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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 혁신 성공사례, 마드리드 산 미구엘 시장

오완선 2019. 3. 1. 10:32



입력 2019.03.01 05:00

리더는 늘 새로운 영감에 굶주린다. 만약 육체적 허기뿐 아니라 정신적 갈증까지 느껴진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로 출장이나 여행을 간다면 새로운 명물로 등장한 한 시장을 관찰하길 권한다. 그곳의 이름은 ‘메르카도 데 산 미구엘’(Mercado de San Miguel), 즉 산 미구엘 시장이다.

산 미구엘 시장은 프라도 박물관, 레알 마드리드와 더불어 마드리드의 3대 명물로 손꼽힌다./사진=손관승

이곳은 의식주(衣食住)를 주축으로 한 라이프스타일이 더욱 더 중요해지는 현대사회에서 혁신적 성공사례로 손꼽힌다. 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기는 해도 재래식 시장과는 큰 차이가 있다.

기존의 재래시장이 ‘장보러 간다’는 표현처럼 식재료를 산 뒤 집에 가서 요리해 먹는 곳이라면, 이곳은 대부분 현장에서 소비하는 쪽이다. 이 시장이 외치는 슬로건도 색다르다.

산 미구엘 시장은 라이프스타일의 혁신 사례로 많은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사진=손관승

"산 미구엘 시장은 일반 시장보다 훨씬 더 많은 그 이상의 것이다."(The Mercado de San Miguel is much more than just a market.)

원래의 재래시장 지붕 철골 구조를 살려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사진=손관승

이 시장에는 약 20여 개의 개별 부스가 있는데 스페인이 자랑하는 돼지고기 넓적다리 햄인 하몽, 빵 조각 위에 다양한 음식을 올린 타파스 혹은 꼬치에 끼운 핀쵸, 그리고 치즈와 올리브가 이 시장의 핵심 콘텐츠다. 심지어 파인애플이나 메론 같은 과일까지 꼬치에 끼워 핀쵸 방식으로 판매한다. 싱싱한 해물 요리들도 군침을 돌게 한다.

가격은 개당 1.50 유로에서 5유로 정도까지 다양해서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고, 또 다양한 먹거리를 구경하면서 여러 가지 음식을 맛보고 싶어하는 여행자들 취향에는 최고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스페인의 와인과 맥주가 당연히 빠질 수 없다. 시장 안은 거대한 파티장 분위기로 후끈 달아오른다.

스페인의 명물인 이베리아 산 돼지고기로 만든 하몽을 파는 매장./사진=손관승

원래 이곳에는 1916년부터 천정에 지붕이 씌워진 재래시장이 운영되고 있었다. 하지만 세계화와 현대화의 물결에 밀려 살아남기 어려워 문을 닫게 되자 마드리드 시 당국은 투자 아이디어를 공모에 붙였고, 그 결과 개인 투자자들의 아이디어가 선정되어 2003년 소유권이 넘어가게 된다.

새로운 경영자들은 마드리드 시와 협의 끝에 지붕, 기둥, 철재골조는 그대로 남기는 대신 시장의 외관이나 디자인, 컨셉, 그리고 운영방식을 모두 바꾸기로 결정하였다. 그 결과 현재 모습처럼 사면을 외벽 통유리로 마감해 안쪽이 투명하게 보이도록 설계를 모두 바꿨다.

사면을 통유리로 하여 밤에도 실내가 환하게 보여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사진=손관승

새로운 얼굴로 다시 문을 열자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지금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09년이었다. 현재는 매일 만 명 이상이 이 시장에 몰리고 있으며 연간 방문자 수가 400만명 가량이나 된다고 한다.

[미니정보] 산 미구엘 시장 상세정보

방문자수를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면 마드리드 현지인 대 여행자의 비율이 6:4 정도다. 이 정도면 환상적인 비율이다. 시민들과 관광객 양쪽에서 모두의 환영을 받는 매우 드문 곳이다. 재래식 시장을 현대화해서 가장 성공한 세계적 사례로 손꼽힌다.

시장 한 가운데 곳곳에 긴 탁자가 있어서 개별 파티 분위기가 물씬난다./사진=손관승

마드리드 산 미구엘 시장의 성공비결은 무엇일까? 우선 시장의 새로운 컨셉이다. 산 미구엘 시장은 재래시장 자리에 있기는 하여도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지 않았다. 재래식 식재료를 파는 곳이 아니라 그 재료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소비하는 구어메트(Gourmet) 방식을 택했다. 맛집 경연장과 스트리트 푸드의 소비방식을 혼합한 컨셉이다. 관광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곳이다.

타파스와 핀쵸, 그리고 와인이나 샴페인을 곁들이는 사람들./사진=손관승

음식의 핵심 콘텐츠는 스페인이 가장 강점을 지닌 것으로 국한했다. 스페인 사람들의 일상의 한 부분인 타파스와 핀쵸, 하몽이 핵심이다. 여기에 치즈와 싱싱한 생선과 파에야 요리, 그리고 과일과 와인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스스로 가장 잘하는 것에 선택과 집중을 하였다.

개별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아서 주머니 사정에 맞춰서,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다. 타파스와 핀쵸는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매우 간단한 간식거리인데 개당 1~3 유로 정도이며, 이것으로 대략 식사를 대신할 수 있다.

음식은 1유로에서 5유로까지 주머니 사정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타파스는 보통 한 개에 1~3유로 정도다./사진=손관승

현대인들은 음식의 맛뿐 아니라 디자인과 분위기도 소비하려 한다. 사진을 찍어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에 올려 자랑하려는 심리도 강하다. 그런 점에서 마드리드 산 미구엘 시장은 확실히 경쟁력이 있다.

투명하고 커다란 통유리가 사면을 둘러싸고 있어 멀리서 보아도 쉽게 눈에 뜨일뿐 아니라 당장 들어가고 싶게 만든다. 시장 중간 한 가운데에 긴 탁자를 중간중간 배치해 두었다. 요즘 성공하는 카페나 음식점의 특징이다. 마치 파티를 여는 듯, 혹은 개별 바를 방문하는 듯 분위기가 묘하게 섞여 있다.

개별 부스마다 다른 디자인과 조명을 관찰하는 것도 묘미다./사진=손관승

개별 부스의 디자인과 조명도 한몫 한다. 젊은 소비자들이 경쟁적으로 사진을 올리기 때문에 저절로 홍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장소의 접근성까지 뛰어나다. 이 시장은 관광객들이 선호하는 마드리드의 구시가지 중심인 마요르(Mayor) 광장 바로 옆에 있다. 관광객이나 현지인들 모두 찾기 쉽다.

산 미구엘 시장은 올해로 개관 200주년을 맞는 프라도 미술관과 세계적인 축구 구단 레알 마드리드와 더불어 마드리드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방문하고 싶어하는 새로운 3대 명물로 등장했다.

만약 마드리드에 출장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그곳으로 달려가야 한다. 여기서 그곳이란 말한다. 디자인의 탁월성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멀리서 보아도 들어가고 싶게 만들고 있으니까.

과일까지 꼬치에 끼워 핀쵸의 컨셉으로 선보인다./사진=손관승

무엇이든 성공하려면 일단 매력적이지 않으면 안 된다. 산미구엘 시장은 외관의 매력, 콘텐츠의 매력, 컨셉의 매력, 지리적인 매력, 그리고 가격의 매력까지 모두 갖췄다. 삶이 무료한가?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지겨운가? 만약 마드리드에 출장 간다면 산 미구엘 시장을 가보길 권한다. 진정한 매력이란 무엇인가 새삼 생각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