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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화려함 대신 가성비…연비 ‘끝판왕’ 스토닉

오완선 2017. 7. 30. 20:57



입력 : 2017.07.30 07:00

제로백 11.1초…고속도로 연비 리터당 20㎞ 나와
안전·편의사양 적지만 경쟁차보다 수백만원 저렴

현대·기아차는 정확히 한 달의 기간을 두고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잇따라 한대씩 출시했다. 현대차 (149,500원▲ 3,000 2.05%)가 지난달 13일 코나를 선보인데 이어 기아차 (37,250원▲ 250 0.68%)도 한 달 뒤인 7월 13일 스토닉을 출시한 것이다.

현대차가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소형 SUV답게 코나는 파격적인 디자인과 탁월한 성능, 다양한 안전·편의사양으로 중무장했다. 코나의 기획부터 제작의 전반적인 단계에 이르기까지 많은 관여를 한 것으로 알려진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가(家) 오너 최초로 신차 설명회 무대에 직접 올라 코나를 소개하기도 했다.

도로를 질주하는 기아차 소형 SUV 스토닉/기아차 제공
도로를 질주하는 기아차 소형 SUV 스토닉/기아차 제공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등장한 코나에 비해 스토닉은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관심 속에 조용히 모습을 드러냈다. 코나가 동급 최고의 성능과 디자인을 내세우며 소형 SUV 시장을 제패하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사이 스토닉은 줄곧 높은 연비와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소비자를 주로 공략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25일 서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에서 경기 남양주를 오가는 왕복 약 150km의 구간에서 스토닉을 타봤다. 해당 코스는 급경사나 굽이진 코스 대신 서울 외곽을 잇는 긴 직선주로를 중심으로 짜여져 있어 스토닉의 연비를 면밀히 파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시승차는 스토닉의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 모델로 기아차의 첨단 주행안전기술인 ‘드라이브 와이즈’와 스마트 내비게이션 등이 적용된 차량이었다.

◆ 무난한 외관과 실내 디자인…여유있는 승차공간도 강점

스토닉의 첫 인상은 전체적으로 소박하다는 느낌이었다. 전면부에는 기아차가 일관되게 적용하는 호랑이코 형상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붙었고 범퍼에서 측면부로 가는 라인에 볼륨을 살려 작지만 강한 SUV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스토닉의 측면부/기아차 제공
스토닉의 측면부/기아차 제공

후면부는 투톤으로 도색된 범퍼를 배치했고 LED 리어램프와 싱글팀 머플러를 적용했다. 코나가 파격적이고 화려한 디자인을 통해 도심 주행에서도 어울릴 법한 이미지를 완성했다면, 스토닉은 보다 전통적인 SUV의 이미지를 살리는데 주력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내 디자인도 화려한 느낌보다는 전체적으로 무난한 모습이다. 센터페시아는 섹션을 분할해 간결한 느낌을 살렸고 정중앙에 7인치 모니터를 배치했다.

스토닉의 후면부/기아차 제공
스토닉의 후면부/기아차 제공

실내에서 이용할 수 있는 편의사양은 코나에 비해 적다. 코나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애플 카플레이가 모두 적용되는데 비해 스토닉은 애플 카플레이만 이용할 수 있다. 코나에 적용된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스토닉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여러 편의사양을 넣는 대신 기본적인 기능에 주력해 가격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소형 SUV로 제작됐지만 승차공간은 그리 좁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토닉의 차체 크기는 전장 4140mm, 전폭 1760mm, 전고 1520mm(17인치 타이어 기준), 축거 2580mm로 설계됐다. 뒷 좌석에서도 무릎 공간은 충분히 확보됐고 천장과 머리 위 사이의 폭도 여유로웠다. 적재공간의 경우 기본 352리터로 넉넉한 편이지만, 뒷 좌석 시트를 완전히 접으면 최대 1155리터까지 짐을 실을 수 있다.

스토닉의 적재공간. 뒷 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1155리터까지 적재가 가능하다./진상훈 기자
스토닉의 적재공간. 뒷 좌석을 접을 경우 최대 1155리터까지 적재가 가능하다./진상훈 기자

◆ 정속주행 후 연비 리터당 20km…고속주행시 가속력도 수준급

주행을 시작한 후 느낀 스토닉의 가속력은 당초 생각했던 수준 이상이었다. 가속페달에 힘을 주자 미끄러지듯 손 쉽게 치고 나갔고 고속도로에 접어들어 한껏 속도를 올리는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가속페달의 응답성도 좋아 마음먹은대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잠시 갓길에 정차를 한 뒤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는데 10초 안팎의 시간이 걸렸다. 기아차가 공식적으로 밝힌 스토닉의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에 이르는 시간)은 11.1초로 코나 디젤 모델(10.1)과 쌍용차의 티볼리(12.1초)의 중간 수준에 속한다.

스토닉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진상훈 기자
스토닉의 보닛을 개방한 모습/진상훈 기자

스토닉은 기아차의 1.6 E-VGT 디젤엔진이 탑재됐다. 코나가 가솔린과 디젤 차량이 모두 출시된데 비해 스토닉은 디젤 단일모델만 나왔다. 최고출력은 110마력, 최대토크는 30.6kgf·m으로 코나 디젤 모델과 비교했을 때 최대토크는 같지만 최고출력은 136마력인 코나에 비해 떨어진다.

스토닉에는 7단 자동변속기가 적용됐다. 기아차는 스토닉의 자동변속기가 두 개의 클러치 기구가 번갈아가며 변속해 수동변속기 수준의 연비와 주행성능, 자동변속기와 동일한 운전 편의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고속 주행시 소음은 큰 편이었다. 풍절음은 어느 정도 억제된 느낌이었지만, 고속도로에서 시속 80km 이상으로 속도를 높이자 타이어와 노면 사이에서 나오는 소음이 있었다. 디젤차의 특성답게 다소 거친 엔진 구동음과 진동도 느껴졌다.

스토닉의 실내 공간/기아차 제공
스토닉의 실내 공간/기아차 제공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연비다. 2차 출발지점인 경기 남양주의 한 카페에서 종착지인 강서구 메이필드호텔로 들어온 뒤 계기판을 통해 확인한 연비는 무려 리터당 20㎞였다. 기아차가 공개한 제원상 17인치 타이어 기준 연비인 리터당 16.7㎞보다 훨씬 높았다. 굽이진 코스에서 급정거와 급가속을 반복하는 대신 고속도로 비중이 높은 코스에서 정속주행에 주력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최고 수준의 연료 효율성을 보여준 셈이다.

◆ 기본 1895만원에서 최고급 트림 2265만원…가성비의 ‘끝판왕’ 평가 받아 마땅

화려함보다는 실용성을 내세운 모델답게 스토닉은 여러 부분에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코나 등 경쟁 모델에 비해 안전·편의사양이 적은 편이고 디젤차 특유의 소음도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보다 세밀한 부분에서도 가성비를 추구한 모델이라는 점이 느껴진다. 예로 앞 좌석의 간격 조절도 현재 거의 모든 신차에서 적용되는 스위치 제어 방식이 아닌 좌석 밑 부분에 달린 바를 당기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플라스틱으로 제작된 실내 대시보드의 커버도 고급스러운 느낌보다는 다소 저렴하다는 인상이 든다.

스토닉의 뒷 좌석/진상훈 기자
스토닉의 뒷 좌석/진상훈 기자

그러나 가격을 감안하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스토닉은 가장 낮은 트림인 디럭스가 1895만원, 중간 트림인 트렌디가 2075만원, 최고급 트림인 프레스티지가 2265만원이다. 같은 디젤 모델을 기준으로 볼 때 전체 트림에서 ‘형제차’인 코나에 비해 약 200만원 싸고 풀옵션을 적용할 경우 약 400만원 저렴하다. 경젱 모델인 티볼리에 비해서도 약 150만원에서 200만원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코나가 소형 SUV 시장 전체를 석권하겠다며 최고급을 추구해 제작된 모델이라면 스토닉은 기아차가 가성비를 우선시하는 소비자를 집중 공략하겠다고 작정하고 만든 차다. ‘왜 스토닉은 코나와 티볼리 같은 세밀함이나 눈에 띄는 편의사양이 없냐’고 불평하는 것은 애초부터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보다 저렴한 가격에 높은 연비와 넓은 적재공간 등 실용적인 소형 SUV를 사고자 한다면 스토닉은 최적의 선택이 될 만하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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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7/30/2017073000087.html#csidxe5a53ddd10edcf7b8a3f66ddda9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