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있는 세계사] 13~20세기 아시아·유럽·아프리카 3대륙 지배했어요

▲ 1823년 프랑스 화가 들라크루아가 그린‘키오스섬의 학살’입니다. 그리스 독립 전쟁 당시 그리스의 자유를 요구하는 키오스섬 주민 수만 명이 오스만 제국 군대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그렸어요. 이 사건에 충격을 받은 많은 유럽인이 그리스의 독립을 지지했어요. /위키피디아

지난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박해를 '집단 학살(genocide)'이라고 표현하고 아르메니아인들을 공식으로 애도했어요. 바이든 대통령의 말은 터키를 겨냥한 것이었어요. 아르메니아를 박해한 나라가 바로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 제국이었거든요. 그러자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은 "집단 학살을 언급하기 전에 먼저 거울을 들여다보라"며 "베트남 전쟁과 일본 원자폭탄 투하 등 미국 역사에 많은 집단 학살이 있었다"고 맞섰습니다. 지난 15일에는 터키와 그리스가 충돌했습니다. 그리스의 덴디아스 외무장관은 터키가 그리스 수역을 침범해 천연자원을 탐사했던 사건과 터키 내 그리스정교회 신자 차별 문제를 언급하며 불만을 나타냈어요. 이에 대해 터키의 차우쇼을루 외무장관은 "공개적으로 터키를 비난한다면 똑같이 대응해주겠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였지요. 터키는 오스만 제국 시절부터 그리스와 앙숙이었어요. 이렇듯 최근 국제사회에서 일어난 외교 갈등 배경에는 오스만 제국이 있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어떤 나라였을까요?

처음엔 종교와 민족 자치를 인정했어요

오스만 제국은 오스만 1세가 1299년 소아시아 반도 북부에 세운 국가에서 출발했어요. 오스만 제국은 전성기 때 그리스, 불가리아, 마케도니아, 이집트, 아라비아 반도 일부 등을 점령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세 대륙에 걸친 대제국을 형성했어요. 그러다 보니 제국 구성원들은 종교가 기독교를 포함해 다양했어요.

오스만 제국은 이슬람교 국가로서 정체성을 중시했지만, 초기에는 기본적으로 다른 종교에 관용적인 통치를 했어요. 납세 의무만 잘 지키면 자치를 허용했는데요, 이런 종교·정치 공동체를 '밀레트'라고 했어요. '밀레트는' 아랍어로 '민족(Milla)'에서 유래했어요. 그리스 정교, 유대교 등의 밀레트는 자신들의 종교 지도자를 따르며 언어, 종교법, 풍습 등을 유지할 수 있었어요.

쇠퇴하면서 다른 민족을 박해했어요

하지만 오스만 제국은 경제적으로 쇠퇴하면서 이슬람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믿는 민족에게 과도한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각지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오스만 제국은 이들을 더욱 박해했습니다. 특히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 민족을 두 차례 학살했는데요. 첫 번째 학살은 1877년 러시아와 오스만 제국이 대립할 때 아르메니아인들이 독립을 위해 러시아를 지지하면서 벌어졌어요. 1894년 극단적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를 믿는 아르메니아인 간에 유혈 사태가 일어났습니다. 오스만 제국은 이 사태를 진압하면서 아르메니아인 수십만 명을 학살했어요.

두 번째 학살은 제1차 세계 대전 중에 일어났습니다. 영국·프랑스·러시아에 대항하기 위해 오스만 제국은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 측에 가담합니다. 이때 일부 아르메니아인은 러시아군으로 들어갔는데요. 1915년 오스만 제국은 러시아와 내통할 수 있다는 우려에 아르메니아인을 남쪽으로 강제 이주시켰어요. 이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 다수가 굶어 죽거나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어요. 100만명 이상이 희생당한 것으로 추정된답니다.

그리스와 '앙숙'이에요

오스만 제국은 1453년 동유럽의 비잔티움 제국을 무너뜨린 후부터 약 400년간 그리스 지역을 지배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1814년 독립운동을 위한 비밀 단체를 조직하고 1821년부터 오스만 제국을 상대로 독립전쟁을 일으켰어요. 오스만 제국은 그리스의 독립을 막기 위해 이집트를 끌어들여 그리스 지역을 약탈하고 그리스인들을 학살했어요. 1822년 오스만 제국 군대는 소아시아 반도 서쪽 끝에 있는 키오스섬에 살고 있던 그리스인 수만 명을 죽였어요. 유럽인들은 큰 충격을 받았어요. 그리스가 일으킨 독립전쟁에 유럽 국가들이 속속 뛰어들었어요.

먼저 그리스가 있는 발칸 반도에 진출하기를 원하던 러시아가 그리스를 도와 참전했어요. 러시아의 남하를 견제하기 위해 영국과 프랑스도 그리스를 돕기로 했지요. 당시 프랑스·영국·스페인 등에서는 '그리스 위원회'를 만들어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영국·프랑스·러시아 연합군이 오스만 제국과 이집트 군대를 연이어 격파하면서 그리스는 독립했습니다.

그리스는 1830년 독립하고 나서도 오스만 제국과 여러 번 충돌했어요. 1912년에는 그리스를 비롯한 발칸 반도의 국가들이 제1차 발칸 전쟁을 일으켰어요. 발칸 반도에서 오스만 제국을 몰아내고 그리스는 크레타섬을 얻었지요. 제1차 세계 대전 때 오스만 제국은 패전국이 되었지만 연합국 측으로 참전한 그리스는 승전국이 되었는데요. 이때 그리스는 에게해의 섬들을 얻었죠.

제1차 세계 대전 패배 후 식민지를 잃은 오스만 제국은 쇠퇴했고 결국 1922년 붕괴했습니다. 이후 터키 공화국이 수립돼 오스만 제국을 이어받았답니다.

[오스만 제국은 얼마나 컸을까?]

오스만 제국의 영토는 17세기에 절정이었습니다.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에 있는 카스피해 인근부터 대서양 연안의 지브롤터 해협까지 영토를 뻗었고, 아라비아 반도와 북아프리카 대부분을 지배했어요. 20여 민족을 통치했던 거대한 제국이었습니다. 또 동·서양의 무역로와 지중해를 장악해 풍부한 경제력을 자랑했어요.

오스만 제국보다 영토가 더 큰 나라도 있었습니다.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거느렸던 대영 제국입니다. 대영 제국은 20세기 초 가장 넓었을 때 영토가 세계 면적의 20%에 달했다고 합니다.

 

                                                                        2021.04.28. 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