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생활속 물건이 인터넷과 연결.

오완선 2018. 5. 8. 12:06



자동화 기술의 바탕은 '사물인터넷', 인터넷 매개로 서로 신호 주고받죠
센서·AI와 결합한 '스마트 기기', 온도·먼지 조절로 전기료까지 절약

할리우드 영화 '어벤져스3: 인피니티 워'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23명이나 되는 수퍼 영웅들이 힘을 합쳐 지구를 지키기 위해 싸우는데요. '어벤져스' 시리즈를 지금의 위치로 올려놓은 첫 작품은 2008년 개봉한 '아이언맨'입니다.

이 영화 속 주인공 토니 스타크는 뭐든지 스스로 만드는 천재 공학자예요. 영화 속 스타크 집은 엄청나답니다. 천재가 직접 설계한 집답게 뭐든지 자동으로 움직여요. 말만 하면 모든 것이 자동으로 움직이고, 스위치도 안 눌렀는데 사람이 들어오면 전등이 켜지죠. 햇빛의 양에 따라 자동으로 창문 커튼을 여닫는 기능도 있어요.

10년 전 영화 속에나 가능할 것 같았던 이런 모습은 현재 우리 생활 속에 많이 들어왔어요.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은 물론 구글, 애플, 아마존 같은 미국 IT(정보기술) 기업도 자동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를 내놓고 있어요. 오늘은 물건이 스스로 작동하는 '스마트 가전'과 자동화 기술에 대해 알아볼게요.

◇스마트의 기본은 사물인터넷

뉴스를 접하다 보면 'IoT'라는 영어 단어를 본 적 있을 거예요. 'Internet of Things'의 줄임말인데, 우리말로는 '사물인터넷'이라고 해요. 말 그대로 수많은 물건(사물)을 인터넷에 연결했다는 뜻이에요. 모든 것이 자동으로 작동되는 '스마트 기기'의 바탕 기술이지요.

물건을 인터넷에 연결하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멀리서 물건을 작동시키는 거예요. 더운 여름날 집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에어컨을 켜서 집 안을 시원하게 한다든지, 깜빡 잊고 가스레인지 불을 켜놓고 외출했을 때 집 바깥에서 가스 불을 끈다든지 하는 거죠.

이렇게 멀리서 기기를 작동시키는 원리는 간단해요. 스마트폰에서 '에어컨을 켜라' 같은 일정한 신호를 보내면, 이 신호가 인터넷을 거쳐 에어컨으로 전달돼 스위치가 작동하는 거예요.

사물인터넷 그래픽
그래픽=안병현

인터넷에 물건을 연결해 두면 기계가 어떤 상황에 맞춰 알아서 작동할 수 있어요. 눈비가 많이 오는 날 아침 엄마·아빠가 평소보다 바쁘게 움직이시죠? 날씨가 나쁜 날엔 차가 평소보다 많이 막혀요. 집에서 빨리 나가야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지요. 그런데 전등이 인터넷에 연결돼 있다면 이런 날 평소보다 일찍 방을 밝혀 잠을 깨울 수 있어요. 인터넷에서 오늘의 날씨 정보를 미리 받아올 수 있기 때문이죠. 요즘 미세 먼지로 뿌연 하늘 때문에 기침이 잦은 친구도 많죠? 사물인터넷 기술을 활용하면 미세 먼지가 적은 시간에 맞춰 창문이 자동으로 열리는 방식으로 환기하는 것이 가능하답니다.

◇센서로 더 똑똑하게

물건이 정말 똑똑해지려면 인터넷에 연결하는 것만으로는 모자라요. 인터넷에는 다양한 정보가 있지만, '지금' 우리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한 실시간 정보는 전혀 없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센서(sensor·감지기)예요. 여러 가지 정보를 측정하고 감지한 뒤, 측정한 정보를 기계끼리 알아듣는 신호로 만들어 전달하지요. 센서는 스마트 기기가 아니더라도 흔히 써요. 센서는 사람 몸의 눈, 코, 귀 같은 감각기관 역할을 해요. 동작이나 조도(조명의 밝기)처럼 사람이 쉽게 알 수 있는 걸 측정하는 센서도 있지만 미세 먼지나 유해 가스, 습도 등 사람의 감각기관으로 쉽게 파악할 수 없는 것들을 측정하는 센서도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센서가 파악한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인공지능(AI) 장치에 전달됩니다. 인공지능은 센서에서 받은 정보와 기존에 받은 정보 등을 모아서 기계를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판단해요.

만약 방 온도가 섭씨 25도일 때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나요? 어떤 사람은 덥다고 느끼고 에어컨을 켜겠지만, 어떤 사람은 딱 알맞다고 느낄 수 있어요. 만약 평소 25도를 덥다고 생각해 에어컨을 켜온 집이라면, 기계 속 인공지능은 이 집의 온도가 25도가 될 때 냉방을 시작한답니다. 그렇지 않은 집에서는 에어컨을 켤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기계가 전혀 작동하지 않지요. 이처럼 사물인터넷과 센서, 인공지능은 서로 힘을 합쳐 점점 더 똑똑하게 물건을 진화시켜요.

환경미화원이 사물인터넷(IoT) 쓰레기통 앞에서 쓰레기양을 확인하는 모습.
환경미화원이 사물인터넷(IoT) 쓰레기통 앞에서 쓰레기양을 확인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근 우리나라에선 프로야구 선수들이 검은색 나일론 재질 조끼 등쪽에 가로 5.2㎝, 세로 9.6㎝, 폭 1㎝짜리 사물인터넷 기기를 달고 훈련을 했어요. 이 기계에는 가속도 센서, 회전 센서, 방향 센서 등이 있는데, 선수들의 미세한 움직임을 초당 1000개 이상 데이터로 실시간 코치진에게 전달했다고 해요. 과거에는 어떤 선수의 몸 컨디션을 감독이나 코치의 감(感)에 의지해 판단했다면 이제는 사물인터넷을 통해 특정 선수의 점프 높이와 회전 속도 등을 객관적인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거예요. 개별 선수들에게 맞춰 훈련 강도를 조절하거나 실전에 나설 선수들을 선별하는 등 도움을 줄 수 있지요.

◇공장에서 더 빛나는 자동화 기술

이 같은 자동화 기술은 거대한 공장도 똑똑하게 만들어요. 전라남도 광양제철소 인근에 있는 포스하이메탈 공장에는 온도·압력·전력·분진(먼지) 등을 감지하는 센서가 1만5000여 개나 있어요. 센서는 공장 곳곳에서 먼지가 얼마나 있는지를 파악해 먼지가 많은 곳에서 기계가 빠르게 먼지를 빨아들여요. 또 전기를 너무 많이 쓴다 싶으면 이를 관리자에게 알려주고 자동으로 전기 사용을 줄인답니다. 예전에는 사람이 공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일일이 확인했어야 하는 일인데, 이젠 센서와 인공지능 컴퓨터가 대신하는 거죠. 이 회사는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한 후 1년에 15억원 정도 전기료를 아꼈다고 해요. 자동화가 돈을 벌어다 준 셈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