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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으로 맛으로, 갈비탕 이 정도는 돼야

오완선 2017. 3. 30. 14:43



입력 : 2017.03.29 08:00

[서민식당 발굴기] 갈비명가이상

‘푸짐한 갈비’에 대한 추억과 로망

지난 주말 오랜만에 대학교 친구와 식사를 했다. 대학시절, 친구들과 주로 돈암동 일대에서 함께 보낸 시간이 많았다. 옛 추억도 더듬을 겸 기왕이면 돈암동에서 만나기로 했다. 어떤 메뉴로 할까 고민하다가 그전부터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던 <갈비명가이상>이 떠올라 갈비탕을 먹기로 하고 약속 장소로 잡았다. 

갈비탕은 흔한 음식 같지만 사실 제대로 맛을 내기가 보통 어려운 음식이 아니다. 특히 갈비탕 국물은 무작정 갈빗살과 뼈를 끓인다고 제 맛이 나오는 게 아니다. 다른 탕반들은 어지간하게 끓여내면 맛이 그럭저럭 나온다. 또한 식당간 맛의 편차가 아주 큰 편도 아니다. 그러나 갈비탕은 입맛이 둔감한 사람도 금방 좋은 맛과 그렇지 않은 맛을 구별해낸다.

가장 맛없는 갈비탕 국물은 예전 결혼식피로연장에서 익히 맛봤던 ‘소가 장화 신고 지나간 갈비탕’이다. 끓이다 만 것 같고, 갈비를 넣다 만 것 같아 국물 맛이 맹탕이다. 특히 수입 갈비로 갈비탕을 잘못 끓이면 맛이 없다. 푸짐하되 맛이 떨어지거나 아예 맛도 없고 양도 적은 곳들이 많았다. 그래도 한 때는 갈비탕을 참 원 없이 먹었던 시절도 있었다.

1980~90년대 미국산 소고기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우리 국민들은 5000년 유사이래 가장 많은 소고기를 섭취했다. 덩달아 갈비탕에 들어간 갈비 인심도 후했다. 미국에서 갈비 부위는 그다지 인기가 없다. 저렴한 미국산 소고기 값 덕분에 갈비가 제대로 들어간 갈비탕을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갈비탕 그릇에 ‘국물 반 고기 반’이었다.

한동안 이런 스타일의 푸짐한 갈비는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사라지고 <하누소> <본수원갈비> 등 몇몇 곳에서만 명맥을 유지했다. 그런데 <갈비명가이상>에서 그런 스타일의 갈비를 발견하고 반가웠다.

부드러운 살, 진한 국물에 환상적인 김치까지

안으로 들어서니 중년에서 초로의 아주머니들이 서빙을 하고 있었다. 손님들에게 눈을 맞추고 아주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넨다. 연륜에서 묻어나는 원숙하고 친근한 서빙이 손님 입장에서도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당연히 갈비탕(1만2000원) 두 그릇을 주문했다.

잠시 후 김치, 깍두기, 양파 장아찌가 반찬으로 나왔다. 한 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웠다. 배춧잎으로 얌전하게 감싼 김치에서 정성이 느껴졌다. 갈비탕이 나오기 전에 김치부터 맛봤다. 최근에 식당에서 먹어봤던 김치 가운데 가장 맛이 좋았다. 깍두기 역시 제대로 담갔다. 김치와 깍두기가 고급 한정식집의 30가지 반찬보다 오히려 더 나았다. 담은 양도 요즘 보기 드물게 넉넉히 내왔다. 한식에서 김치가 맛있으면 대개 다른 음식들도 모두 맛이 좋다.

드디어 나무 받침 뚝배기에 김이 무럭무럭 나는 갈비탕이 나왔다. 갈비가 다섯 대나 들어있어 무척 푸짐했다. 나는 이런 푸짐함이 좋다. 얼마나 푸짐하게 주느냐 하는 것도 손님 입장에선 그 집 갈비탕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예전에 먹었던 갈비탕의 푸짐함이 떠올랐다.

국물은 갈비탕 국물 특유의 감칠맛을 잘 냈다. 대파도 넉넉히 썰어 넣어 짙은 파 향기가 식욕을 돋웠다. 함께 갔던 친구는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이다. 그런데 갈비탕에 마음을 빼앗긴 듯 했다. 특히 국물 맛이 입에 맞는다면서 어제 마신 술이 모두 해장되는 느낌이라며 좋아했다.

육향 짙은 갈빗살도 부드럽고 뼈에서 쉽게 분리가 됐다. 비록 미국산 갈비지만 한우 못지않은 맛이었다. 치아가 건강하지 못한 손님도 씹고 뜯는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다. 아마 그래서 그런지 우리가 갔을 때 노인 손님들이 많이 보였다. 대부분 오래된 단골들 같았다.

우리는 진짜 모처럼 갈비탕다운 갈비탕을 오랜만에 함께 먹었다. 조금 늦은 시간이어서 시장하기도 했지만 대화보다 서로 먹는 데 더 집중했다. 우린 결국 모든 뼈에서 완벽하게 살을 발라 먹었고 국물도 한 방울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생수병을 1인당 한 병씩 제공하는 것도 맘에 들었다. 식당에서 정체불명의 식수를 마실 때마다 좀 찜찜했다. 더구나 이물질이 뜨거나 이취가 나는 물을 마실 때 식욕이 급격히 감퇴했던 경험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수저 집에 ‘진심으로 만든 30년 정성을 다하는 사람들’이라는 글귀가 쓰여 있었다. 그 글귀가 허언이 아니었다. 과연 명불허전이었다. 서민이 갈비탕을 먹기가 사실 좀 부담스럽다. 그러나 이 정도 갈비탕이라면 몸보신하는 셈 치고 큰맘 먹고 한 번쯤 먹어볼 만하다. 연로하신 부모님께 대접하기에도 이만한 음식이 없을 듯하다.
지출 내력(2인 기준) 갈비탕 1만2000원 X 2 = 2만4000원
<갈비명가이상> 서울 성북구 정릉로 364    02-925-8700

글·사진 김현수 외식콘셉트 기획자·외식콘텐츠마케팅 연구소 (NAVER 블로그 '식당밥일기')
외식 관련 문화 사업과 콘텐츠 개발에 다년간 몸담고 있는 월간외식경영 발행인, ‘방방곡곡 서민식당 발굴기’는 저렴하고 인심 넉넉한 서민 음식점을 일상적인 ‘식당밥일기’ 형식으로 소개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