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Bear Tang'이 곰탕이라니…

오완선 2016. 7. 14. 09:25



: 2016.07.14 03:00

[외국인 조롱거리 '엉터리 한식 메뉴판' 바로잡는다]

Dynamic Stew가 동태찌개, Six Times가 육회…
음식명 입력땐 영어·중국어·일어 3개 국어 표준 번역 나오게 추진

13일 낮 12시 종로구 인사동 거리. 나란히 붙어 있는 한식당들의 메뉴 입간판을 번갈아 보던 한 홍콩 관광객이 같이 여행을 온 일행에게 "한글로는 같은 메뉴인 것 같은데 영어 표기는 다 다르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인사동에서 서로 20m도 떨어지지 않은 한식당 세 곳의 입간판에 적힌 된장찌개의 영어 표기는 전부 달랐다. 한 식당은 한국 된장을 일본 된장인 미소에 빗대 '미소 스튜(Miso stew)'라 썼고, 한 곳은 '된장'을 한글 로마자 표기로 적은 '된장 스튜(Doenjang stew)'라고 썼다. 옆 식당은 '소이빈 페이스트 스튜(Soybean paste stew)'라 적었다. 이것만 한국관광공사와 한식재단의 표기 방식에 맞는 표기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립국어원, 한국관광공사, 한식재단, 한국외식업중앙회 등과 함께 엉터리 외국어로 번역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혼란을 주는 한식 메뉴판의 번역 오류를 고치기로 했다.

한식 외국어 표기 오역 사례와 한국관광공사가 제시한 번역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올 상반기에만 810만명에 달한다. 문체부가 지난해 1만29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외래 관광객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식도락 관광'에 참여한 비율(중복 응답)이 절반(47.4%) 가까이 된다.

하지만 국내 주요 관광지에 있는 한식당의 메뉴 표기가 제각각이라 외국인들이 음식을 고를 때 큰 불편을 겪는다. 'Beef Tartare'인 육회를 'Six Times', 'Pollack Stew'인 동태찌개를 'Dynamic Stew'로 잘못 번역해 외국 관광객의 웃음거리가 되기도 한다. 'Beef Bone Soup'로 써야 하는 곰탕을 'Bear Tang'으로 번역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2월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한국관광공사에 제출한 '한식 메뉴 외국어 표기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시내 주요 관광지에 중국어 메뉴판이 있는 한식당 192곳 중 33.9%(65곳)는 1개 이상의 메뉴에 심각한 오역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어 메뉴는 식당 230곳 중 21.3%(49곳), 일어 메뉴는 235곳 중 21.7%(51곳)의 식당이 한식 이름을 오역한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관광공사는 공사 홈페이지에 있는 '관광용어 외국어 용례 사전'을 통해 음식·숙박·쇼핑·교통 등 8가지 분야의 한글 명칭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간체자와 번체자로 바르게 번역하는 법을 알려준다. '한식'의 경우 밥과 죽, 면, 국·탕, 찌개, 전골 등 10여 종으로 나눠 2300여 개의 음식 메뉴 표기법을 알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또 네이버 등 검색 포털 사이트와 협력해 검색창에 음식 이름을 입력하면 영어·중국어·일본어 등 3개 국어로 된 표준 번역이 나오게 할 방침이다.

이태희 경희대 관광학과 교수는 "외국인들의 실소를 자아내는 엉터리 메뉴 한 줄이 우리나라의 관광 경쟁력을 얼마나 깎아내리는지 일선 음식점 업주들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정부도 지원을 통한 지속적인 계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