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을 신발에 넣었다 뺐다 하는 동작을 보면 마치 섹스를 하는 것 같다. 미국의 발 치료 전문의 윌리엄 로시는 “발은 에로틱한 신체기관이고, 신발은 발을 보호하는 섹슈얼한 씌우개”라고 했다.
발에 대한 의미를 더 중요하게 부각시킨 것은 신데렐라다. 왕자님과 신데렐라의 만남은 남자의 발과 여자의 구두에 의한 성적인 결합이다. 클레오파트라는 또 어떤가. 질투심에 사로잡힌 안토니우스가 한바탕 따지려는 기세로 클레오파트라의 내전에 들이닥쳤을 때 그녀가 향수 뿌린 맨발을 뻗어 그분의 허벅지를 콕 찌르자 화는 눈 녹듯이 사라지고 그만 그녀의 발에 뜨거운 키스를 퍼붓고 말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남자들이 여자의 발이 성기 크기와 비례한다는 속설을 찰떡같이 믿으니까 여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작은 발을 만들려고 애썼다. 그래서 작고 좁은 구두 안에서 몸무게를 지탱하느라 발 모양이 비틀어지고 굳은살이 박혀도 발을 구겨 넣으면서 매력을 풍기고 싶어 한다. 우리나라도 좁은 볼로 발을 옥죄는 외씨버선이 있었다. 버선을 신는 것도 섹스를 의미했기 때문에 사랑을 고백할 때 꽃을 꺾어 신이나 버선에 꽂아뒀고, 상사병(相思病)에 걸린 총각에게는 사모하는 규수의 버선을 태운 재가 유일한 약이었다.
중국에도 전족 풍습이 있었다. 전족으로 발이 작아지면 걷기는 힘든 반면 지탱할 수 있는 모든 체중이 허리와 엉덩이에 실리면서 엉덩이가 커지고 그 힘이 음부에 가해져 여성의 조이는 힘까지 단련되며 허리가 잘록해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전족에 키스를 하거나 가슴에 껴안고 발가락 사이에 수박씨같이 작은 것을 넣어 구강성교를 했다고 전해진다. 심지어는 발바닥을 성기로 여기고 두 발바닥을 합쳐 생긴 틈으로 음경을 넣어 성행위를 했다고도 한다.
발바닥 간지럼의 역사적 진풍경은 러시아 궁정에서도 드러난다. 성적 욕망이 강했던 러시아의 여제 안나 이바노바나는 자신의 발바닥을 간질이는 전속 시녀를 둘 만큼 이를 즐겼다. 이집트의 하트셰프수트 여왕이나 러시아의 귀부인들은 발 간질이개를 이용해 애인과 사랑을 나누기 전 성적 흥분 상태를 준비했다고 한다. 영국에는 발만 사용해 전희를 전문으로 하는 ‘발 쾌락의 궁전’이라는 창녀집이 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어떤 여자와 목욕하다 그녀의 발가락을 핥았다고 구설수에 올랐다.
발은 인체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수많은 말초신경과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어떤 신체 부위보다도 예민하다. 여성의 발은 숨겨진 성감을 깨우고 쾌감을 느끼게 해 발과 발가락을 애무해주면 애액에 흠뻑 젖을 정도로 흥분된다. 또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면 발 전체를 일직선으로 쭉 뻗기도 하고 엄지발가락이 위아래로 요동치거나 다른 네 발가락이 엄지발가락과 다른 방향으로 굽어지기도 한다.
에로틱한 영화에서도 발가락 애무 장면이 종종 나온다. 식탁 아래로 은밀하게 발을 만지며 아찔한 유혹을 시작한다. 욕조에서도 함께 누워 은밀하게 사랑을 속삭이다 발을 입으로 가져간다.
뻔한 순서로 뻔한 성감대에 뻔한 애무는 지겹다. 진정한 고수들은 제2의 심장인 발을 잘 공략한다. 차마 발이 성감대라고 말 못 하는 아내의 남편은 헛다리만 짚고 엉뚱한 데다 침 바르다가 아내가 죽을 때 ‘거기가 아니었어요’라고 한다면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을까? 달걀 같은 발꿈치가 아니라 쩍쩍 갈라진 발이라도 발가락을 쪽쪽 빠는 봉사활동(?)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