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2/낙서

삼계탕..

오완선 2015. 9. 7. 14:31

 

연일 가마솥 더위다. 이럴 때는 가만히 있어도 지치고 짜증이 나서 누구 하나 걸리기만 하면 싸우고 싶어진다. 부부간에도 잘못 쳐다보면 왜 그렇게 보느냐며 시비를 건다. 해가 지면 좀 나아질 줄 알지만 여전히 후덥지근하고 애꿎은 선풍기만 땀나도록 돌린다. 온 식구가 다 모였으니 에어컨 한번 틀 만도 하지만 전기요금 무서워 못 틀고, 그냥 자자니 잠이 안 온다. 뒤척이다 새벽녘에 겨우 잠들어 몇 시간 자고 나면 몸이 찌뿌드드하고 하루 종일 나른하다. 그러니 밤일은 저만치서 눈치만 보고 있다.

 

금방 샤워하고 돌아서도 또 끈적거려 아무 생각도 없을 것 같지만 그건 또 아니다. 얼마 동안 잠자리가 뜸하다 싶으면 아내는 남편에게 보양식을 해 먹여야겠다고 생각한다. 이맘때 남편은 바깥에서 훌러덩 벗은 아가씨들을 봐도 무덤덤하기 쉽다. 무더운 날씨는 신진대사를 무너지게 해 정력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기력이 떨어졌으니 보약을 먹어야 마땅하겠지만 몽땅 땀으로 새어나갈까 봐 가을을 기약하며 대신 보양식을 먹인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말은 섹스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하면서.

 

보양식은 영양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아내들이 기껏 남편 생각하고 챙겨주는 음식 1위가 삼계탕이다. 삼계탕은 한 그릇이 보통 1001㎉다. 이 외에 보신탕 995㎉, 양념장어구이 1551㎉ 등으로 성인 하루 권장 식사량의 절반을 차지한다. 여름철 보양식은 고칼로리, 고지방, 고단백 음식이 대부분이라서 몸을 따뜻하게 하고 활력을 주기도 하지만 칼로리가 너무 높아 자주 먹으면 비만이나 고지혈증을 일으키고 특히 말초혈관장애가 생겨 오히려 정력이 약해진다. 진 메이어 하버드대 교수가 말한 얄미운 남편 죽이는 무시무시한 음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아내들이 잘못된 배려(?)로 무심결에 남편에게 독을 퍼 먹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흰 설탕, 지나친 소금은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유발한다. 기름이 뚝뚝 떨어지는 음식은 비만과 당뇨병, 심장병을 일으키기 딱이라고 했다. 이 정도면 남편의 정력을 떨어뜨리는 건 일도 아니다.

 

정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발기고, 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혈관이다. 혈관을 좁아터지게 만들어 피가 팡팡 돌아다니지 못하게 하는 원흉이 바로 지방이다. 따라서 혈관을 더럽히거나 좁아터지게 만드는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콜레스테롤 수치가 너무 낮은 것도 문제가 된다. 정력에 중요한 남성호르몬이나 DHEA와 같은 스테로이드 계열 호르몬이 콜레스테롤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또 지방이라고 무조건 다 나쁜 것만 있는 건 아니다. 생선에 들어 있는 지방과 대부분의 식물성 지방은 불포화지방산이다. 혈관을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지방이다. 그러나 그것도 칼로리가 높아 확실하게 살이 찌기 때문에 무턱대고 열심히 먹으면 후회하게 된다.

 

호주 퀸즐랜드대에서 발표한 한 연구에 의하면 어떤 식품이나 약보다 강력한 사랑의 묘약은 바로 사랑한다는 마음이며, 자신의 뇌 속에 인식된 상대의 멋진 이미지라고 했다. 헛된 음식으로 잃어버린 정력을 찾으려 노력하고 쓸데없는 시간과 돈을 버리기보다는 규칙적인 식사와 균형 있는 영양 섭취 그리고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해지는 것이 최고의 보양식이다. 뼈와 살이 타는 밤이 그리운 아내는 똑똑해야 한다. 기운과 정력을 헷갈리지 말고 당장 남편에게 어떤 맛있는 풀을 먹여야 할지 고민하자. 어리석은 아내는 오늘도 남편 기운 내라고 닭을 푹푹 삶으며 미련을 떨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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