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역 장군의 산티아고 순례길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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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마을의 아침
몇 가구 되지 않는 작은 시골 마을에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여기 저기 집들이 흩어져 있는 우리와는 달리 순례길의 마을은 일정 지역에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외딴 집이라곤 찾아보기가 힘든 것이 순례길 마을의 특징입니다.
주거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넓은 초원과 언덕 이곳저곳에 햇빛이 들 때면 평온하고 아늑한 느낌이 넘쳐납니다.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풍경입니다.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듯, 오래 오래 머물고 싶어집니다. 갈리시아 지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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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곡물 저장고
비가 많은 갈리시아 지방에는 ‘오레오Horreo’라는 독특한 양식의 곡물 저장고가 자주 보입니다. 돌이나 나무로 벽을 만들고, 벽면에 좁고 긴 통풍구를 내었습니다. 비는 피하고 바람은 잘 통하게 되지요. 저장고 아랫부분은 수직 기둥 위에 둥근 공 모양의 일부를 자른 형태로, 쥐나 들짐승이 다리를 통해 위로 올라갈 수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마을과 들판 여기저기에 서있는 오레오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특이한 볼거리입니다. 예로부터 전해 오는 순례마을의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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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에서 보는 신기한 그림자
넓은 평원에 아침 해가 떠오릅니다. 지평선 저 멀리에서 모습을 나타낸 해는 올라가면서 긴 그림자를 만들어냅니다. 자신의 키 높이보다 훨씬 더 긴 그림자를 보는 것은 이제껏 겪어보지 못한 신기한 경험입니다.
그런데 몇 번인가 신비스러운 현상을 체험했습니다. 마치 그림에서 본 가톨릭 성인의 머리 둘레에 빛나는 성배처럼, 밝은 빛이 그림자를 둘러싼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자칫 순례를 통해 조금씩 달라지는 자신을 축복해 주는 듯한 착각에 빠질 수도 있겠습니다. 다행히 오래 계속되지 않고 금방 사라져 버립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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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함께 잘 지내는 순례길
교회 지붕과 종루 위에 새들이 둥지를 틉니다. 여러 마리가 각자 집을 지어 가정을 이룹니다. 끊임없이 나뭇가지를 물어 와서 보수하는 모습이 성실한 가장 못지않습니다.
여호와가 만물을 창조하신 뒤 사람을 만들어 모든 것의 우두머리가 되게 하셨습니다. 사람은 다른 피조물을 통해 생명에 필요한 양식과 환경을 얻으므로 이들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교회가 미물들과 공존하는 광경은 이러한 정신의 일환이겠지요. 사람들은 물론 동물들과도 잘 지내는 순례길의 모습입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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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려지는 언덕길
카스트로헤리스에서 얼마 가지 않아 910m의 유명한 모스텔라레스 언덕이 나타납니다. 눈앞을 완전히 가로막는 거대한 언덕은 마치 험난한 인생길의 한 부분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늘마저 잔뜩 찌푸려 위압감을 더합니다.
힘겹게 언덕을 오르면 쉼터가 있어 잠시 쉴 수 있습니다. 얼마 안 가서 넓디넓은 평원과 끝없이 이어진 길이 눈 아래 펼쳐집니다. 저에게는 순례길 전체에서 가장 압권인 풍광입니다. 미리 알면 긴 오르막길이 오히려 기다려집니다. 모른다 해도 대개 힘든 시간 뒤엔 그만한 보상이 뒤따릅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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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를 위한 도로와 표지
순례길에서 흔히 보게 되는 도로 표지입니다. 일반적인 도시 간의 거리표지 외에도 ‘산티아고로 가는 길Camino de Santiago’이란 표지와 ‘순례 루트Ruta Peregrinacion’라는 표지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왕복 차도 옆에는 별도로 순례자들이 안전하게 걸어갈 수 있는 길이 나있습니다. 자동차의 왕래가 많은 곳에는 차도와 순례자길 사이에 약 1m 높이로 나지막한 벽을 만들어 순례자를 보호하는 곳도 있습니다. 순례자를 위한 친절과 배려를 몸으로 확인하는 현장입니다. 카스티야 이 레온 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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