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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기차역장님 추천! 믿고 가는 기차역 주변 맛집

오완선 2018. 5. 12. 11:58



  • 입력 : 2018.05.11 14:12:32
  • 오랜만에 너무나 귀한 책 한권을 발견했습니다. KTX 매거진 편집부가 출간한 『역장 추천 맛집 100』 크, 이렇게나 명쾌한 제목이라니.

    우선 KTX 매거진이 무엇이냐부터 설명을 해야겠어요. (KTX 한번이라도 타보셨으면 아실 테지만...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TMI 들어갑니다) KTX 매거진은 코레일에서 발행하는 KTX 차내지입니다. KTX 좌석에 앉으면 앞쪽 그물망 주머니에 꽂혀있는데요. 여행정보와 맛집 정보들이 알차게 들어 있어 KTX에 타면 꼭 한 번씩 들춰보게 됩니다. 마침 목적지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을 때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어요. 곧바로 폰카로 찰칵찰칵 찍어 여정에 참고하기도 한답니다.
    KTX 매거진은 매달 11만부 이상 찍어내는 독자층이 아주 두터운 잡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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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KTX 매거진에 대한 설명은 이 정도로 된 거 같고... 그럼 본격적으로 책 소개에 들어가 볼까요? 일단 광고 아니고요. 정말 좋은 정보다 싶어 나누고자 작성하는 포스팅입니다. 이 책은 제목에 모든 것이 담겨있습니다. KTX 매거진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 역장님이 추천하는 맛집을 소개했어요. 연재할 당시 반응이 무척 뜨거웠다고 합니다. 그 지역에서 일하는 역장님이 자신의 단골식당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진정성도 듬뿍 담겼죠. 그 연재기사를 책 한권으로 묶어낸 것이 바로 『역장 추천 맛집 100』입니다.

    "연재가 진행된 3년간 모든 역장님들은 공정을 기하고자 역무원과 회의를 통해 평균 5~7개 식당을 추려냈어요. 이후 KTX 매거진 편집부에서 3곳을 최종 선정해 칼럼으로 게재했습니다. 이 책에 소위 ‘광고성 기사’는 단 한 집도 없어요.

    그렇기에 자신 있습니다."

    책 출간을 진두지휘한 KTX 매거진 이영란 편집장의 자신있는 한마디!

    책은 우선 목차로 시작합니다. 모두 33개 역이 등장하고 역마다 맛집 3개씩이 소개돼있으니 전부 합치면 100개에서 하나 모자라는 99곳이네요. 마지막 100번째 역장 추천 맛집은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놓았답니다. 이 책을 받아들고 얼마나 마음이 설렜던지... 나름 여행기자라고 전국 각지를 다니며 다양한 음식을 맛봤는데요, 과연 저와 동네 역장님들의 입맛은 얼마나 일치했을까요? 본 에디터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역장 추천 맛집 딱 10곳만 소개 올립니다. 나머지 89곳은 직접 책에서 확인 하세요 :-) 아, 참고로 본 에디터는 삼시세끼 고기만 먹고 싶은 육식파랍니다. 직화가 딱 내 취향~

    ◆ 사북역 - 찬이네 가마솥 감자탕 갈비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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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 하면 감자 아니더래요? 어색한 사투리... 죄송합니다. 정선이 고향인 사북역의 이상엽 역장님은 강원도에서만 20년 넘게 근무하셨어요. 토박이 강원도 사람인 이상엽 역장님이 추천한 사북역 맛집은 바로 찬이네 가마솥 감자탕 갈비찜. 네, 이름만 봐도 이집이 어떤 음식을 내겠거니 전부 알 수 있습니다. 독특한 것은 곤드레와 시래기 같은 강원도 특산물이 들어간다는 점! 영월 산 시래기를 푹 삶아 넉넉하게 넣고요. 향긋한 곤드레도 팍팍! 다섯 시간 이상 물에 담가 핏물을 뺀다는 돼지갈비 살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 광양역 - 시내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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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나왔군요! 광양불고기 맛집 시내식당. 광양은 불고기가 유명합니다. 이게 우리가 흔히 먹는 서울식 불고기와는 완전 딴판입니다. 광양불고기는 고기를 얇게 저미고 양념을 묻힌 뒤 바로 석쇠에 올려 숯불에 구워냅니다. 지역에 따라 바싹불고기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울산 언양에서도 비슷한 방법으로 불고기를 해먹습니다. 광양역의 황해수 역장은 광양불고기가 맛있는 이유로 ‘숯’을 들었습니다. 광양 백운산은 예부터 참나무 숯 산지로 명성이 자자했다는 설명입니다. 1950년대에 문을 연 시내식당은 2대째 이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숯 향이 그윽하게 밴 담백한 고기와 곁들여 먹는 시원한 김칫국이 또 별미라네요.

    ◆ 포항역 - 성삼이네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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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 저의 애정템이 등장했습니다. 바로 물회 사실 여행기자 하기 전까지는 물회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저와 물회와의 첫 만남은 바다 건너 제주도에서였지요. 딱 이맘때였어요. 자리돔이 제철을 맞은 따스한 5월이었지요. 왜 귀한 회를 물에 말아 먹냐고 절대 그러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다가...주변 성화에 못 이겨 정말 억울한 마음으로 물회를 접했습니다. 메뉴 선택권을 빼앗긴 저는 나라 잃은 표정으로 상에 놓인 물회를 쏘아봤어요. 그래도 굶을 수는 없기에 한술을 딱 떠서 먹는데! 오잉! 띠용! 우왕 굳- 이거슨 신세계. 새콤 달콤 시원 아삭! 금방 뚝딱 한그릇을 비웠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바닷가 근처를 갈라치면 물회를 무조건 먹어야 직성이 풀리고, 서울에서도 발품 팔아가며 물회 맛집을 찾아다녔죠. (아직까지 서울에서 제대로 된 물회 맛집을 찾지 못했다는 게 안타깝습니다...) 어쨌든, 물회는 웬만한 바닷가, 특히 남동해와 제주도에서는 전부 먹을 수 있습니다. 지역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요. 간단히 소개해드리면 강원도식은 매콤한 국물을 가득 부어 먹고요, 제주에서는 된장을 넣어 개운한 맛을 냅니다. 포항에서 물은 선택사항입니다. 물회를 시키면 커다란 그릇에 채소와 회, 양념만 담겨 나옵니다. 기호에 따라 여기에 물을 넣어 먹는 것이지요. 이게 전통의 방식이고 요즘은 식당마다 육수를 개발해 손님상에 내놓습니다. 주저리주저리 설명이 길었네요. 타자를 치고 있는 이 순간 제 입엔 어느새 침으로 가득... 포항역 강석철 역장님이 추천한 성삼이네회센터에서는 원하는 생선을 택해 물회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 논산역 - 달봉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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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문으로 들은 ‘맛집 선별법’이 있습니다. “단품 메뉴만 하는 집은 보통 이상은 한다” 네, 일정부분 인정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논산 달봉가든이 제 마음에 콕 박혔습니다. 달봉가든은 강경젓갈 맛집입니다. 젓갈백반 딱 한가지 메뉴만 팔아요. 명란젓, 오징어젓 같은 흔한 젓갈부터 갈치속젓 등 서울사람에겐 조금 생소한 젓갈까지 전부 합쳐 모두 14개의 젓갈이 상에 오릅니다. 아 사진만 봐도 마음에 벌써 여유가 생깁니다. 이 젓갈들 한번씩 다 맛보려면 공기밥 하나로는 절대 부족할 듯 하네요.

    ◆ 보성역 - 대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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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꼬막하면 벌교! 벌교하면 꼬막! (태백산맥, 보성여관도 있어요~) 벌교는 바로 보성군에 속해있는 마을이죠. 사실 저는 보성에서 꼬막을 먹어본 일은 없습니다. 취재를 갈라해도 때가 잘 맞지 않았어요. 몇 번이고 시도를 했지만 작황이 좋지 않아 다음에 와야할 것 같다는 답변뿐이었죠. 옛날 전라도 부잣집은 매 끼니마다 벌교꼬막을 산처럼 쌓아놓고 먹었다 하는데... 지금은 그 생산량이 많이 줄어 전라도 다른 지역에서 잡은 꼬막을 수급하기도 한답니다. 대원정도 마찬가지에요. 이 식당에서는 벌교를 비롯해 여수 장흥에서 잡은 국내산 꼬막만을 사용합니다. 이집은 꼬막을 재료로 만든 다양한 요리를 내는 것이 특징이에요. 꼬막정식을 시키면 꼬막 탕수육, 꼬막무침, 꼬막 장조림 등 다양한 요리가 상다리 휘어지도록 차려집니다. 잘게 썬 채소와 김이 담긴 양푼에 꼬막무침을 넣고 막 비비면 둘이 먹다 하나가 사라져도 모른다는 꼬막비빔밥이 완성! 으. 또 침 고입니다.

    ◆ 광주송정역 - 쌍교숯불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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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앗흥! 떡갈비! 또다시 등장한 고기님이십니다. 사실 이집은 담양의 오래된 맛집 ‘쌍교숯불갈비’의 분점인데요. 단골손님들의 성화에 못 이겨 광주에도 분점을 내게되었다는 후문이... 간장 소스에 서른 시간 넘게 재운 돼지떡갈비는 소스를 적시면서 한참 숯불에 구워냅니다. 그렇게 숯향이 가득 밴 떡갈비는 냄새부터가 예술... 어찌 이 향긋한 고기냄새를 맡고도 그냥 지나칠 수가 있단 말입니까! 요즘 역 근처에 있는 1913송정역시장도 그렇게 핫하다고 하니 꼭 한번 들러야겠습니다.

    ◆ 창원중앙역 - 판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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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중앙역에서는 판문점이라는 맛집이 소개됐습니다. 판문점의 대표메뉴는 앞서 한 번 언급한 불고기. 석쇠에 굽는 불고기입니다. 판문점이라는 이름에 무슨 사연이라도 담겨있는 걸까요. 궁금증을 자아내는 판문점 식당의 시작은 1960년대 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계획도시 창원이 막 개발될 때 전국에서 인부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그들에게 맛이 좋으면서도 값싼 고기를 내던 것이 판문점의 시작이었죠. 판문점에서는 석쇠불고기와 국밥이 마치 세트처럼 팔립니다. 석쇠불고기는 소 목살을 국밥에는 소 사태로 만들어요. 달콤하면서도 짭짤한 석쇠불고기를 넉넉하게 시켜 안주로 먹고 마무리는 뜨끈하고 시원한 국밥으로! 아 딱 내스타일이야.

    ◆ 진주역 - 풍국장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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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는 의외로 먹거리가 강한 동네입니다. 진주냉면, 진주비빔밥 그리고 장어! 이 정도가 진주를 대표하는 맛 3대장 되시겠습니다. 그리고 이 셋 중에 가장 강렬한 것은 바로 장어인데요. 어릴 적 가족들과 함께 진주에 놀러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참 멀었어요. 이른 새벽 서울에서 출발한 탓에 가는 내내 잠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런 저를 깨웠던 것이 바로 이 장어굽는 냄새. 고소한 냄새에 눈을 떠보니 풍족한 강 줄기가 흐르고 고즈넉한 정자가 떡 하니 눈에 보였습니다. 네, 바로 진주시내를 관통해 흐르는 남강변의 풍경이었죠.

    그리고 강변을 따라 줄줄이 늘어선 장어집! 냄새의 출처는 바로 그곳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쉽게도 더 이상 강 풍경을 바라보며 장어를 맛볼 수가 없답니다.

    지난해 7월 원도심 정비사업을 펼치면서 강변에 있던 식당을 전부 이주시켰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 추억이 사라져 버렸네요. 아쉬워라...

    상념은 접어두고 ‘풍국장어’ 소개 올리겠습니다. 진주역의 백승태 역장이 추천한 풍국장어는 관광객보다는 현지인 사이에서 유명한 맛집입니다. 식당의 역사는 20년이 넘었고요. 간장, 고추장, 된장 등 다양한 소스를 발라 장어를 굽습니다. 단연 인기는 간장소스. 열다섯 가지가 넘는 채소와 한약재를 넣어 이틀 동안 약을 짓듯 고아냅니다. 초벌구이 한 장어에 정성껏 만든 소스를 발라 다시 굽고 손님상에 낼 때는 불에 달군 무쇠 그릇에 담아냅니다. 냄새에 한번, 맛에 두 번 반해버리는 진주장어! 올 여름 보양식은 너로 정했다!

    ◆ 부산역 - 본전돼지국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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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부산에 갈 때 항상 마지막 코스는 돼지국밥으로 합니다. 배가 불러도 항상 기차 타기 전에 국밥 한 그릇을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요상한 집착이 생겨버렸어요... 안 먹고 기차를 타면 뭔가를 빼놓은 듯한 찝찝한 기분이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계속되고 며칠 동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돼지국밥 생각에 괴롭기까지 합니다. 오바스럽죠?

    부산역 근처엔 돼지국밥집이 많습니다. 이곳에 돼지국밥집이 밀집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을 거예요. 제 추측으로는 간편하면서도 든든한 이유로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았을까 싶네요. 돼지국밥은 그 서빙 속도가 거의 인스턴트 음식 수준입니다. 미리 끓여놓은 국물에 순대와 부속 고기를 넣어 손님에게 냅니다. (토렴을 하는 집은 그것보다 좀 더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만.) 열량 자체가 높아 오래도록 포만감이 유지되는 것도 큰 장점이죠. 부산역에서 50m 떨어진 본전돼지국밥은 50년 가까이 된 식당입니다. 가격이 착하면서도 양이 푸짐해 내일로를 이용하면 청춘들 사이에서 먼저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부산역 근처 돼지국밥 하면 1순위에 오를 만큼 인기 맛집이 됐답니다.

    ◆ 안동역 - 일직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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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이 곳은! 개인적으로 할 말이 많은 곳입니다. 때는 2011년, 갓 신입 기자였던 저는 친동생과 ‘청춘에게만 허락된 특권’ 내일로 취재를 함께 갔더랬습니다. 서울역에서 기차를 타고 순천으로 가서 부산-경주-안동-정동진 뭐 대충 이런 일정으로 일주일을 다녔는데요. 그중에서도 안동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안동에 도착한 날 비가 엄청나게 내렸어요. 저희 일행을 비롯한 수많은 내일러들의 발이 역사에 묶여버렸죠. 더러는 편의점에서 우비를 사서 비 맞을 각오를 하고 여정을 떠나기도 했습니다. 동생과 저는 발만 동동구르고 어찌할 바를 몰라 했죠.

    에잇. 하는 수 없다. 하회마을은 내일로 미루고 오늘은 안동 맛집 탐방에 나서자!

    그렇게 마음을 먹고... 역무원들에게 맛집 추천을 받았습니다. 그때 리스트에 일직식당이 있었어요. 일직식당은 구이정식이 단돈 1만원(지금 가격이고 아마 2011년에는 더 쌌던 것으로 기억해요. 그래서 내일러들에게 인기가 참 많았답니다). 간고등어와 찜닭 사이에서 한 10분을 고민했어요. 하지만, 앞서 말했듯 저는 육식파... 찜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시장통 찜닭집에서 안동소주를 시켜놓고 동생과 주거니 받거니 찜닭을 안주삼아 참 오래도록 열심히 먹었습니다. 그러고 급체를 해서 밤새 끙끙 앓아누웠지만 말이에요. 여튼 그때 저에게 버림받았던 안동 간고등어! 다음에 꼭 먹으러 오겠어. 다짐만하고 시간이 벌써 이렇게 흘렀습니다.
    미련하게도 또 다시 다짐을 해봅니다. 일직식당! 내 조만간 꼭 가리오!

    ◆ 번외

    아... 그리고 안타깝게도 아주 근소한 차이로 저의 1차 간택을 받지 못한 식당들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20곳이 후보군에 올랐는데, 99개 중 20곳을 전부 소개하는 건 책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다시 10곳만 추렸습니다. 아쉬운 대로 간단한 리스트만 적어봤습니다.

    용산역 - 오근내닭갈비

    양평역 - 어무이맛 양평해장국

    목포역 - 금모래(홍어와 간장게장)

    경주역 - 요석궁(한정식)

    밀양역 - 설봉돼지국밥

    구례구역 - 남촌회관(참게탕)

    나주역 - 대승장어

    서대전역 - 권인순 갈비김치찌개

    정읍역 - 갈비박스(물갈비)

    여수엑스포역 - 상아식당(통장어탕)

    홍지연 여행+ 에디터

    사진=KTX 매거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