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부터 코골았다는 40대 남성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살았지만
낮 피로감 심하고 무호흡까지 있어
권고받은 수면다원검사 해보기로

검사결과 1시간에 15번 ‘무호흡’
5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 진단

술 끊고 2kg 뺐지만 그걸론 역부족
다시 병원서 ‘양압기’ 처방받아
“증상은 사라져 좋은데 쓰기 불편
몸무게 줄이면 양압기 뗄 수 있겠죠”
“아내가 깜짝 놀라서 저를 깨우더군요. 코를 골다가 컥컥컥 하면서 숨이 막히는 소리가 나더니 20초 가까이 숨을 안 쉬더라는 거예요. 예전에도 술을 마신 날에는 코를 고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호흡을 오래 멈추니 놀랐나 봐요.”

김아무개(46)씨는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코골이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부모님 등 집안 어른들은 코를 골면서 자는 그를 보면서 ‘잠을 참 곤하게 잔다’며 깊은 잠을 잔다고 여겼다고 했습니다. 그는 아버지를 비롯해 친척들 가운데에도 코를 고는 사람이 많아서 그다지 흠이라거나 질병이라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지방 출신인 그는 대학 시절 기숙사에 살았는데, 2인용 방에 살면서 같이 사는 이들에게 많은 불편을 줬다고 합니다. 워낙 스포츠를 좋아했던 그는 농구, 탁구 등을 즐겨 했는데요. 이런 운동을 한 날 밤에는 어김없이 코를 골아 그는 ‘피곤하면 코를 고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술을 마신 날도 코를 많이 골았기 때문에, 피로와 술이 문제라고 생각하면서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불편한 것도 없었고요. 대학 졸업 뒤로 결혼 전까지는 혼자 살았기 때문에 누구에게 불편을 주는 일도 없었습니다. 실제 20~50대 남성 10명 가운데 3~5명은 잠을 자면서 코를 골기 때문에 김씨가 특이 사례는 아니었습니다.

결혼한 뒤로도 코를 곤다는 것 때문에 종종 아내의 잔소리를 들었는데요. 피곤한 날이거나 술을 마신 날에는 어김없이 코를 골다 보니, 이런 날에는 책이 많이 쌓여 있는 작은방에서 혼자 자기도 했다고 합니다. “어차피 아내가 술 냄새를 싫어하는데다, 코까지 골아대니 따로 잘 수밖에 없었죠.”

입이나 코로 숨을 쉬었을 때 공기의 흐름 통로 모식도. 연구개나 구개편도가 커지면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입이나 코로 숨을 쉬었을 때 공기의 흐름 통로 모식도. 연구개나 구개편도가 커지면 공기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길 수 있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김씨는 30대 중반부터는 코골이도 문제였지만 종종 오후에 낮잠이 쏟아지는 증상이 생겼습니다. 그는 “전날 운동 때문에 피곤하거나 술 때문에 다음날 오후에도 졸린 것으로 생각했습니다”라고 스스로 진단을 했는데요. 실제로 운동을 덜 하거나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는 코골이도 거의 없었고 낮에도 졸리지 않았습니다. 김씨의 아내는 남편이 일을 많이 하다 보니 피로 때문에 코를 골면서 깊은 잠에 빠진다고 생각해, 처음에는 보약을, 나중에는 영양제를 사서 김씨에게 권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건강에는 운동이 최고라고 생각해서 보약이나 영양제 등은 원래 먹지 않았습니다. 아내가 간절히 권해서 먹어보기는 했는데 코골이 증상을 줄여주는 것 같지는 않아 더 이상 먹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에서 종종 엠티 등을 가서 술을 마실 때에도 주변 사람들에게 스스로 코를 심하게 곤다고 말하면서 다들 먼저 잘 것을 요청하곤 했습니다. 김씨는 가족들을 포함해 주변 사람들을 불편하게 해 미안한 생각이 자주 들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건강에 나름 자신이 있었기에, 코골이를 질병으로는 생각하지 않고 지냈습니다.

김씨는 40대가 되면서 예전보다 운동도 덜 하고 대신에 술자리는 자주 가게 되면서 몸무게가 30대 초반보다 10㎏이 늘어난 95㎏이 됐습니다. 키는 180㎝에 가까워 키가 큰 편이었지만 몸무게가 늘고 배도 나오면서 농구 등을 하면 무릎 등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격한 운동보다는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 등을 즐겼습니다. 여전히 술을 마신 날에 코골이가 있다고 생각해 그날만 작은방에서 혼자 잤기 때문에 아이나 아내 역시 피해를 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스스로의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습니다.

“코를 골면서 잠을 자면 호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잠을 자주 깬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기는 한데, 저는 한번 자면 잘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깊이 자기 때문에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생각했죠.”

그러다가 김씨는 지난 2월 설 명절에 친척들이 놀러 와 함께 술을 마시고 친척들에게 방을 내준 뒤 아내와 함께 자면서 수면무호흡증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잠을 자면서 코를 골다가 코골이 소리가 작아지더니, 숨을 20초가량 쉬지 않은 것을 몇 번 반복했다는 것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은 잠을 자면서 10초 이상 숨을 쉬지 않는 무호흡이 1시간에 5번 이상 발생하는 것을 말합니다. 또 호흡이 멎는 시간이 10초보다 짧더라도 잠을 잘 때 6번 이상 무호흡이 나타나면 수면무호흡증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물론 잠을 자다가 숨을 잠깐 멈췄다고 해서 모두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신홍범(수면 전문의) 코슬립수면의원 원장은 “잠을 자다가 꿈을 꾸는 단계인 렘수면 단계에 빠지기 직전 정상적으로 무호흡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물론 이때는 1시간에 5번을 넘지는 않기 때문에 수면무호흡증은 5번을 넘는 경우로 정의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자다가 숨을 잠깐 멈췄다고 무조건 수면무호흡증으로 의심하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는 뜻입니다.

“아내가 ‘호흡이 끊겨 이러다 죽는 것 아니냐’며 당장 병원에 가도록 권하더군요.”

김씨는 30대만 됐어도 ‘코골이가 무슨 병이냐’ 하고 생각해 병원을 찾지 않았을 텐데, 40대부터는 몸무게도 불어나고 몸이 예전 같지 않게 피곤하다 여기고 있던 찰나에 수면무호흡증까지 있다고 하니 병원을 찾기로 하고 문의를 해 왔습니다. 코골이 증상이 있으면 주로 수술 치료를 하는 이비인후과 병원이 있고, 또 정신건강의학과에서도 수면 분야를 전공하는 의사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술치료는 보통보다 커진 편도나 편도 주변의 아데노이드 때문에 공기가 들고 나는 통로가 좁아져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 경우 이를 절제하는 것입니다. 정신건강의학과는 불면증을 비롯해 수면장애를 담당하는 진료과로 최근 수면 분야를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전문의들이 늘고 있습니다. 김씨는 “수술은 피하고 싶기도 하고, 코골이에 무슨 수술까지 하느냐”며 정신건강의학을 전공한 수면 전문의를 찾겠다고 했습니다.

목구멍의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 콧속 공기 흐름이 차단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긴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목구멍의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 콧속 공기 흐름이 차단돼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생긴다.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김씨는 평소 잠버릇과 관련된 증상을 말한 뒤 의사로부터 코골이, 몸무게 증가, 낮에 졸린 증상 등이 모두 수면무호흡증과 관련이 있는 증상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실제 국내외 연구 결과에서도 코골이가 심하면 고혈압, 심장질환, 뇌졸중 등 뇌혈관질환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국내에서도 신철 고려대 의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 견줘 뇌졸중에 걸릴 위험이 2.44배로 나타났습니다. 잠을 자면서 호흡을 못 하게 돼 뇌에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니 뇌졸중 위험이 높아진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또 비만하지 않은 사람이 코골이가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혈압에 걸릴 위험이 1.5배 높아지는 등 심장질환이나 치매에 걸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씨는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을 일으킬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습니다. 이들 조직이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 크기를 줄여주는 수술 치료를 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술 뒤에도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이 개선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결국 김씨를 진찰한 의사는 하룻밤을 자면서 수면에 대한 각종 검사를 통해 수면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수면다원검사를 권고받았고, 김씨 역시 스스로의 수면 건강을 확인해 보고 싶어 이 검사를 받았습니다. 신철 교수는 “수면다원검사는 하룻밤을 자면서 뇌파를 비롯해 호흡, 심전도, 적외선 비디오 촬영 등을 통해 무호흡은 물론 수면의 질 전체를 측정하는 검사”라고 설명했습니다. 검사 결과 김씨는 1시간에 15번 정도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났습니다. 신홍범 원장은 “1시간에 수면무호흡증이 5번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하고, 5~14번은 경증, 15~29번은 중간, 30번 이상은 중증으로 구분합니다. 이 횟수와 함께 낮 동안의 졸음, 피로감, 고혈압,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등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같이 있으면 치료를 고려해야 합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김씨를 진찰한 의사 역시 중간 정도의 수면무호흡증이 있는데다, 낮에 졸리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며, 몸무게까지 증가한 것을 참작하면 치료가 필요하다고 권고했습니다.

수면무호흡증의 치료법으로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우선 옆으로 누워 자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잠을 자면서 스스로의 자세를 유지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 약점입니다. 옆으로 자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시 바로 누워서 자게 된다는 것이죠. 수면의학 교과서에는 “잠옷의 등판에 테니스공이나 골프공 등을 넣어 바로 누우면 등이 아파서 옆으로 눕게 하는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나와 있기도 합니다.

틀니와 비슷한 방법으로 착용하는 구강내 장치도 도움이 되는데요. 이 장치를 착용하면 아래턱을 원래 위치보다 앞으로 당겨줘 아래턱과 연결된 혀가 앞으로 나오면서 혀 뒤에 호흡하는 통로가 넓어지면서 코골이가 줄어들게 됩니다.

틀니처럼 생긴 구강내장치를 착용했을 때 목구멍의 공기 통로가 넓어지는 모습.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틀니처럼 생긴 구강내장치를 착용했을 때 목구멍의 공기 통로가 넓어지는 모습. <코골이 수면무호흡증, 양압기로 치료한다>에서 발췌.
양압기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들이마신 공기가 지나가는 길이 좁아지는 데에는 공기를 마시기 위해 폐에서 목구멍까지의 압력이 낮아지면서 혀 뒤의 편도 등 공기 통로 주변 조직들이 달라붙기 때문인데, 덜 달라붙으면 코골이가 생기고 완전히 붙으면 무호흡이 생기는 것입니다. 양압기를 쓰면 목구멍 부분에는 압력을 높여서 통로 주변 조직들이 달라붙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 양압기를 처방하기 위해 압력처방검사를 하고 있다. 양압기를 쓰면 목구멍의 공기 통로가 넓어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막을 수 있다. 코슬립수면의원 제공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사람에게 양압기를 처방하기 위해 압력처방검사를 하고 있다. 양압기를 쓰면 목구멍의 공기 통로가 넓어져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을 막을 수 있다. 코슬립수면의원 제공
의사의 설명을 들은 김씨는 우선 생활습관을 교정해 보기로 했습니다. 옆으로 자면서 몸무게를 줄이기 위해 식단을 조절했습니다. 술도 피했습니다.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는지 확인하기 위해 아내와 같이 잤습니다. 한달 동안 몸무게가 2㎏가량 줄었지만 김씨의 아내는 “여전히 무호흡증이 나타나지만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운동을 많이 하거나 술을 마신 날에는 여지없이 심한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나타나 아내가 잠에서 깨곤 했습니다. 생활습관 교정을 하던 중 텔레비전의 건강 프로그램에서 수면무호흡증 때문에 뇌졸중에 빠진 사례가 나왔고, 아내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권했습니다. 결국 지난 4월에 다시 병원을 찾아 양압기 처방을 받았습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마스크 같은 것을 쓰고 자니 잠도 오지 않고 답답했는데, 두달 정도 써 보니 조금 익숙해졌습니다. 코골이나 수면무호흡증도 나타나지 않는 것 같아 좋은데, 여전히 불편하기는 하죠”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꾸준히 운동하면서 술도 줄여 몸무게를 정상으로 만들면 수면무호흡증을 줄일 수 있을뿐더러 30대 건강도 찾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양압기를 떼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 그리고 해낼 겁니다.” 수면무호흡증을 이겨내면서 김씨가 청년 시절의 건강함을 되찾길 기대해 봅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