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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어낚시의 모든 것

오완선 2012. 8. 17. 09:29

여름철 해남 앞바다 상마도 주변에선 민어낚시에 나선 소형 낚싯배를 흔하게 만날 수 있다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여름 제철인 고급 어종 민어낚시 체험기

“민어를 대낚시로 잡는다고라?” 전남 신안군 임자도 면사무소 수산 관계자에게, 소형 민어 낚싯배를 탈 수 있냐고 묻자 나온 반문이다. 임자도는 조선시대부터 유명한 민어잡이 본고장이자, 요즘도 해마다 여름철 민어축제를 벌이는 민어의 섬이다. 그러나 민어 일반 대낚시는 “금시초문”이란다. 임자도에선 그물(유자망, 자망)과 연승(주낙)으로 민어를 잡을 뿐 일반 꾼들을 위한 낚싯배는 없었다.

“진작 전화를 혔어야제. 아, 물때를 봐야 헌게 그라제.” 목포. 서남해안 바다낚시 전초기지다웠다. 낚시 경력 45년에 민어는 8년째 잡아왔다는 김길홍(70·등대호 선장)씨는 “민어야말로 여름철 최고의 손맛을 보여주는 대형 어종”이라고 했다.

이 무더위에 웬 낚시타령인가. 그리고 왜 민어인가. 이유 다섯가지. 첫째, 민어는 여름이 제철인 바닷고기다. 둘째, 오래전부터 선인들이 인정해온 아주 맛있는 물고기다. 셋째, 엄청 비싸고 귀하신 몸이다. 넷째, 국내 연안에서 낚시로 잡을 수 있는 가장 큰 몸집의 바닷고기다. 다섯째, 꾼들이 이 대물에 눈길을 돌린 지가 3~4년에 불과한, 새로 뜨고 있는 낚시 종목이다. 이 정도 되면 무더위 속에서 낚시타령 좀 할 만하지 않은가?

물때가 좋지는 않다는 의견을 무릅쓰고, 지난주 2회에 걸쳐 민어 낚시 체험에 나섰다. 한번은 목포에서, 한번은 진도에서 소형 낚싯배를 탔다. 낚시 해역은 두번 모두 해남과 진도 사이 상마도 주변. 5~6월 제주도 남쪽 깊은 바다에서 올라온 민어들이 산란을 위해 남서해안을 회유하다 가을에 다시 내려가는데, 상·중·하마도 일대가 그 길목이라고 한다.

굵직한 붕장어(아나고)를 연거푸 끌어올린 김길홍씨

“무게 10㎏ 이상,
길이 1m 이상 치는 되아야
지대로 잡았다고 하제라”

첫번째 당일 민어낚시 도전
지난 8일 아침 6시, 1.98t 소형 낚싯배 등대호를 타고 목포 북항 낚시어선 선착장을 출발했다. 다음날 아침까지 24시간 ‘비박 낚시’를 할 참이다. 시속 30여노트 속력으로 50분을 달려 엔진을 끈 곳은 해남 상마도 앞바다. 많을 때 50~60척의 민어 낚싯배가 깔린다는 곳이다.

“간만의 차가 작은, 조금이 가까워지는 때니 물때가 좋지는 않소.” 김길홍 선장은 하지만 “유자망 어선이면 몰라도, 민어 낚시는 물때 영향이 크지 않다”고 말해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큰놈은 6~7월에 마이 나오요. 8, 9월 되아불면 씨알이 짤아.”

조류가 흘러가는 쪽을 향해 6대의 크고 작은 낚싯대를 편 김씨가 4m짜리 낚싯대 하나를 한쪽에 펴주며 말했다. “큰놈 잡을 생각은 버리시오잉.” 김씨가 말하는 6~7월의 민어 대물은 어느 정도 크기일까. “무게 10㎏ 이상, 길이 1m 이상 치는 되아야 민어를 지대로 잡았다고 하제라.” 그럼 씨알이 작아져간다는 요즘은? “8월 말까진 커봐야 6~7㎏, 9월 넘어가면 끽해야 4~5㎏짜리고 나머지는 통치(2㎏ 이하의 새끼민어) 수준이제라.” 헉! “끽해야 4~5㎏”이라니. 비쌀 땐 ㎏당 6만원을 넘는다는 민어 아닌가. 그 정도면 대박이다 싶어, 미끼인 홍거시(갯지렁이)를 끼워 던지고 낚싯대 끝을 노려봤다.

김씨의 긴 낚싯대 끝이 크게 휘어졌다. 그는 잠시 낚싯대를 잡고 있더니, 크게 채올려 줄을 빠르게 감기 시작했다. “통치네.” 길이 30㎝나 되는 ‘큼직한(?)’ 새끼민어였다. 그는 “고기도 아니오” 하며 뱃전에 아무렇게나 집어던졌다. 오전 세차례 자리를 옮기며 10m 안팎의 수심에서 새끼민어·반어(부세)·딱돔 등 10여마리를 잡았다. 모두 김씨가 “고기로 치지 않는” 잔챙이들.

오후 뙤약볕 아래서 맛있게 라면을 끓여 먹고 자리를 옮기자, 붕장어(아나고)들이 쉴새없이 입질을 해댔다. 낚싯대에 묵직한 힘이 느껴질 때마다 “커봐야 6~7㎏짜리” 민어를 은근히 기대했지만, 딸려 올라온 놈은 길이 60㎝ 안팎의 굵직한 붕장어들이었다. 바람이 점점 강해지며 너울파도가 일었다. 김씨가 결단을 내린 듯 말했다. “오늘은 밤낚시 안 되것소.” 붕장어 10여마리를 잡은 뒤 아쉬움 속에 5시쯤 철수. 민어라곤 김씨가 잡은 통치 2마리뿐, ‘민어다운 민어’ 낚시 체험은 뒤로 미뤄야 했다.

비박 밤샘낚시 끝에 각각 4㎏ 안팎 무게의 민어를 잡아낸 낚시꾼 방극식(왼쪽)·문만수씨

14시간 비박 낚시 끝
4kg짜리 끌어올려
9월까지 가능

두번째 비박 밤샘 민어낚시 체험
지난 11일 오후 5시. 다시 민어 낚싯배를 탔다. 경기도 광명시 신신낚시에서 내려온, 민어 전문 낚시꾼들의 배를 얻어 탈 수 있었다. 이번엔 진도 용호리 포구. 상마도 해역까지 20분 거리다. 4명이 배에 꽉 차, 직접 낚시는 못하고 꾼들의 조황을 지켜봐야 했다.

해가 진도 쪽으로 기울고 노을이 깔릴 무렵, 입질이 시작됐다. 대부분 새끼민어들과 백조기·반어들이다. 낚시 경력 30년의 해진호 선장 임경배(71)씨가 배를 해남 연안 쪽으로 옮기며 말했다. “들물 때가 좋제. 지금은 썰물 때요. 12시 넘어 물이 들 때 입질이 좋을 것이요.”

일행은 도합 11대의 낚싯대를 펴고, 초코바와 캔커피를 간식으로 먹으며 밤을 새웠다. 자잘한 반어·통치·가오리들이 심심찮게 올라오는 가운데, 민어다운 민어가 모습을 드러낸 건 새벽 1시 무렵. 어둠 속에서 “크다. 뜰채!” 외침이 들려왔다. 낚시 경력 30년에 민어 첫 출조인 방극식(57·안양시 안양2동)씨가 3호 릴대로 밀고 당기기를 거듭한 끝에 끌어올린 놈은 무게 4㎏이 넘는 암컷 민어. 길이 60㎝ 정도로 대물은 아니었지만 이 녀석이 내는 ‘뿍, 뿌욱’ 울음소리는 낚싯대를 휘두르는 일행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3시쯤엔 민어낚시 3년째인 문만수(52·서울 금천구 독산동)씨가 2호 릴대로 4㎏ 가까운 수컷 민어를 끌어냈다. “끽해야 4~5㎏인” 이 두 마리 민어가 “완전히 공칠 뻔했던” 일행의 14시간 비박낚시를, “다음에 다시 오고 싶게 하는 조과”로 위안 삼게 만들어 주었다.

수십년 만의 무더위도 수그러드는 가운데, 민어 낚시철은 초가을까지 계속된다. 초보자든 전문가든 바다낚시 나서기 딱 좋은 때다. 늦여름 휴가 계획하고 있는 분들, 선선한 바닷바람 쐬며 늘씬하고도 육중한 대물 바닷고기 손맛 한번 기대해 보시는 건 어떨지.

두번째 입질때 재빨리 당겨

민어낚시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까

민어낚시엔 4m 안팎의 낚싯대를 주로 쓴다.

민어는 회유성 바닷고기다. 겨울에 제주도 남쪽 깊은 바다에 머물다 봄이면 산란을 위해 북상해, 우리나라 남서해안을 회유한다. 산란기는 8월 전후(금어기는 없다)다. 낚시철은 넓게 보면 6월부터 10월까지, 좁게는 7~9월이다. 6~7월에 마릿수는 적지만 대물이 자주 나오고, 가을로 가까워질수록 마릿수는 늘지만 큰 고기는 줄어든다.

낚싯배 어디서 타나?
전남 목포·진도·해남·영광과 전북 부안 일대의 소형 낚싯배들이 꾼들을 태우고 민어낚시에 나서고 있다. 당일낚시와 비박(밤샘)낚시, 출항 지역과 낚시 포인트까지의 거리에 따라 배낚시 가격이 달라진다. 민어낚시가 본격화된 지 3~4년밖에 안 돼, 새로운 낚시 포인트 개척이 계속되고 있다. 문의 목포 등대호(011-631-7978), 목포 해성골드호(010-9445-4296). 경기도 광명의 신신낚시(02-2617-2800)는 9월 초까지 3~4회 서남해안으로 민어낚시 출조 예정.

민어낚시 채비
민어의 무게를 고려해 릴대는 4m대를 쓰는 게 좋다. 낚싯줄은 보통 8호, 목줄은 10호짜리를 쓴다. 바늘은 22호 이상, 대물을 잡을 때는 32호까지 사용한다. 봉돌은 물살 세기에 따라 25~30호를 선택한다.

민어 미끼로는 낙지(왼쪽 사진)와 홍거시(갯지렁이) 등이 쓰인다. 오른쪽은 민어낚시용 22호 낚싯바늘.

잡식성 민어, 미끼도 다양
민어는 수심 10~25m의 바다 밑바닥에서 새우나 게, 어린 물고기 등을 먹고 산다. 잡식성이어서 미끼도 홍거시(붉은 갯지렁이)·새우(대하·중하)·낙지·바다송어·멸치 등 다양하게 사용한다. 홍거시를 쓸 때는 미끼가 낚싯바늘은 물론 목줄 일부까지 감쌀 정도로 깊게 끼워 넣는 게 좋다.

좋은 물때는 언제?
큰 차이는 없다지만 대체로 간만의 차가 작은 조금 때가 지나 물살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두세물부터 다섯물까지를 적기로 본다.

민어낚시 요령
물살 흘러가는 방향으로 던지고 줄을 조금 당겨둔다. 배가 물살에 흔들리며 봉돌을 조금씩 움직이게 하므로 일부러 고기 유인을 위한 놀림질을 하지 않아도 된다. 입질이 올 땐 낚싯대를 잡고 줄을 팽팽하게 만든 뒤 재차 입질이 오면 잡아챈다.

글·사진 이병학 기자 목포·진도=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