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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오완선 2016. 1. 28. 17:45

한반도를 대표하는 우리 민족의 고유 산줄기는 백두대간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은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 약 1400㎞에 이르는 산줄기를 말하며, 그 뜻도 ‘백두산에서 비롯한 큰 산줄기’다. 백두대간이 백두산에서 지리산까지의 산줄기를 말한다면 그 명칭은 백두산이란 이름이 정착된 이후에 나왔다고 볼 수 있다. 백두대간 남한 구간은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약 684㎞ 된다.

백두산이란 이름은 삼국시대 이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단군신화의 탄생지가 백두산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태백산, 묘향산, 중국의 태백산 등 여러 설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백두산으로 인정하는 기준으로 판단했다. 다음에 이 부분에 대해서 자세히 얘기하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화이고 구체적인 문헌이 없어 단정할 수 없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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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단절된 봉우리로 보지 않고 흐름으로 이어지는 맥세(脈勢)로 이해하는 지형인식은 대체로 통일신라 말 고려 초기부터 시작됐다는 게 정설이다. 이 맥세의 인식이 바로 백두대간의 출발점이다. 또한 이는 풍수사상의 보급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지형과 인간과의 관계를 따지는 풍수는 삼국시대 이후 급속히 보급되면서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한반도 산줄기를 이해하고, 백두대간 산줄기를 따져봤을 것으로 짐작된다. 고려시대엔 풍수가 광범위하게 수용되면서 백두산 중심의 지맥론이 일반화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 바로 도선(道詵․827~898) 국사다.

통일신라 말 태어난 도선 국사는 한반도 풍수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쓴 <秘記(비기)>에서 ‘이 땅의 지맥은 북방인 백두산으로부터 수와 목이 근간이 되어 내려와서 마두명당이 되었으며, (중략) 천지의 대수에 부합하여 명년에는 반드시 슬기로운 아들을 낳을 것이니 그에게 왕건이라는 이름을 지을 것이다’라고 전하고 있다. 백두산 중심의 지맥이 처음으로 문헌에 등장한 것이다. 이후 백두대간이란 지명은 간혹 등장하나 풍수사상은 <정감록> 등에서 이어받아 우리 민족의 의식에 뿌리깊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된다.

백두대간이란 개념은 18세기 즈음 실학자를 중심으로 백두산에서 연결되는 산지체계로 완전히 확립된다. 18세기 중엽 성호 이익의 <백두정간>, 이중환의 <택리지>에 백두대맥․백두남맥․대간 등의 표현이 보인다. 강을 중심으로 강줄기와 그에 관련된 지역의 모습을 서술한 정약용의 <대동수경>에서도 ‘백산대간’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다산 정약용은 <대동수경>에서 백두산의 이름을 8가지나 제시했다. 不咸(불함), 蓋馬(개마), 徒太(도태), 太白(태백), 長白(장백), 白山(백산), 白頭(백두), 歌爾民商堅(가이민상견) 등이다. 이외에도 백두산을 單單大嶺(단단대령), 蓋馬大山(개마대산)으로도 불렀다.

조선 후기의 가장 뛰어난 지리학자 중의 한 명인 신경준이 쓴 <山水考(산수고)>에서 ‘하나의 근본에서 만 갈래로 나누어지는 것은 산이요, 만 가지 다른 것이 모여서 하나로 합하는 것은 물이다. 우리나라 산수는 열둘로 나타낼 수 있으니, 산은 백두산으로부터 12산으로 나누어지며, 12산은 나뉘어 팔로(八路․팔도)가 된다. 팔로의 여러 물은 합하여 12수가 되고, 12수는 합하여 바다가 된다. 흐름과 솟음의 형세와, 나누어지고 합함의 묘함을 여기에서 가히 볼 수 있다’고 적고 있다.

<산수고>에서 나열한 12산은 삼각산․백두산․원산․낭림산․두류산․분수령․금강산․오대산․태백산․속리산․육십치․지리산이고, 12수는 한강․예성강․대진강․금강․사호․섬강․낙동강․용홍강․두만강․대동강․청천강․압록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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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의 능선이 파도같이 굽이져 흐른다.

산을 중심으로 산줄기의 체계를 집대성한 <山經表(산경표)>도 이 즈음 나왔다. 산경이란 산의 날실, 즉 산의 세로줄기를 말한다. <산경표>는 우리나라 산줄기와 산의 갈래, 산의 위치를 일목요연하게 표로 나타낸 지리서다. 우리나라 산들의 족보인 셈이다. 책의 윗부분에 대간, 정맥 등의 명칭을 가로로 표시하고, 그 아래에 세로로 산, 봉우리, 고개 등의 연결관계, 산들의 갈래를 기록하고 있다.

<산경표>에 나타난 산지체계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산줄기의 맥락과 명칭을 체계화하여 1개의 대간과 1개의 정간, 13개의 정맥으로 분류하고, 이름을 부여했다.
둘째, 산맥의 체계가 하천의 수계를 기준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남정맥과 한북정맥과 같은 산줄기의 이름이 그것을 잘 보여준다.

셋째, 대간․정간․정맥 등으로 산줄기에 위계성을 부여한 점이다. 간은 줄기이고, 맥은 줄기에서 흘러나간 갈래라 할 수 있다.

넷째, 산과 산의 분포와 위치를 줄기 또는 맥으로 파악하여 끊어짐이 없이 이어지는 것으로 이해했다. 여기서 산맥과 중요한 차이점이 나타난다. 산맥체계는 지질구조를 중심으로 파악한 것이기 때문에 산맥사이의 연결관계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개별 산맥들이 연결되어 있지 않고 병렬적으로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산경표의 맥으로 연결된 땅들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존재이며, 크게 보면 하나의 뿌리를 가진 공동체적인 성격으로 이해한다.

다섯째, 백두산이 국토의 중심 또는 출발점으로 인식되어 있는 점이다. 전통적인 국토 인식 체계에서는 국왕이 거주하는 수도를 국토의 중심으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신경준의 <산수고>에서도 백두산을 중시하면서도 중심을 한양에 두고 있었다. 산의 줄기를 중심으로 본 <산경표>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이해하는 지역인식을 체계화 하고 정당화 하는 논리적 작업의 결과였다고 할 수 있다.

백두대간의 산지체계는 한반도 최고봉인 백두산에 대한 경외감과 상징성, 백두산과 남단의 중심에 위치한 지리산의 연결을 통한 국토의 일체성, 그리고 취락과 도읍의 입지와 관련된 풍수지리적인 개념이 접목되어 형성된 것이다. 백두대간 개념에서의 산지체계는 연속된 산계를 강조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백두대간 종주로, 탐방로를 통한 답사와 등산이 의도적으로 많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3분의 2가 산지이고, 평균 해발고도가 500m에 가까운 산악국가다. 백두대간은 우리에게 필요한 물의 저장고이고, 에너지와 광물자원의 공급처이며, 기후시스템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다양한 생물들이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또한 휴식과 탐방의 장소이며, 산촌의 고유한 토지이용과 문화전통이 유지되는 중심지로, 우리에게는 소중히 가꾸고 보존해야 할 자연유산이자 문화유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