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장 220개가 들어가는 면적의 전남 해남 솔라시도 태양광단지.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로드맵대로면 2050년까지 솔라시도만한 태양광단지를 4800개 지어야 한다.
정부가 작성 중인 ’2050 탄소 중립' 로드맵 초안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태양광·풍력 설비를 2018년 기준 50배(2020년에 비해선 30배)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24기인 원전은 9기만 남겨 원자력 발전 비율을 현재의 29%에서 7%로 떨어뜨린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모자라는 전력은 러시아·중국에서 수입해 들여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2018년 7억2700만t이던 온실가스 배출량을 99% 감축해 750만t까지 줄인다고 돼있다.
현 정부 출범 후 4년 동안 태양광 광풍이 불었다. 멀쩡한 숲을 베어낸 후 태양광 패널을 채워 넣는 바람에 곳곳에서 산사태가 빚어졌다. 저수지에도 볼썽사나운 태양광이 들어섰고 농지에까지 태양광을 집어넣고 있다. 국토가 망가진다는 아우성이 빗발치는데 앞으로 30년간 국토의 7.5%에 지금까지보다 수십 배 설비를 더 세우겠다는 것이다. 경사도와 주변 생태 등 조건 가리지 않고 땅이란 땅엔 다 태양광을 깔아 넣겠다는 것이다.
탄소 중립은 장기적으로 지향해야 하는 전 지구적인 과제다. 효율적인 수단들을 총동원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최대한 국가 이익을 보호해야 한다. 우리는 미국이나 호주처럼 광대한 사막이 있어 태양이 365일 내리쬐거나 강풍이 상시적으로 부는 나라가 아니다. 미국에서 작년 한 해 늘린 태양광 설비가 19GW였는데, 국토 면적이 미국의 100분의 1밖에 안되는 우리가 매년 16GW씩 태양광을 설치하겠다는 것이 현실적인 구상인가. 실질 임기가 반년밖에 남지 않은 정부가 책상 위에서 대통령 아첨용 숫자 놀음으로 30년 에너지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애초에 문재인 대통령이 작년 10월 구체 검토 없이 무모하게 ’2050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나선 것이 문제다. 정부의 기존 계획은 온실가스 배출량 75% 감축이 ‘가장 도전적인 안’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75%가 아니라 100%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무엇을 안다고 이러는 것인가. 정부는 대통령 선언이 나온 다음에야 태스크포스를 꾸렸다. 이럴 수도 있나. 그러더니 ‘태양광·풍력 설비 50배 증설’ 구상이 나온 것이다. 러시아·중국에서 전력을 들여오겠다는 것도 황당하다. 우호적이지 않은 나라들에 우리 에너지 명줄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송전선로는 또 어떻게 북한을 통과시킨다는 것인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가장 효율적인 기술인 원자력을 배제하면서 탄소 중립을 이룬다는 것은 또 무슨 모순적인 계획인가. 몽상이랄 수밖에 없다. 이런 로드맵을 검토하게 될 탄소중립위원회가 지난달 말 발족했는데 민간 위원 77명 가운데 원자력계 인사는 한 명도 없다. 우리가 세계적인 선도 기술을 갖고 있는 원자력은 포기하고 외국에서 설비와 중간 재료를 다 수입해 써야 하는 태양광·풍력만 갖고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정부 인사들도 이것이 비현실적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대통령 눈치 보느라 말을 못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이 ‘기후 악당’이라는 말을 듣는 것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 실현 가능성이 없는 안을 만들고 있다. 이 약속 역시 지키지 못할 게 뻔하고 나중엔 ‘기후 사기꾼’ 말을 듣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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