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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오완선 2015. 3. 31. 19:55

슬로베니아 블레드 호수

① 알프스 만년설이 흘러내려 만들어진 블레드 호수는 알프스의 진주라고 불릴 만큼 맑고 투명하다.

"사랑의 나라, 다녀올래?" 여행 담당 선배의 이 한마디에 딱 꽂혔다. 휘둥그레진 눈을 보며 선배가 또박또박 다섯 글자를 말한다. `슬, 로, 베, 니, 아.` 바로, 포털사이트 검색. 이 나라, 기가 막힌다. 나라 이름에 `사랑(sLOVEnia)`을 품고 `사랑스러운(류블랴나의 뜻)` 수도를 지니고 있다니.

즉시, 오케이. 그렇게 낯선 발칸 반도로 여행이 시작됐다. 발칸, 하고도 북서쪽 끝 `동유럽의 스위스` 슬로베니아. 몸집부터 마음에 든다. 우리나라 전라도 정도 크기라니. 나라가 통째 자연 그대로인 것도 끝내준다. 그러니, 지금부터 이 여행기 보신 분들에게 당부 드린다. `꽃보다 누나` 촬영지로 유명세를 탄 크로아티아나 오스트리아를 여행하면서 잠깐 들르는 `옵션`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면 마음 고쳐먹어야 한다.

슬로베니아 여행 버킷리스트 1순위로 꼽히는 블레드 호수부터 찾았다. 일행들의 `아` 탄성이 합창처럼 나온다. 알프스 만년설이 흘러내려 생긴 빙하호로 수심 30m 바닥이 보일 정도로 투명하고 짙은 에메랄드빛 호수 가운데 그림처럼 떠 있는 블레드 섬. 멀리 호숫가에 유고슬라비아 연방 시절 티토 대통령의 별장이었던 호텔 `빌라 블레드`가 눈에 박힌다.

그제야 고개가 끄떡여진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건너편 절벽 위에 우뚝 솟은 블레드 성의 풍경. 왜 `전 세계 동화 같은 여행지 Top 10`에 꼽혔는지 말이다. 가이드의 설명이 쐐기를 박는다. "티토 대통령의 초대를 받은 북한 김일성이 이 비경에 매료돼 공식 일정을 미뤘거든요."

② 블레드섬을 오가는 전통 나룻배 `플레트나`.

블레드 섬은 전통 나룻배인 `플레트나`를 타고 간다. 소요 시간은 10분 정도. 잔잔한 호수를 가로지르고 가는 맛도 일품이다. 18세기 합스부르크 가문이 블레드 호수가 시끄러워지는 걸 원치 않아서 딱 23척의 배만 허용했다고 하는데 200년이 지난 지금도 23대의 플레트나만 운행된다.

노 젓는 뱃사공도 그때부터 남자 자손들이 가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섬 입구에서 99개의 계단을 오르면 12세기에 세워진 바로크식 교회 `성모 마리아 성당`이 있다. 성당 안에는 `행복의 종`이 있는데 밧줄을 당겨서 세 번 만에 종을 울리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방명록엔 방문자들의 이름과 소원이 적혀 있다. 한글도 눈에 띈다. 나 역시, 끄적였다. 내용은 비밀.

다시 배를 타고 나와 100m도 넘는 절벽 위에 세워진 블레드 성으로 발길을 옮겼다. 블레드 호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압도적인 풍경. 사진기 조리개를 돌리고 또 돌리고 셔터를 아무리 눌러봐도 담을 수가 없다. `아~` 탄식만 나올 뿐이다.

다음 코스는 명불허전 `포스토이나 동굴`.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랴나에서 버스로 1시간 20분 정도 달려갔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르스트 동굴에 도착한다. 포스토이나 동굴은 총 21㎞로 그중 5㎞ 정도가 관람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입구에서부터 2㎞는 동굴열차를 타고 들어간 후 가이드를 따라 가장 아름다운 구간 1㎞ 정도를 걸어서 관람한다. 각 나라의 언어로 동굴을 설명해주는 헤드셋도 보인다. 역시, 한국말 안내 채널이 있다. 클릭. 100년에 1㎝ 정도 자란다는 석순과 종유석을 따라 수백만 년의 세월이 눈앞에 펼쳐졌다.

형형색색, 다양한 종유석들이 도열해 있다. "White chamber, Red chamber, 스파게티처럼 얇은 종유석으로 장식된 Pipe chamber…." 설명도 이어진다. 압권은 출구 쪽에 자리 잡은 콘서트홀. 무려 1만명을 한꺼번에 수용한단다. "아~"소리를 내 보라는 가이드. "아~" 고함을 질렀다. 쟁쟁쟁, 이어지는 메아리. 딱 6초 동안 지속된다. 울림, 끝내주는 100만달러짜리 천연 스피커. 당연히 각종 음악회도 열리는 명소다.

포스토이나 동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물도 있다. 바로 `인간 물고기(human fish)`. 동굴 안은 끝없는 암흑의 세상이다. 그러나 이곳에도 150종 이상의 생명이 존재한다. 그중 도마뱀 모양에 백인의 피부색과 비슷한 `올름`이 가장 유명하다. 올름은 어둠 속에서 필요 없는 눈이 퇴화되어 없고, 호흡은 외부 아가미를 통해서 한다. 어두운 수족관 안에 4~5마리를 전시해 놓고 있다. 카메라 플래시는 절대 금물. 그래도 포기할 순 없다. 100만 매경 독자들이 눈 벌겋게 뜨고 월요일자 투어월드를 기다리는데. 셔터를 살짝, 눌렀다. 숙소에 들어가서 봤더니, 아. 까맣다.

▶ 슬로베니아 100배 즐기기

▷ 가려면〓슬로베니아까지 가는 직항편은 없다. 대신 발칸 반도를 비롯한 유럽 여행계획이 있다면 터키항공을 이용하는 것이 편하다. 터키항공은 인천~이스탄불을 주 11회 운항 중이며, 이스탄불에서 슬로베니아는 주 7회 운항하고 있다. 이외에도 알바니아(주 14회), 보스니아(주 21회), 크로아티아(주 14회) 등으로 연결노선이 다양해 환승 대기시간이 최소 2시간 30분 정도로 짧은 장점이 있다.

▷ 기본정보〓화폐는 유로화를 쓴다. 전기는 220V로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 이것만은 꼭〓슬로베니아는 와인 산지로도 유명하다. 식당이나 호텔에서 와인 한 잔 할 기회가 많다. 특히 레드와인보다는 화이트와인을 권한다. 또 선물 살 일이 있다면 `꿀`과 관련된 제품은 믿을 만하다. 로열젤리를 처음 만든 곳이 슬로베니아다. 특히 목감기 예방에 좋은 프로폴리스 몇 개 챙겨올 만하다.

※ 취재 협조 = 터키항공, 슬로베니아관광청

③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카스트로 동굴인 포스토이나 동굴.

[ 슬로베니아 = 허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