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명칭 : 경주 첨성대 (慶州 瞻星臺)
지정일 : 1962.12.20
분류 : 유물 / 과학기술/ 천문지리기구/ 천문
시대 : 신라
주소 : 경북 경주시 인왕동 839-1번지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신라 시대의 천문관측대로, 받침대 역할을 하는 기단부(基壇部) 위에 술병 모양의 원통부(圓筒部)를 올리고 맨 위에 정(井)자형의 정상부(頂上部)를 얹은 모습으로 높이는 약 9m이다. 원통부는 부채꼴 모양의 돌로 27단을 쌓아 올렸으며, 매끄럽게 잘 다듬어진 외부에 비해 내부는 돌의 뒤 뿌리가 삐죽삐죽 나와 벽면이 고르지 않다. 남동쪽으로 난 창을 중심으로 아래쪽은 막돌로 채워져 있고 위쪽은 정상까지 뚫려서 속이 비어 있다. 동쪽 절반이 판돌로 막혀있는 정상부는 정(井)자 모양으로 맞물린 기다란 석재의 끝이 바깥까지 뚫고 나와 있다.
이런 모습은 19∼20단, 25∼26단에서도 발견되는데 내부에서 사다리를 걸치기에 적당했던 것으로 보인다. 옛 기록에 의하면 ‘사람이 가운데로 해서 올라가게 되어있다’라고 하였는데, 바깥쪽에 사다리를 놓고 창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 후 사다리를 이용해 꼭대기까지 올라가 하늘을 관찰했던 것으로 보인다.
천문학은 하늘의 움직임에 따라 농사 시기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농업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관측 결과에 따라 국가의 길흉을 점치던 점성술(占星術)이 고대국가에서 중요시되었던 점으로 미루어 보면 정치와도 관련이 깊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일찍부터 국가의 큰 관심사가 되었으며, 이는 첨성대 건립의 좋은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여겨진다. 신라 선덕여왕(재위 632∼647) 때 건립된 것으로 추측되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대로 그 가치가 높으며, 당시의 높은 과학 수준을 보여주는 귀중한 문화재라 할 수 있다. (문화재청)
경주(慶州) 첨성대(瞻星臺)
경주를 일컬어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거나 '찬란한 문화유산의 보고(寶庫)'라고 한다. 석굴암, 불국사를 비롯해 수십 기의 고분과 왕릉, 황룡사지 등 크고 작은 절터와 남겨진 석탑들, 불상들. 이렇게 암송하듯이 경주를 자랑하며 문화재를 제시하다가 '동양 최고(最古)의 천문대'라는 첨성대에 이르러 막상 현장을 보면 다소 뜻밖이라거나 잠시 할 말을 잊고 뜸을 들이기 쉽다. 그 명성(?)에 비하여 지극히 작고 소박한 모습 때문이다.
계림, 월성, 안압지, 최 씨 고택과 경주향교에 둘러싸인 시내 한가운데 평지에 조금은 빈약해 보이는 듯 서 있는 첨성대. 차라리 대릉원 주변 대형 쌈밥식당들이나 문화재 못지않게 유명한 황남빵 가게보다 작고 초라해 보이는 첨성대. 진정 국보 제31호이며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첨성대가 맞는지 자문자답, 반신반의하게 된다. 최소한 이탈리아 피사의 사탑쯤은 되어야 하는 거 아닌가?
- ▲국보 제31호, 첨성대.
그러다가 이내 반문하게 된다. 그럼 첨성대라고 해서 지금 한참 하늘을 찌르며 올라가는 제2롯데월드쯤 되는 드높은 첨탑을 기대했느냐? 아니면 끝이 안 보이게 크고 넓고 우람한 건축물을 상상했느냐? 그도 아니면 거대한 천체망원경이 설치된 돔형 지붕의 천문대 건물쯤으로 예상했느냐? 과연 저 구조물의 정체는 무엇이냐?
첨성대의 숨겨진 비밀
첨성대가 과연 무엇이었는지는 여러 학설과 주장이 제기되었고 아직도 일부 반론과 미처 증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마디로 사람이 올라가 별을 비롯한 천체를 관측하고 매일 떠오르는 해와 달에 대한 과학적 관찰을 하던 곳임은 틀림없다.
높이 9.17m에 밑지름 4.93m, 윗지름 2.85m 크기의 벽돌로 쌓아진 첨성대는 아직도 시원하게 풀리지 않은 그 역할과 기능 외에도 그 안에 숨겨진 비밀이 흥미롭다. 그 해석에 따른 상징성이 생각보다 과학적이어서 놀라게 된다.
우선 이중의 네모진 기단(받침)이 바닥에 깔렸고, 그 위로 벽돌 쌓듯이 일정한 크기의 돌을 쌓아 올라가면서 둥근 원형을 만들었는데 그 원형의 지름이 점점 줄어들면서 아름다운 허리 곡선을 만들며 올라간 호리병 모양이다. 모두 27단을 쌓아 올렸는데 맨 위에는 네모난 모양을 만들기 위하여 일자형 석재가 서로 쐐기 박듯이 결합한 정(井)자 모양의 돌이 얹혀 있고, 앞쪽이라 할 수 있는 남쪽으로 중간쯤 되는 13단, 14단, 15단에 걸쳐 네모난 창을 내어 출입구 역할을 하게 하였다.
출입구 아래로는 사다리를 걸친 흔적이 있다는데 막상 식별하기는 어려웠고, 옛 기록에 이곳으로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 안에서 위로 올라갔다고 하니 내부는 창문까지는 바닥을 흙으로 메꾸었고 그곳부터 꼭대기까지는 다시 또 다른 사다리 등으로 올라갔을 것이며 그런 장치들을 걸기 위한 흔적이 19단 바깥쪽으로 돌출된 돌일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첨성대의 외형을 보고 우리의 옛사람들이 말하는 천원지방(天圓地方), 즉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는 사상을 형상화했다고 하는데 그러면 맨 위에 얹힌 네모난 돌은 뭐냐고 질문하게 된다. 오히려 하늘을 네모로 마감하였으니 말이다. 굳이 천원지방 사상을 표현했다고 강변할 게 아니라 전체적으로 안정되고 튼튼하게 세우려는 공학적 판단이 아니었을까 싶다.
또한, 몸체를 쌓아 석단이 모두 27단인데 맨 위의 네모난 돌까지 합치면 28단이 되어 기본 별자리 28수를 상징한다고 하는데 가만히 보면 맨 위의 네모난 돌은 한 단이 아니고 두 단이니 그러면 29수가 아닌가? 자칫 꿈보다 해몽은 아닌가 싶다.
- ▲첨성대 맨 위쪽 석단.
또한 남쪽 중앙에 낸 창문을 중심으로 (13~15단에 창문을 내었으므로) 아래쪽이 12단이고 위쪽의 12단이 되니 이는 1년이 12달이라는 것과 아래위를 합쳐서 24는 1년 24절기를 의미한다고 하는데 이는 딱히 아니라고 할 것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첨성대를 쌓은 돌을 낱개로 세어보면 모두 361개와 반개라고 하는데 (어떤 이는 362개라고 함) 반개는 어디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으나 위 사진에서 퉁겨진 듯 보이는 그 돌이 아닌가 싶은데, 아무튼 이는 음력으로 1년의 날짜와 같다고 한다. 다만 필자는 현장에 가서도 첨성대를 이루는 돌들을 하나하나 세어보질 못했으니 이러한 주장은 합리적이라고 참고하기로 한다.
- ▲첨성대 남쪽으로 중앙이 되는 13~15단에 네모지게 만든 창.
뿐만 아니라 첨성대가 자리 잡고 있는 위치의 방향은 기단의 네모가 동서남북을 정확히 가리키고 꼭대기 정(井)자 틀은 동서남북의 중앙을 가리키니 4방과 8방이 모두 표시된 방위로 세운 것이 된다. 그리고 중간에 만든 창은 정남향이 되며 춘분과 추분에는 햇빛이 첨성대 밑바닥까지 완전하게 비추고, 동지와 하지에는 광선이 완전히 사라져 매우 과학적인 설계라고 한다.
그러나 이 현상은 춘, 추분이나 동, 하지에 현장을 목격하거나 그 현상을 표현한 사진 등이 없어 명확하게 이해가 가지는 않는데 그렇다고 아니라고 주장할 논거도 없으므로 매우 과학적인 설계라는 점으로 인정하기로 한다. 또한, 전체적으로 27단인 높이는 첨성대가 선덕여왕 대에 세워졌는데 선덕여왕이 27대 임금이라는 점도 암시하는 상징이라고 하니 역시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과연 국보 첨성대 속에 숨겨진 비밀, 감추어진 과학이라고 해도 좋겠다.
다만 꼭대기로 올라가서 어떤 자세로, 어떤 기구를 사용하여 천체를 관측하고 또 어디에 어떻게 기록하였으며 그러한 일들이 어떠한 국가경영과 민생에 반영되고 보탬이 되었는지 등에 대한 사실과 실적, 연구 등이 부족한 점이 아쉽다. 그런데도 국보 제31호 첨성대는 이견(異見) 없이 가장 오래된 첨성대이며 그 설계와 쌓음에도 숨겨진 과학과 뛰어난 비밀들이 있다는 점, 또한 외형적으로도 아름답고 안정된 느낌에 튼튼하게 쌓아올려 천 년이 넘도록 남아있다는 사실이 감동적이다.
- ▲감사원에서 제시한 첨성대 기울기.
2014년에 감사원은 문화재 보수·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첨성대가 ‘2009년 이후 해마다 1㎜ 정도 기울고 있다’고 밝혀 첨성대의 구조적 안전이 심각하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내놓았는데 이에 대하여 문화재청에서는 관계전문가들과 함께 정밀측정 결과 2014년 9월 24일 기준으로 북쪽으로 205.05㎜, 서쪽으로 5.13㎜가 기울었으나 구조적으로 긴급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안전도를 점검하고 사전에 예방하는 조치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첨성대 야경, 우리 눈에 익숙하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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