063-562-2231) 은 30년 동안 갯벌풍천장어와 장어구이만 파는 곳으로 꽤 많은 단골이 오가는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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