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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바겐에 대해 당신이 알아야 할 5가지

오완선 2015. 9. 29. 09:44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로 곤경에 빠진 독일 폴크스바겐 그룹의 로고가 22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의 나스닥 거래소 유리창에 비치고 있다. 폴크스바겐 주가는 독일 증시에서 이틀 연속 폭락하면서 반토막났다. 뉴욕/EPA 연합뉴스
히틀러에서 빈터코른까지
비틀에서 포르쉐까지
‘스캔들’이 되어버린 ‘신화’
폭스바겐(폴크스바겐)의 ‘디젤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스캔들)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스캔들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22일(현지시각) 주가는 전날에 견줘 19.82% 떨어졌습니다. 250억유로(약 33조원)어치의 시가총액이 사라진 것입니다.

1. 폭스바겐 스캔들은 언제, 어디서 불거졌나요?

폭스바겐 스캔들은 지난주 미국에서 터졌습니다.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판 디젤차에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장착해 배출가스를 조작했다는 게 스캔들의 핵심입니다.

실험실 테스트에서는 저감 장치를 가동해 환경오염을 불러일으키는 배출가스를 줄이고, 실제로 탈 때는 저감장치 가동을 중지시켜 오염 물질 배출을 늘렸습니다.

폴크스바겐 스캔들은 지난주 미국에서 먼저 불거졌다. 18일 미국 환경보호청(EPA)과 캘리포니아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폴크스바겐의 2.0리터 디젤 엔진 차량에 인증시험을 받을 때만 배출가스 양을 줄여주는 소프트웨어가 작동하며, 이 차량들의 일반적인 주행 때는 이 소프트웨어가 작동하지 않아 허용 기준치보다 10~40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을 배출했다고 밝혔다.

질소산화물은 호흡기 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배출가스다. 미 당국은 폴크스바겐의 2009~2015년형 제타와 비틀, 골프, 계열사인 아우디의 A3, 2014년형과 2015년형 파사트 5개 차종 등 모두 48만2000대를 리콜하라고 명령했다. ▶ 바로가기 : 전 세계 속인 폭스바겐…배출가스 조작 1100만대 가능성

어떻게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었을까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 “운전대(핸들) 움직임 등을 감지해 차량이 테스트 주행 중인지, 실제 도로 주행 중인지를 확인하도록 했다. 실험실에서는 운전대를 조작하지 않고 정면으로 달리는 테스트만 진행하는데, 운전대가 움직이지 않을 때만 배기가스 저감 장치가 켜지도록 했을 수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 당국은 폭스바겐의 2009~2015년형 제타와 비틀, 골프를 포함해 계열사 아우디 등 모두 48만여대를 리콜하라고 명령했습니다. 미국에서만 그 정도인데요, 전 세계적으로는 몇 대나 될까요?

폭스바겐이 누리집에 올린 성명을 보면, “(문제가 되고 있는 차량들은) EA189 엔진이 장착된 자동차들이다. 세계적으로 1100만여대 정도”라고 나와 있습니다.

2. 폭스바겐은 왜 눈속임 소프트웨어를 달았을까요?

이유는 ‘폭스바겐의 딜레마’ 때문이었습니다. ‘유럽보다 더 높은 미국의 환경규제 기준을 맞춰야 한다’는 것과 ‘차의 출력을 높이고 연료 소비 효율’(연비)을 높여야 한다’는 기업 전략이 충돌했기 때문입니다.

폭스바겐이 디젤차 배출가스 양을 조작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일부 차량에 들어 있는 이유는 성능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디젤 승용차 배출가스에서 질소산화물 등을 줄이면, 디젤차의 출력과 연비 등 성능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적발된 미국은 유럽보다 엄격한 기준의 디젤차 배출가스 기준을 적용하고 있어서 이 기준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을 듯 보인다. ▶ 바로가기 : 전 세계 속인 폭스바겐…배출가스 조작 1100만대 가능성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벤츠나 BMW와 같은 럭셔리 차로 대우받지 못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명품’ 독일차로 그다지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건데요.

해서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중저가 전략으로 소비자를 상대하고 있습니다. 중저가 전략의 핵심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입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괜찮은 성능, 이게 중저가 차의 핵심입니다. 현대차가 북미 시장에 파고든 전략이기도 하지요.

또 폭스바겐은 벤츠나 BMW와 차별화하기 위해 디젤차에 더 공을 들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에서는 디젤차보다 휘발유 차가 더 많이 팔리는 데 있습니다. 미국에서 휘발유가 디젤보다 더 싸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디젤차에 강력한 환경규제 대책을 내놓습니다. 디젤차 질소산화물 배출량 제한 기준을 주행 거리 1km당 0.04g(1마일당 0.07g)으로 정한 것이죠. 이는 유럽과 한국(km당 0.08g)보다 강합니다.

미국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규제를 맞추려면 주행성능과 연비, 출력이 떨어집니다. 중저가 차로서는 치명적인 결점입니다.

결국 ‘미국의 환경 정책에 맞추면서 가성비를 높여야 한다’, 이런 딜레마를 돌파하기 위해 폭스바겐은 최악의 선택을 했습니다. 실험실에서만 저감장치가 작동되고 도로에서는 멈추게 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을 것으로 자동차 전문가들은 추측하고 있습니다.

3. CEO 사임, 주가하락 때문인가요? 책임 인정 때문일까요?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불거진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 사태와 관련해 사퇴했다. 빈터코른은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사임이 이를 위한 것임을 밝혔다. 베를린=AP/연합뉴스
독일 자동차업체 폴크스바겐의 마르틴 빈터코른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불거진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눈속임 사태와 관련해 사퇴했다. 빈터코른은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면서 자신의 사임이 이를 위한 것임을 밝혔다. 베를린=AP/연합뉴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폭스바겐은 주가가 연일 폭락했습니다. 22일 주가는 전날보다 19.82% 떨어져 250억 유로(약 33조원)어치의 시가총액이 사라졌습니다.

결국 마르틴 빈터코른(68) 폭스바겐 CEO는 23일(현지시각) 성명을 내고 “폭스바겐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 내 사임으로 새로운 출발을 위한 길을 열겠다”며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이번 스캔들에 대해 아는 바 없고, 가담한 바도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사임은 회사를 위한 것이지만, 나로서는 어떠한 부정행위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망연자실할 따름”이라고 말했습니다.

2007년부터 폭스바겐을 이끌어 온 그는 독일 상장회사 CEO 중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아 왔습니다. 지난해 수입은 1660만유로(약 219억원)로, 독일 내 CEO 연봉 순위 2위였습니다. 그는 퇴직금으로 최소 2860만유로(약 381억원)를 받게 될 것으로 <블룸버그>가 보도했습니다.

폴크스바겐 이사회는 “내부조사가 진행 중이며, 회사에 어마어마한 피해를 끼친 부정행위에 가담한 이들은 결과에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스캔들의 책임을 지고 사임한 것일까요? 아니면 주가가 떨어져 사임한 것일까요? 그것이 궁금하네요.

4. ‘폭스바겐 속임수’ 한국에서는 어떨까요?

이렇게 혼란이 이어지는데,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눈속임 소프트웨어가 사용된 차량은 우리나라에서 최대 6만대로 예상되는데요. 폭스바겐 디젤차를 구입할 생각이거나 중고로 팔려는 사람은 고민하고 있다고 합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23일 “EA189 엔진은 유로5(유럽연합이 정한 경유차 배출가스 규제) 기준을 충족하며 배기량 2000㏄ 차량에 탑재됐으며 한국에 유통된 차량은 6만대가량”이라며 “미국에서 문제가 된 소프트웨어가 해당 차량들에 사용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 바로가기 : 폭스바겐 문제 엔진 차량, 한국도 최대 6만대 추정

5. 히틀러가 제안하고, 포르쉐가 만든 폭스바겐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 초판본(왼쪽). 히틀러는 헨리 포드(오른쪽)가 발행한 신문 ‘디어본 인디펜던트’(가운데)의 열렬한 독자이면서 포드의 사상을 추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아돌프 히틀러의 ‘나의 투쟁’ 초판본(왼쪽). 히틀러는 헨리 포드(오른쪽)가 발행한 신문 ‘디어본 인디펜던트’(가운데)의 열렬한 독자이면서 포드의 사상을 추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 자료사진
이런 스캔들을 불러일으킨 폭스바겐은 어떤 차일까요? 폭스바겐을 알려면 히틀러, 포드, 포르쉐를 알아야 합니다.

1933년 1월30일 아돌프 히틀러는 나치당 당수로서 독일 총리에 임명됩니다. 대통령 힌덴부르크가 정치적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그를 임명한 것입니다.

그 뒤 히틀러는 보수파와 군부의 협력을 얻어 반대파를 탄압하고 1934년 8월 힌덴부르크가 죽자 총통 자리에 오릅니다. 독재자가 된 그는 국가 발전을 꾀하는데요.

그 중 대표적인 게 국가 주도의 ‘국민차 프로젝트’입니다. 히틀러가 요구한 국민차 조건은, 어른 2명과 어린이 3명을 태우고 7ℓ 연료로 100km/h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였습니다. 사실 폭스바겐은 ‘Volk(국민)+wagen(차)’이란 뜻입니다.

히틀러는 미국을 싫어했지만, 한 명의 미국인을 좋아했습니다. 바로 ‘자동차의 왕’으로 불리는 헨리 포드입니다. 해서 히틀러가 벤치마킹한 건, 포드의 T형 자동차입니다. 소형차여서 저렴하고 대량생산할 수 있는 차였습니다.

히틀러는 그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에서 포드를 격찬했습니다. 히틀러는 미국을 미워하고, 유대인을 증오하고, 공산주의를 혐오했으며, 민주주의를 질색했지만, 포드는 사랑했습니다. 1938년 히틀러는 외국인을 위한 독일 최고 훈장인 ‘독일독수리 훈장’을 포드에게 줄 정도였죠. 나치 독일에서 이 훈장을 받은 외국인은 포드와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유일했습니다.

히틀러의 의뢰를 받아 국민자동차를 만든 사람은 페르디난트 포르쉐입니다. 포르쉐는 벤츠에서 자동차를 개발하기도 했죠. 그는 추운 북부 독일의 겨울에도 엔진이 얼지 않는 차를 만드는데 정성을 쏟았습니다.

그 차가 바로 ‘딱정벌레’란 이름으로 불리는 폭스바겐 ‘비틀’(Beetle)입니다. 비틀은 역사적으로 큰 성공을 거둔 차 중 하나입니다. 역대 3번째로 가장 많이 팔린 차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타는 1987년식 폭스바겐. AFP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이 타는 1987년식 폭스바겐. AFP
비틀은 1978년 독일 생산을 끝마친 뒤 2003년 멕시코 공장에서 생산을 중단하기까지 총 2153만여대가 팔렸습니다. 이후 2세대 비틀인 ‘뉴 비틀’이 생산된 데 이어 2011년 3세대 비틀인 ‘더 비틀’이 공개됐죠.

2차 세계대전 중 폭스바겐 공장은 주로 전투 장비를 생산했습니다. 1960년대에는 아우디의 전신인 아우토우니온을 인수하며 몸집을 불려 나갔습니다.

현재 폭스바겐그룹에는 폭스바겐, 아우디, 벤틀리, 부가티, 람보르기니, 세아트, 스코다, 스카니아, 폭스바겐 상용차, 포르쉐, 스즈키 등의 자동차 회사가 있습니다.

자동차 브랜드로는 시로코, 골프 GT1, 골프 GTD, 폴로, 제타, 더비틀, 파사트, 티구안, 투아렉, CC, 페이톤, 더 XL1 등이 있습니다.

2차 대전이 끝난 1949년 폭스바겐은 그 이전 적대국이었던 미국에 ‘비틀’을 선보이며 진출합니다. 당시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승리의 차’(Victory Wagon)란 슬로건을 내걸었습니다.

현재 폭스바겐은 ‘패배의 차’(Defeated Wagon)가 되고 있습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