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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천 해양생불자원관

오완선 2015. 4. 3. 18:48

2015년 4월 23일에 전면 개방되는 공식명칭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설립 목적이 연구와 교육인 ‘해양자연사박물관’ 형식의 전시 시설이다. 이곳에는 현미경으로 봐야 하는 플랑크톤부터 초대형 보리고래에 이르기까지 5000여 종의 해양생물이 생생한 표본으로 전시되어 있다. 여행자들에게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여행지로 아이들에게는 인생을 뒤흔들 수도 있는 공간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식 개관 전 일반을 대상으로 부분 개방 중인 그곳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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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와 숲과 박물관이 한 곳에 모여 있는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는 아름다운 그곳

 

세계 주요 도시에 가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시설 가운데 ‘자연사박물관’이 있다. 자연사박물관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면 일단 거대한 숲이 있고 그 한쪽에 연구 단지와 전시 건물로 구성되어 있는 게 보통이다. 파리자연사박물관이 그렇고 런던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5월에 정식으로 문을 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 처음 생기는 해양자연사박물관이다. 연구 시설을 제대로 갖추었고 전시장 또한 번듯하고 반듯하다. 자원관엔 연구를 위한 연구동과 전시동이 있고 울타리 바로 앞에 길고 깊은 송림이 우거져 있으며 그 앞으로는 끝도 보이지 않는 갯벌이 있다. 먼 훗날 이곳의 건축물과 숲과 바다가 물아일체를 이룰 경우 세계적으로 희귀한 자연 환경에 둘러쌓인 자연사박물관의 고혹적 풍경도 완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자연사박물관에 들어서면 홀 중앙에 우뚝 서 있는 타워가 눈길을 잡는다. ‘씨드뱅크’로 명명된 이 탑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상징물로 약 5000여 종의 해양생물 표본 씨앗이 제작·보관되어 있다. 씨드뱅크는 건축물 1층부터 4층까지 계단과 램프를 통해 연결되어 있지만 일반인은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 전시관 관람 순서는 4층에서 시작해서 한 층 한 층 내려와 1층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4층은 엘리베이터와 램프를 이용해서 오를 수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건축물의 ‘둘레길’ 개념으로 설계된 둥글고 완만한 램프를 통해 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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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층 꼭대기층에는 ‘해양생물다양성’ 전시실이 있다. 이곳이 ‘해양자연사박물관’ 관람의 핵심 전시관이라 할 수 있다. ‘모태의 바다’, ‘해조류’, ‘플랑크톤’, ‘무척추동물’, ‘척삭동물’, ‘어류’, ‘포유류’ 등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을 대표하는 모든 집군의 특성을 쉽고 간략한 설명과 섬세한 표본을 통해 보고 학습할 수 있다. ‘해조류&플랑크톤’ 전시실에는 바다숲을 이루는 해양 생물들을 만날 수 있다.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눈에 담는 풍경은 대부분 들판과 산과 하늘, 그리고 바다 수표면이다. 그러나 지구의 70%는 바다로 이뤄져 있고, 인간이 확인한 바다의 실체는 1%도 될까말까다. 그 바닷속 세상을 이루고 있는 해양 생물들을 본다는 것은 지구라는 무한 세계를 들여다 본다는 뜻과 같다. ‘해조류&플랑크톤’전시실을 꼼꼼히 관찰하다 보면 누구나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되는 까닭도 그것이다.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하는 이 작은 개체들과, 그저 해조류 식품 쯤으로 알고 있었던 그 줄기와 숲들이 ‘광활한 지구의 씨앗이요 생명의 원천’이라니, 심쿵하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는 것이다. ‘무척추동물’ 전시실에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 가운데 가장 많은 종 수와 다양성을 가지는 무척추동물들을 군별로 나눠 하나하나 표본으로 제작 전시해 놓은 곳이다. 무척추동물 전시실에서 어류실로 가는 복도 겸 전시장 한쪽에는 ‘지구 생물의 80%는 바다에 산다. 우리는 오직 1%만 알고 있다’라는 문장이 각인되어 있다. 새삼스러운 구호는 아니다. 인간 자체가 자신의 5%도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다 가는 존재이거늘 지구, 그것도 심연의 생명을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러나 그것은 절망스러운 생각이 아니다. 그래서 지구는 인간에게 ‘직관’이라는 능력을 부여하지 않았는가. 이런 생각과 함께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자연사박물관’ 기능과 함께 사람들의 삶의 방향을 가리켜주는 역할도 하겠다는 희망도 떠올리게 된다. 이미 적지 않은 학자들이 바다를 들여다 보고 있지만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이곳을 통해 ‘바다와 미래를 꿈꿀 수 있다’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개인에게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 수 있을까?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같은 새로운 개념의 공간에 ‘조금은 진지한 가족 여행자’들이 많이 가야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어류&포유류’관으로 발길을 옮긴다. 이곳은 선홍치, 날새기, 백다랑어, 방어, 삼치, 부시리, 삼치 등 대형 어족과 고래, 상어 등 포유류 표본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에서는 사용자와 바다 생물이 스크린 속에서 하나가 되어 유영하는 체험이 가능한 ‘미디어월’이 설치되어 우리나라 연안과 심해를 영상 체험할 수 있다. 보리고래, 범고래의 골격 표본을 관찰경을 이용해서 비추면 주요 부위 설명과 함께 고래의 형태가 완성되며 유영을 시작하는 증강현실체험도 이곳에서 즐길 수 있다. 이곳 전시실에서 ‘살아있는 고래는 없어?’라는 관람객들의 목소리를 듣기도 한다. 그렇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는 ‘전시된 생물’은 없다. 모두 ‘가공된 표본’들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결정적 특징이 바로 그것이다. 이곳은 수족관이 아니라 바다를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물들을 방문객과 공유하는 ‘연구소’이자 ‘자연박물관’ 성격을 지닌 곳이다. 그래서 이곳에 관심을 갖는 ‘엄마’들은 전시된 표본과 함께 자원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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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년 지구의 생태계 앞에서

50억년 뒤 세상을 꿈꾸게 하는 곳

 

3층 제2전시실에서는 교육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제3전시실은 절대로 지나칠 수 없는 ‘해양주제영상관’으로 이뤄져 있다. 범고래의 공격으로 어미 혹등고래와 떨어지게 된 새끼혹등고래의 모험을 대형 화면으로 볼 수 있는데, 누워서 볼 수 있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어서 심연의 상황을 더욱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상영 시간은 5분뿐이지만 내용을 생각하면서 감상하면 끝없는 상상의 나래를 펼 수도 있는 공간이다. 한 번 관람에 만족하지 못하고 ‘반복 관람’을 원하는 아이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 아이의 미래가 궁금해지는 순간이었다.

 

‘영상관’ 앞에는 디자인이 멋진 ‘카페’가 있다. 커피와 음료를 마실 수 있고 자원관 밖 풍경을 내다볼 수 있는 통창이 예쁜 곳이다. 지금까지 본 바다 생물 표본을 놓고 생명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기에 좋은 곳이다. 어린이를 위한 ‘해양 관련 서적’들도 이곳에 있다.

 

1층 ‘4D 영상실’은 예약한 사람만 들어갈 수 있는 인기 만점 공간이다. 화석자원이 고갈된 미래에 해저광산개발을 위해 파견된 잠수정이 심연에서 경험하게 되는 바다괴물 이야기를 다룬 ‘해양탐사선누리호’와 지구온난화로 터전을 잃은 북극동물의 수난사 ‘What’s up Pole?’이 상영 중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관람과 체험을 마쳤다면 바로 앞 편에 있는 솔숲과 갯벌로 나갈 것을 권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포함된 코스이기도 한 이곳에는 솔숲생태산책로와 송림갯벌이 있다. 또한 서천의 명물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송림갯벌과 광활함, 자랄대로 자란 키 큰 소나무를 눈 아래로 감상할 수 있다. 15m의 아찔한 높이에서 250m에 이르는 하늘길을 걸으며 서해의 모든 것이 가슴에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즐길 수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주변 자연을 관찰하고 걷노라면 누구나 자연스럽게 과거와 오늘과 미래의 연속성을 생각하게 된다. 건축물도 ‘새 것’이 주는 깔끔함보다는 ‘10년 뒤, 숲의 일부가 되어 있을 깊은 무엇’을 상상하게 된다. 소나무 꼭대기 위를 걷게 되는 스카이워크 또한 ‘환경 훼손’이라는 생각보다는, 훗날 숲의 일부가 되어 있을, ‘시간이 선사한 공간’으로서의 하늘 산책길을 생각하게 된다. 게다가 50억년을 풍화한 갯벌 앞에 서면 생명과 무기물, 지구의 시간과 4차원계의 경계 따위들도 아무 의미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4월 23일부터 매일 개방하며 정식 개관은 5월 27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영근자료제공 City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