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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젊게사는 마법 `지장지기`

오완선 2016. 2. 4. 10:37
설 명절이 되면 소화불량과 변비 악화로 불쾌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소 장(腸)이 안 좋은 사람들이 고지방·고단백 음식을 과식하기 때문이다. 장은 건강의 척도다. 장은 생명 유지에 꼭 필요한 음식을 소화하고 흡수·배설하는 중요한 기관이지만 장이 건강하지 못하면 온몸이 고장난다. 여드름이나 부스럼 등 각종 피부 트러블, 변비, 어깨결림, 두통, 어지럼증, 대장 폴립(용종), 대장암 등의 주범은 바로 쾌변(快便)을 못하는 고장난 장이다. 위장은 단순히 음식의 통로를 넘어 생명의 통로인 셈이다.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보통 식도→위→십이지장→소장→대장을 거치면서 소화가 이뤄진다. 그 과정에서 간장, 담낭, 췌장, 소장 등에서 분비되는 소화액과 뒤섞여 소장에서 모든 영양분이 체내로 흡수된다. 그리고 남아 있는 수분의 대부분은 대장에서 흡수된다. 몸 안으로 흡수되지 않은 수분을 포함한 찌꺼기는 변(똥)의 형태로 굳고 시간이 지나면 항문의 괄약근 운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된다. 음식물 소화 시간은 음식물 종류, 개개인, 성별에 따라 다르다. 보통 음식물 소화는 4~12시간 걸리며 과일이 가장 빨리 소화되고 고기는 오래 걸린다. 음식물이 소화를 거쳐 변의 형태로 몸 밖으로 배출되는 데 약 15~24시간 걸리지만 어떤 사람은 2~3일이 소요되기도 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이 1980년대 건강한 성인 남녀 2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식사에서 배변까지 평균 53시간이 걸렸다. 입을 통해 들어온 음식물이 대장까지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40시간이었으며 남성은 33시간, 여성은 47시간이 걸렸다. 아이들은 먹었던 음식물이 평균 33시간 만에 배변으로 나왔다.

서양 사람들이 주로 육식 중심의 식단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탄수화물을 주로 먹는 동양인들의 배변 시간은 이보다 훨씬 짧을 것으로 보인다. 음식물 소화는 일반적으로 지방질이 7~8시간, 단백질이 5~6시간, 식이섬유가 3~4시간, 탄수화물이 1~2시간 걸린다. 설이나 추석 명절을 맞아 고단백·고지방 음식을 많이 먹어 배가 더부룩하고 갑갑한 느낌이 드는 것도 음식물 소화 시간과 관련이 있다.

우리가 먹는 음식물의 일생은 입, 식도, 위, 십이지장, 소장, 대장, 직장, 항문을 거쳐 마무리된다. 식도는 인두에서 위까지 음식물을 전달하며, 약 25㎝ 길이에 직경 2㎝ 넓이의 근육관(管)으로 구성돼 있다. 식도는 원래 쪼그라져 있다가 연하로 음식덩어리가 넘어오면 열린다. 음식물을 저장하는 밥통인 위(胃)는 약 1.5ℓ 크기로 오른쪽 아래로 쳐진 듯한 J형 모양을 하고 있다. 위 두께는 3~8㎜이며 위장 구조는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점막층, 점막하층, 근육층, 장막층 등 4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사실 내시경을 통해 보는 위(장)는 위점막 내부의 표면뿐이다.

위에는 약 3500만개의 무수히 많은 분비세포가 있다. 위는 한 끼 식사를 할 때마다 약 1ℓ, 하루에 최대 5ℓ의 위액을 분비한다.

소장은 6~7m쯤 되며 직경은 2.5㎝다. 소장의 벽에는 융모라고 불리는 손가락 모양의 돌출된 털 주름이 있고 이곳을 통해 영양분이 흡수된다. 남은 음식물은 대장으로 흘러가 물, 염분 등이 흡수되면서 바나나 모양의 딱딱한 변으로 변하게 된다. 대장은 길이가 평균 1.5m에 달하고 직경은 6.5㎝쯤 된다. 대장은 5~10㎝의 맹장(충수돌기·오른쪽 복부 밑 위치)에서 시작해 올라가는 상행결장, 상복부를 가로지르는 횡행결장, 왼쪽 복부를 따라 아래로 내려가는 하행결장 및 에스(S)결장으로 나뉜다. 직장은 에스결장으로부터 연결되고 대변을 저장하는 곳이다. 직장은 길이 약 15㎝, 지름은 4.5㎝다.

일본 소화기질환의 명의 무라타 히로시 박사는 "음식물을 먹고 시간이 흐르면 변이 되어 나오는 것이 당연하지만 정말 신비롭다"며 "장이 건강해야 우리 몸이 제대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장은 음식물을 소화·흡수·배출하는 일도 하지만 `면역`이라는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몸에서 병원균과 같은 이물질이 발견되면 소장 점막에 분포한 페이어판(Peyer`s patch)이 림프구로 하여금 이물질이 날뛰지 못하도록 면역항체(면역글로불린)를 만든다. 이것이 장관 면역 시스템이며 어른의 몸에서 매일 약 4g의 항체가 만들어진다. 장에는 체내 면역세포의 70%가 집중돼 있어 장이 건강하면 면역 시스템이 활성화되어 병에 걸리지 않는다. 면역 시스템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것은 NK(Natural Killer)세포라는 백혈구다.

몸 안에 50억개 정도 있는 NK세포는 온몸을 샅샅이 순시하며 바이러스와 갓 생긴 암세포를 해치우고 청소한다. 우리 몸은 24시간 동안 약 1조개의 세포를 만들고 그 가운데 약 5000개는 암세포다. 매일 암세포가 수천 개씩 만들어지고 있지만 암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NK세포 때문이다. NK세포가 가장 많은 곳이 바로 장이다.

면역학자 오쿠무라 고는 "젊음과 건강은 나이가 아니라 면역력에 달려 있다"며 "우리 몸의 면역세포는 70%가 장에 있기 때문에 장의 건강이 젊음의 척도"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요한 장 속에는 500가지가 넘는 장내 세균 100조개 이상이 있다. 장 속에 살고 있는 유해균과 유익균의 균형이 깨지면 암이나 감염증, 변비, 설사, 피부 거침, 과민성 장 증후군, 아토피성 피부염, 천식, 우울증과 같은 온갖 질환의 원인이 된다. 우리가 병에 걸리지 않는 이유는 장 내에 존재하는 유산균이나 비피더스균과 같은 유익균이 유해균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어른의 경우 장내 세균은 일부 개인 차이가 있지만 중간균이 약 70%, 유익균과 유해균이 15%씩 차지한다.

세균을 무게로 치면 1㎏ 정도라고 한다. 장내 세균이 살고 있는 대장은 뇌와 이어진 자율신경의 지배를 받는다. 이 때문에 대장은 스트레스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뇌가 불안, 초조, 압박감과 같은 스트레스를 느끼면 이는 곧 자율신경을 통해서 순식간에 대장으로 전해져 변비나 복통, 설사를 일으킨다.

미국 신경생리학자 마이클 거숀은 뇌에서 정신으로 안정시키는 신경전달 물질인 세로토닌의 95%가 장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장을 `제2의 뇌`라고 명명했다.

장 건강은 식생활에서 출발한다. 육류와 채소류를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안철우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탄수화물 50%, 단백질 30%, 지방 20%가 가장 이상적이며, 지방은 12% 이상을 등 푸른 생선과 같은 불포화지방으로 구성하라"고 조언한다.

음식물 섭취는 배변의 색깔과 모양으로 나타난다. 가장 이상적인 변의 색깔은 황토색에서 짙은 갈색이며 형태는 바나나와 비슷하다. 이 같은 변은 섬유질이 많이 함유된 채소류나 해초류, 버섯류 등이 만들어낸다. 장 운동을 활발히 해 배변을 촉진하는 운동도 중요하다. 운동을 하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 몸이 따뜻해지고 장 운동이 촉진된다. 장 운동에 좋은 운동은 걷기나 줄넘기와 같은 유산소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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