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미래형 하우스 ‘모듈러 주택’이 뜬다

오완선 2013. 4. 29. 11:46

짧은 공사기간·재활용 가능…이동이 가능한 것도 장점

모듈러 공법으로 지은 포스코A&C 천안 모듈러 공장 사무동

앞으로 10년 혹은 20년쯤 후에는 현재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주택시장의 판도가 크게 달라질지 모른다. 미래형 주택으로 일컬어지는 ‘모듈러(Modular) 주택’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 공장에서 대부분의 공정이 이루어져 ‘공업화 주택’으로 불리기도 하는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기본 골조와 벽체, 전기배선, 문틀 등 주택 건설의 전체 공정 중 80~90% 가량을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과 일부 마감공사만으로 완성되는 주택을 말한다. 마치 레고 블록을 조립하듯 간편하게 집 한 채를 완성할 수가 있으며, 풀옵션인 경우 주택 내부에 들어가는 가구와 가전제품까지 공장에서 갖춰진 채로 배송되기도 한다. 공사기간이 기존의 콘크리트 공법에 비해 절대적으로 단축되기 때문에 간단한 모듈러 주택의 경우 ‘단 하루’ 만에도 완성될 수가 있다.

공사기간이 짧다는 장점 외에도 쉽게 이동이 가능하다는 것 또한 매력적 요인이다. 건축 부지 등 기타 여건만 허락한다면 살던 집을 그대로 떼어내 다른 곳으로 옮겨 사용할 수 있어서다. 건물의 90% 가량 재활용이 가능해 건축 폐기물을 상당수 줄일 수 있다는 친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모듈러 주택은 주택시장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주택건설 기준을 완화하는 등 지원사격에 나서고 있다. 짧은 시간에 대단지 건설이 가능하고 소형 주택에 알맞은 모듈러 주택이 임대주택으로 활용되기에도 적합한 것이 그 이유다. 주택시장 불황과 서민들의 주거난을 해소시킬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도 있다는 평가다. 과연 모듈러 주택이 앞으로 새로운 주택 문화로 각광받게 될까. 모듈러 주택의 모든 것을 들여다보았다.

모듈러 주택 건축 방법

‘유닛’을 공장서 제작해 공사기간 짧아  이사할 때 가져가 부동산 아닌 ‘동산’

‘모듈러 주택’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국내 모듈러 주택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포스코A&C의 최우석 홍보팀장은 “최근 들어 샘플하우스를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포스코A&C는 이미 포스코 직원숙소와 업무시설 등에 모듈러 주택을 활용하고 있으며 해외로도 수출 중이다.

모듈러 주택은 1~2인용 가구가 증가하며 소형주택이 인기를 끌고 있는 주택 시장 상황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모듈러 주택은 기본 규격이 되는 ‘유닛’(Unit)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어서 소형주택에 가장 적합하다. 하지만 유닛 여러 개를 작은 평형에서 큰 평형까지, 수평 혹은 수직 확대가 가능하기 때문에 저층에서 고층 건물까지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0~90%의 공정이 공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사기간 또한 획기적으로 단축된다. 콘크리트 건축에 비해 평균 50% 이상 공사기간을 줄일 수 있다. 일본 모듈러주택 업체인 세키스이하임의 국내 시공과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이에스하임의 유원창 과장은 “모듈러 주택은 공장에서 주택의 대부분을 생산하기 때문에 건설업이 아닌 제조업으로 설명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동과 리폼이 용이하다는 점 때문에 부동산(不動産)이 아닌 동산(動産)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유 과장은 “코엑스 박람회장에 시공했던 모듈러 주택의 경우 고양 꽃박람회장으로 옮겨갔다가 지금은 세곡동의 건축주 소유지에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장에서 80~90%의 제작이 이루어지는 모듈러 주택은 현장에서 조립만으로 완공돼 공사기간이 절반 이상 줄어든다. 사진은 조립 중인 모듈러 주택 모습.

디자인 설계부터 완공까지 ‘뚝딱’

모듈러 주택 시공의 첫 번째는 디자인 설계 과정. 유닛을 도로를 통해 옮겨가야 하기 때문에 기본 유닛의 크기는 정해져 있으나 여러 개를 조합해 다양한 평형으로 만들 수가 있다. 유닛 한 개의 크기는 보통 폭 3m, 길이 6~10m, 높이 3.3m 이하로 규격화돼 있다. 최우석 팀장은 “일반 컨테이너박스와 비교를 많이 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며 “컨테이너 박스는 크기를 조절할 수 없으나 모듈러 주택은 유닛과 패널을 활용해 크기를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방음·단열·진동 등에 있어 일반 주택 못지않다”고 말했다.

디자인 설계과정에서는 다양한 고객들의 요구가 반영될 수 있다는 큰 강점도 있다. 유원창 과장은 “몇 달씩 걸려서 진행되는 건축가 설계가 아니라 소비자가 직접 참여해 평면, 기능, 색깔 및 패턴을 선택할 수 있으며 며칠 안에 설계가 끝날 수 있는 완벽한 주문주택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벽체, 창호, 계단, 가구 등 수천 개의 옵션 중에서 선택할 수 있어 고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반영할 수 있다는 것. 유 과장은 “또한 공장 설계와 제작으로 현장 시공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오차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에 하자 발생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설계가 끝나면 제작과정에 들어간다. 먼저 골조, 바닥판, 벽체와 천장 패널을 설치하는 작업부터 시작된다. 이 시점에 현장에서는 모듈러 주택이 들어설 부지의 터파기 작업과 기초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공사 기간이 절약될 수 있다. 이어 전기 및 통신 배선, 단열재 설치, 설비배관작업 등이 이어진다. 욕실을 만들기 위한 내부 칸막이벽 설치 작업도 이 과정에 진행된다. 마감재 및 내외장재를 완성하고 창호까지 달게 되면 공장에서의 제조과정은 끝.

날씨 여파 없고 지진에도 강해

제조과정에서 드러나는 모듈러 주택의 큰 장점은 바로 날씨의 여파를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포스코A&C 천안 모듈러공장 박우찬 공장장은 “일반 건축물이라면 12월~1월 중에는 공사를 하지 못하지만 모듈러 주택은 공장 안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365일 공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먼지로 인한 민원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일반적으로 모듈러 주택이 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갖고 있지만, 내진 기술로 지진에도 강하다고 한다. 박우찬 공장장은 “모듈러 주택은 각 유닛을 하나하나 조립하고 쌓는 형태이기 때문에 무너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모듈러 주택의 제작 과정

공사제작이 모두 끝나면 현장으로 운반하게 된다. 이미 현장에서는 기초 토목공사가 동시에 이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모듈러 주택을 옮겨와 현장에서 조립해 마감공사만 하면 완공이다. 이렇듯 대다수 과정을 공장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간단한 모듈러주택의 경우 설계부터 현장 설치까지 단 몇 주 만에도 가능하다고 한다.

짧은 공사기간과 간단한 규격의 대규모 단지로 건설할 경우 콘크리트 주택에 비해 공사비용이 줄어들 수 있어 모듈러 주택은 전월세 대책용 주택의 대안으로도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도 관련 법안을 완화하며 모듈러 주택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칙’에는 그동안 공동주택에만 규정한 것을 확대해 단독주택 성능인증기준 5가지를 마련, 법적 요건을 충족하면 모듈러 주택으로 인증받을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아직 숙제도 남아 있다. 국내 주택 시장에선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일반인이 개인주택으로 지으려면 금액이 다소 많이 든다.

국내 시장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판매 중인 일본 세키스이하임의 경우 3.3㎡당 건축비용이 700만~800만원에 이른다. 3.3㎡당 300만~400만원 가량인 포스코A&C의 모듈러 주택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나, 아직 일반인 판매를 기준으로 한 가격은 아니다. 최우석 팀장은 “앞으로 모듈러 주택 시장이 좀더 대중화되면 공사비용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