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들고 똥 싸봤나-‘쾌변남’
30대 회사원 ‘쾌변남’입니다. 전 이맘때만 되면 훈련병 시절이 떠올라요. 어느 날, 저녁을 먹고 식판을 닦으려고 줄을 서 있는데, 앞에 있던 동기가 수도꼭지에 입을 대고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거예요. 당시 내무반엔 한여름인데도 펄펄 끓는 보리차만 공급됐거든요. 찬물 먹다 배탈이 날 수 있다는 이유로요. 그러니 다들 얼마나 찬물이 먹고 싶었겠어요. 동기 녀석도 시원하게 쏟아지는 수돗물을 보고선 눈이 돌아가버린 거죠. 저도 못 참고 뛰어들어 수도꼭지에 입을 댔어요. 오아시스를 만난 것 같았습니다.
문제는 다음날이었습니다. 그날은 사격 훈련이 시작되는 날이었어요. 사격 훈련 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 있어, 총을 들기 전부터 엄청나게 군기를 잡아요. 저도 그 무시무시한 분위기 속에서 바짝 긴장하고 있었죠. 그런데 어젯밤부터 살살 아프던 아랫배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하는 겁니다. 참아보려고 했지만 뱃속 상황은 이미 제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버렸습니다. “조교님, 질문 있지 말입니다!” 십이지장에서부터 용기를 짜내 외친 제 귀에 “뭐야!” 하는 조교의 날카로운 음성이 파고들었습니다.
“저, 똥이 마렵지 말입니다.” “뭐, 똥? 군인이 총을 잡았는데 똥이 마려워?” 조교가 한심하다는 눈으로 쳐다봤어요. 그렇게 1초 정도 있더니 다녀오라더군요. 총을 바닥에 내려놓고 총알이 튀어나가듯 뛰기 시작했습니다. “쾌변남 훈련병, 돌아온다!” 화장실로 뛰어가는 제 등 뒤로 조교의 예상치 못한 불호령이 떨어졌습니다. “군인이 총을 놓고 가?” 아차, 군대에서 생명과도 같은 총을 바닥에 놓고 간 거죠. 직장과 항문은 살려달라 아우성을 치는데, 전 얼차려로 팔굽혀펴기 10번을 해야 했습니다. 얼굴이 노래졌어요. “다시 다녀온다, 실시!”
이번엔 총을 들고 필사적으로 뛰었어요. 어렵게 도착한 화장실 문을 반갑게 연 순간, 전 기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온 화장실이 똥파리 천지였어요. 내무반 화장실은 그래도 수세식이었는데, 사격 훈련장 화장실은 널빤지 한 장으로 저와 자연을 구분했어요. ‘퍼세식’도 그런 하드코어 퍼세식이 없었죠.
그래도 별수 있나요. 일단 탄띠를 풀고 한 손에 쥐었습니다. 다른 손엔 총을 들었어요. 엄청난 굉음과 함께 고체 반 액체 반의 똥이 터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헬멧 밑으로 땀이 줄줄 흘러내렸어요. 콧구멍엔 똥파리 몇 마리가 들락날락했어요. 그래도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내쉬어지더군요.
그만 일어나려고 하는데 아차, 휴지가 없지 뭐예요. 때마침 “빨리 안 나와!”라고 외치는 조교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휴지가 없지 말입니다.” 기어들어가는 제 목소리에 한동안 답을 않던 조교는 “아, 정말 가지가지 한다. 기다려”라며 어딘가로 사라졌습니다. 제가 마무리똥을 짜내는 사이 되돌아온 조교가 문틈으로 무언가를 건넸습니다. “지금 훈련 중이라 휴지를 가져올 수 없다. 일단 이걸로 처리한다.” 나뭇잎이었습니다. 따가웠습니다. 쓰라렸습니다. 눈물이 났어요. 하지만 의외로 잘 닦여 놀랐어요. 그건 정말이지 내 평생 잊을 수 없는 똥이었습니다.
내 남자친구는 노팬티-‘즐똥녀’
30대 싱글녀 ‘즐똥녀’예요. 5년 전이었어요.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저녁마다 헬스클럽에 다녔어요. 그날도 나란히 러닝머신 위를 뛰고 있는데 어디서 갑자기 똥냄새가 풍겨왔어요. 당시는 아직 방귀를 트기 전이어서, 이 기회에 편하게 터보자고 생각했죠. “자기 방귀 뀌었어?” 제가 넌지시 물었습니다. 남자친구는 얼굴이 벌게져서 “아니야, 아냐”라며 강하게 부정했어요. 아무리 맡아도 똥방귀 냄새였는데 말이죠. 전 “괜찮아, 이 기회에 서로 방귀도 트고 좋지, 뭐”라며 웃었어요. 그래도 남친은 끝내 부인하더군요. 전 계속 추궁하진 않았어요.
일은 저한테 일어났어요. 운동이 끝난 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갑자기 신호가 오기 시작했어요. 좀 참아볼까 했는데 이게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자취방으로 뛰기 시작했습니다. 남친도 따라 뛰었죠. “자기야, 왜 그래?” 전 말없이 계속 뛰었어요. 집에 도착해선 무조건 화장실로 직행했죠. 살 것 같았어요. 이왕 이렇게 된 거, 방귀도 트고 똥도 트자고 생각했어요.
변기 물을 내리고 화장실을 나왔는데 이게 웬일, 방 안에 똥냄새가 가득하지 뭐예요. 냄새가 밖으로 새어나온 줄 알고 깜짝 놀랐어요. 남친은 방 한가운데 서서 무표정한 얼굴로 저를 바라보더군요. 그러곤 아무 말 없이 저를 밀치고 화장실로 들어갔어요.
“자기야, 왜 그래? 미안해. 내가 갑자기 똥이 마려워서 그런 거야.” 전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애타게 설명했어요. 남친이 낮은 목소리로 응답했습니다. “자기야, 검은색 비닐봉지 좀 갖다 줄래?” 사실 남친은 러닝머신 뛸 때부터 신호가 온 거였어요. 그 방귀도 진짜 똥방귀였던 거죠. 겨우 참고 있는데 제가 뛰는 바람에 덩달아 뛰면서 참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거였죠. 집에 와선 바로 화장실에 갔어야 했는데, 제가 먼저 들어가는 바람에 남친은 그만 바지에 똥을 싸고 말았던 겁니다.
어찌 됐든 그날 남친은 노팬티인 상태로 제 방에 함께 있었습니다. 나머진 상상에 맡길래요. 그 뒤로 우리는 한동안 더 사귀었답니다.
내가 아침을 먹지 않는 이유-‘무른똥’
30대 남성 직장인 ‘무른똥’입니다. 전 아침을 먹지 않습니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거든요. 이 병은 대장이 예민해 조금만 스트레스를 받거나, 자극적인 것을 먹으면 바로 똥이 마려운 병이에요. 그래서 제 뒷주머니엔 늘 휴지가 들어 있고, 어딜 가든 화장실이 어디인지부터 확인하죠. 비상사태를 대비한 저만의 ‘화장실 지도’도 있어요. 어느 지하철역엔 개찰구 안에 화장실이 있다든가, 명동 어느 건물엔 개방형 화장실이 있다든가 하는 정보가 머릿속에 다 들어 있죠. 심지어 친구들이 전화로 “야, 나 여기 어딘데 화장실 어디냐”고 물어올 정도예요.
결혼하고 첫 생일날 벌어진 일입니다. 신혼집이 있던 경기 분당에서 직장이 있는 서울 광화문까지 광역버스를 타고 다닐 때였죠. 아내가 이날만큼은 꼭 아침을 먹어야 한다며 미역국을 끓여주더군요. 앞일이 걱정되긴 했지만, 아내의 성의가 고마워 미역국에 밥 한 공기를 말아 먹고 집을 나섰습니다.
조용하던 뱃속은 제가 탄 버스가 고속도로에 진입하자마자 부글대기 시작했습니다. 광역버스는 일단 고속도로에 들어서면 한남동까지 정차를 할 수가 없는데, 벌써부터 땀이 뻘뻘 나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는 겁니다. 운전석으로 뛰어갔죠. “기사님, 세워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전 정말 애처롭게 얘기했어요. “뭐라고요? 이 양반아, 여기 고속도로인 거 안 보여요? 어딜 세워.” 기사님이 황당하다는 듯 얘기했어요. “저 지금 설사가 나올 것 같아요.” 정말 사정했습니다.
하지만 전용 차로에 버스가 일렬로 늘어서 달리는 출근 시간에 버스를 세울 수는 없는 일. 기사님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세워 드리려 해도 세울 수가 없어요. 최대한 참아보세요. 정말 못 참겠으면, 버스 중간에 검은색 비닐봉지가 있어요.” 비닐봉지라도 사용하고 싶었지만, 붐비는 출근 버스 안에서 바지를 내리고 똥을 싸기엔 제 이성이 너무 강했어요. 그저 기사님 옆 기둥을 잡고 끙끙대며 땀만 뻘뻘 흘렸습니다. 제 신음소리가 커져가자 기사님은 속도를 좀더 내고, 전용 차로와 일반 차로를 번갈아가며 추월도 해주셨습니다. 계속해서 “다 왔어요, 참으세요, 참으세요”라며 저를 응원해주시면서요.
드디어 한남대교를 건너 옛 단국대학교 근처에 차가 섰어요. 원래 정류장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전 “감사합니다” 소리를 지르곤 근처 주유소로 뛰었어요. 물론 제 ‘화장실 지도’가 작동한 결과였죠. 정말 10초만 늦었어도 대형 참사가 날 뻔했어요. 광화문에서 ‘분당 똥남’으로 소문이 났을 거예요. 그때만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그 뒤론 다시는 아침을 먹지 않아요.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예요. 정리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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