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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인의 보약' 홍삼? 열 많은 사람·소아에겐 毒 될 수도

오완선 2018. 9. 21. 11:38


입력 : 2018.09.21 06:44

직장인 안모(30·서울 은평구)씨는 명절마다 부모님께 홍삼 제품을 선물해 드렸지만, 이번 추석엔 용돈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안씨의 어머니가 체력이 떨어지고 몸 이곳저곳이 아파서 지난 달 한의원 진료를 받았는데, "홍삼이 안 맞는 체질이라서 먹으면 오히려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안씨는 "홍삼은 체질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좋다고 알고 있었는데, 어머니에게 맞지 않는다고 하니 그동안 사드린 게 후회 된다"고 말했다. 안씨처럼 '홍삼은 누구에게나 좋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홍삼은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약재 중 하나다.

체질에 따라, 앓고 있는 지병에 따라 홍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소아는 양기가 많기 때문에 양기를 보충해주는 약재인 홍삼은 안 맞다.
체질에 따라, 앓고 있는 지병에 따라 홍삼을 먹으면 안 되는 사람이 있다. 특히 소아는 양기가 많기 때문에 양기를 보충해주는 약재인 홍삼은 안 맞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홍삼은 萬人의 약?

홍삼과 관련된 흔한 오해 중 하나가 '홍삼은 인삼과 다르게 체질을 타지 않는다'이다. 이는 틀린 말이다.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박재우 교수는 "홍삼은 사포닌 성분이 많지만 구성 성분은 인삼과 크게 다르지 않고, 인삼을 열이 많은 사람에게는 쓰면 안 되듯 홍삼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본초학 교과서에는 음허증(음기가 부족해 몸에 이상이 생기는 것)이 있는 사람에게는 인삼을 쓰지 말라고 명시돼 있다. 이런 사람이 홍삼을 먹으면 두통, 어지러움, 불면, 가슴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국제 학술지인 자마(JAMA)에도 인삼의 부작용으로 비정상적인 열감, 답답함, 어지러움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보고된 적이 있다. 박재우 교수는 "자신에게 음기가 부족한지는 한방 진료를 받아야 정확히 알 수 있지만, 평소에 식은땀이 잘 나거나 손발에 열감이 느껴지거나 입안이 건조한 증상이 잘 나타나면 음허증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약과 상호작용하기도

홍삼 먹으면 안 좋은 경우 정리 표

지병이 있는 사람도 홍삼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 아스피린·와파린 같은 혈전용해제를 복용 중인 사람은 홍삼을 먹으면 약의 분해·배출이 지연돼 출혈 위험이 높아진다. 수술을 앞둔 사람도 지혈이 안 될 수 있으므로 홍삼을 먹으면 안 된다. 헬스조선 약사자문위원 엄준철 약사(편한약국)는 "당뇨병약이나 항정신병약도 홍삼과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약을 복용 중인 당뇨병 환자가 갑자기 저혈당이 오거나, 조증 환자가 약을 먹어도 증상이 조절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면역억제제나 피임약의 효능을 떨어뜨린다는 내용이 미국 유명 의약학 전문 사이트에 기재돼 있기도 하다.

◇소아에게는 오히려 毒

소아용 홍삼 제품이 많이 나와 있지만, 한의학에서는 6세 미만 소아에게 홍삼을 잘 쓰지 않는다. 소아는 성인과 달리 양기가 많고 음기가 적다. 양기를 보충해주는 홍삼을 먹으면 여러 문제가 생기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게 피부발진과 가려움증이다. 소아용 홍삼 제품에 당(糖)이 많은 것도 문제다. 박재우 교수는 "아이가 거부감을 느끼지 않게 하려고 홍삼 함량은 적으면서 과당이나 시럽으로 단맛을 낸 제품이 많다"며 "이런 제품을 섭취하는 건 탄산음료를 마시는 것보다 나은 수준이지, 과일음료를 마시는 것과는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6년근 고집할 필요 없어

6년근 인삼을 주원료로 쓰는 홍삼 제품들은 대부분 가격이 비싸다. 사포닌 함량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6년근 인삼이 4년근 인삼보다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경희대병원 한방여성의학센터 황덕상 교수는 "6년 동안 자랐다고 해서 반드시 사포닌이 많은 게 아니며, 4년근 이상만 되면 약재로 쓰기에 충분하다"며 "인삼을 재배하는 토양, 인삼이 자라는 동안의 날씨 등 환경에 따라서도 사포닌 함량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도 상반된 결과를 보이는 것들이 많다. 6년근 인삼이 4년근 인삼보다 사포닌 함량이 40% 많다는 연구가 있는 반면, 한국식품과학회에 실린 논문에서는 4년근 인삼의 사포닌 함량이 5년근, 6년근 인삼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 http://health.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9/20/201809200438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