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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 클레오… 이걸 구분하는 당신은 '굴' 마니아

오완선 2018. 12. 18. 12:31



입력 2018.12.18 03:01

올겨울 사로잡은 석화 열풍
레스토랑·호텔 뷔페서 앞다퉈 '오이스터 바' 내놓아

"이쪽은 통영의 스텔라 마리스란 굴이에요. 크림처럼 보드랍고 씹으면 혀에 감기는 식감이 일품이죠. 요건 강진에서 온 클레오, 요건 전남 고흥에서 가져온 블루 포인트라는 굴이고요, 이건 거제도의 빅 록이라는 굴입니다. 맛이 점점 강하고 진해지니까 안내해드린 순서대로 드셔 보세요."

서울 청담동 오이스터 바 '펄쉘'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석화.
서울 청담동 오이스터 바 '펄쉘'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석화. 맨 왼쪽에 놓인 두 개의 석화가 전남 고흥에서 온 블루 포인트, 가운데 굴 세 개는 강진의 클레오, 맨 오른쪽이 경남 통영에서 온 스텔라 마리스다. 초장보다 레드와인비니거를 곁들이면 더 맛있다. /이태경 기자

지난 14일 서울 청담동 오이스터 바 '펄쉘'에서 '오이스터 플래터'를 주문했더니 직원이 이렇게 설명했다. 굴맛이 달라 봤자 굴맛 아닐까? 요즘 이런 말 하면 '뭘 모르는 소리'라는 핀잔을 듣기 쉽다. 외국의 고급 오이스터 바나 시푸드 바에서나 냈던 다양한 맛과 향을 지닌 큼직한 상품(上品) 굴을 맛보는 게 어렵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공기가 매섭게 차가워진 12월은 굴이 제철. 전문 레스토랑이나 바, 호텔 뷔페 식당들도 앞다퉈 굴을 내놓고 있다.

◇예쁘고 맛있어서… 석화(石花) 열풍

서울 서초구에 사는 변호사 김지연(39)씨는 최근 집들이를 하면서 '석화 플래터'를 상에 올렸다. "백화점 갔더니 12개에 만원쯤 하더라고요. 알도 굵고 신선해 보여서 차려놓기도 좋았고요. 손님들 반응도 뜨거웠어요."

한때 국내에서 생산하는 양식 굴 중에서 알이 굵고 상품성이 높은 것의 20~30%가량은 보통 수출했다. 국내엔 값비싼 굴을 취급하는 식당이 많지 않아서다. 우리나라에서 양식하는 굴인데도 상당수 품종이 '스텔라 마리스' 같은 외국 이름을 갖게 된 것도 이 때문. 그러나 2~3년 사이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뉴욕의 오이스터 바 등을 다녀본 유학파 셰프나 사업가들이 국내에 전문 오이스터 바를 차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 한남동의 '버블앤코클스', 한남동과 청담동의 '펄쉘' 등이 대표적. 이곳에서 내놓는 석화 가격은 접시 크기에 따라 3만~6만원 정도다. '펄쉘'의 서익훈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다들 굴을 초장에 찍어 먹는 게 전부라고만 여겼다. 이렇게도 굴을 즐길 수 있다는 걸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강과 가까운 바다에서 나는 굴과 깊은 심해에서 자라는 굴의 맛은 다르기 마련. 국내에서 나는 굴의 맛이 지역 따라 다채로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 서래마을 이탈리안 레스토랑‘르지우’에서 내놓는 석화 요리.
서울 서래마을 이탈리안 레스토랑‘르지우’에서 내놓는 석화 요리. 바위에 붙어 3~4년씩 자란 통영의 스텔라 마리스나 태안의 오솔레 굴 등을 주로 애용한다. 레몬즙만 곁들이거나 방울토마토나 딜 같은 허브를 얹어 먹는다. /이태경 기자

최근엔 몇몇 유명 연예인이 어른 손바닥만 한 굴을 차려놓은 접시를 앞에 두고 샴페인 잔을 부딪치는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인기가 더 뜨거워지는 추세다. 서울드래곤시티서울,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같은 호텔들도 연말 뷔페나 디너에 오이스터 바나 오이스터 플래터를 끼워넣는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서울 서래마을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르지우'의 정호균 셰프도 연말 메뉴로 굴 요리를 시작했다. 이곳에서 내놓는 굴 요리는 크기와 종류 따라 2만~8만원 정도 한다. 정 셰프는 "큼직한 굴일수록 날것으로 즐기는 게 제일 맛있다"면서 "레몬즙을 살짝 뿌리거나 타바스코 소스나 올리브 오일, 캐비아나 석류를 곁들여 먹는다"고 했다.

◇홈파티 메뉴로도 제격

앱으로 식재료를 주문하면 하루 만에 현관까지 배송되는 시대. 굴도 예외는 아니다. '헬로네이처' '마켓컬리' '감동의 바다' 같은 앱에서 주문하면 보통 10㎏에 2만~3만원가량 받고 배달해준다. 한 박스에 적게는 20개, 많게는 30개씩 들어 있어 양도 푸짐한 편. '감동의 바다' 임정현 실장은 "주문하자마자 산지 직송으로 보내주니 인기가 뜨겁다"고 했다. 크기와 빛깔이 다른 접시 두 개를 깔고 그 위에 얹으면 예쁘다. 접시에 굵은 소금을 가득 뿌리고 하나씩 올려놓아도 근사하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12/18/201812180010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