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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물상] 전기차 누른 하이브리드車.

오완선 2024. 2. 17. 09:13

일본 도요타가 지난해 4조5000억엔(40조원)의 순익을 기록, 일본 최초로 순익 4조엔 돌파 기업이 됐다. 시가총액(490조원)도 삼성전자를 제치고 대만 TSMC에 이어 아시아 2위 기업으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도 지난해 최대 이익(26조원)을 냈다. 두 기업의 호실적엔 공통점이 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가 폭증한 것이다. 도요타는 340만대, 현대차는 84만대를 팔아 최대 이익의 주동력이 됐다.

▶하이브리드 차는 전기모터와 가솔린엔진을 함께 쓰는 차를 말한다. 하이브리드의 약진은 2030년까지 도요타를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기업이 되겠다던 전기차 선두 주자 일론 머스크를 머쓱하게 만들고 있다. 거침없던 전기차의 기세는 충전 불편, 비싼 가격, 화재와 추위에 취약한 배터리 문제 등으로 제동이 걸렸다. 작년 강추위에 전기차 방전 대란을 목격한 미국 소비자들은 전기차보다 하이브리드 차를 더 많이 사고 있다.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독일의 천재 엔지니어 포르셰가 1899년에 만들었다. 네 바퀴에 전기모터를 각각 장착하고, 가솔린엔진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이었다. 당시로선 엄청난 56마력 출력으로 60㎞대 속력을 냈다. 포르셰는 고출력 하이브리드 엔진이 전차에도 적합할 것이라고 보고, 2차 대전 때 독일 주력 전차였던 티거(tiger)의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석유 산업 성장과 기계공학의 진보는 내연기관의 발전과 더불어 하이브리드 기술을 역사의 뒷전으로 내몰았다. 100년간 동면하던 하이브리드를 다시 깨운 기업이 도요타였다. 1997년 세계 최초의 하이브리드 양산 모델, 도요타 프리우스가 등장했다. 전기모터 2대를 달아 주행과 충전을 동시에 수행하며 변속기 없이 속도까지 전기모터로 제어하는 방식이었다. 1ℓ당 20㎞를 웃도는 고연비 덕에 하이브리드 표준이 됐다. 그런데 현대차가 2011년 내연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전기모터를 1대만 집어넣어 같은 성능을 내는 독자 모델을 개발했다. 기술적 난제 탓에 도요타도 포기했던 방식이라 세계 자동차 업계가 놀랐다.

▶전기차 수요 위축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가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것은 내연차, 전기차, 수소차, 하이브리드까지 모든 종류의 엔진을 독자 생산하는 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내연차 종주국 독일은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뒤처져 외부 충전식 배터리와 내연 엔진을 함께 넣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 등으로 힘겹게 쫓아오고 있다. 도요타 회장이 “사람들이 (꿈에서 깨어나) 이제야 현실을 보고 있다”고 큰소리칠 만하다.

 

 

                                                                                  20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